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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 조례' 꼴찌 TK, 공공기관·공기업 비정규직도 차별...노동계 "확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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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1년 대구 1만1,378원·경북 1만1,433원
공무원 제외 시.도 소속 노동자만 적용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 비정규직 제외
조례 상 적용해야 하나 예산 탓, 기초 조례 X
민주노총 "기준 확대, 기초단체 조례 제정"
대구시 "공공기관 조사 중...이후 논의 진행"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시와 경상북도 2곳만 산하 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제'를 확대 적용하지 않아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노동계의 말을 9일 종합한 결과, 대구시는 2021년 12월 '대구광역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8월 조례를 개정하며 "최초 생활임금 적용과 지급은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늦게 적용했다. 올해 생활임금은 시급 1만1,378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37만8,002원(1주 소정근로시간 40시간 근무, 월 209시간 기준)이다. 올해 최저임금 9,860원보다 15%가량 많다. 

조례는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 대해 ▲공무직, 기간제 등 '공무원보수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시 소속 근로자 ▲공공기관 및 공공기관 자회사 소속 근로자 ▲대구시 위탁·용역업체 근로자 ▲위탁·용역업체의 하청업체 중 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근로자 등에 대해 '생활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구지역 생활임금 요구 발표 기자회견'(2024.9.9. 대구시청 동인청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지역 생활임금 요구 발표 기자회견'(2024.9.9. 대구시청 동인청사)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상북도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경상북도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올해 생활임금은 시급 1만1,433원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38만9,497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조례는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 대해 도 소속 노동자, 도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그 밖에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관 소속 노동자 등에 대해 '생활임금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활임금'은 지자체가 물가 상승률·평균 가계지출 수준·최저임금 등을 고려해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임금이다. 최저임금과는 별도로 조례를 통해 공무원이 아닌 지자체 소속이나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적용한다. 

매년 정해지는 법정 최저임금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액을 산정해, 노동자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대부분 공공기관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반 기업 노동자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광역시 구.군 생활임금 즉각 시행" 피켓팅(2024.9.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광역시 구.군 생활임금 즉각 시행" 피켓팅(2024.9.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하지만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일부 노동자들을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다. 조례상으로는 대구시나 경상북도가 직접 고용한 공무직, 기간제 노동자뿐 아니라 대구테크노파크, 대구의료원 등 출자·출연기관이나 대구교통공사 등 지방공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생활임금'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북도는 출자·출연기관과 지방공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활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심의에서 예산과 재정 문제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게 지자체 해명이다. 아직 확대 적용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또 조례상 의무 규정이 아닌 탓에 행정적,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게 대구시와 경북도 설명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광역단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들에게만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곳은 대구와 경북 2곳뿐이다. 서울, 인천, 대전, 경기, 충북 등은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위탁·용역업체 등에도 생활임금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위탁·용역업체까지 확대 시행하는 곳도 12곳이나 된다. 또 생활임금 조례조차 없는 대구 9개 구.군과는 달리 서울과 경기, 대전은 지역 모든 기초단체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계는 생활임금 적용 대상 확대와 함께 대구시 내 9개 구.군도 생활임금 조례를 시행해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이남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장,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2024.9.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이남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장,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2024.9.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민주노총대구본부(본부장 이길우)는 9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는 생활임금제도를 꼴찌로 시행했지만, 적용 범위는 가장 협소하다"면서 "적용 범위를 넓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시의 생활임금 시행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던 대구시 소속 기간제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했지만, 여전히 적용 범위가 협소해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조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대구처럼 기초단체가 단 한 곳도 생활임금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지역은 경북, 경남, 충북 3곳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9개 구.군도 생활임금 시행을 통해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적극 해소해야 한다"면서 ▲생활임금 적용 대상·기준 확대 ▲생활임금위원회 공개 운영 ▲9개 구.군 생활임금 조례 제정·시행 ▲민간위탁 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남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생활임금 적용 대상을 정하는 문제는 고용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면서 "노동자들의 업무가 공공성을 띠는 영역인지에 대한 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해 적용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은 "대구시에서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출자·출연기관이나 민간위탁 회사에 소속됐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임금을 적용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대구시는 시 소속 노동자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민간위탁 노동자들에게까지 생활임금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시는 생활임금 확대 적용을 검토하기 위해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고용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시 소속 근로자에게만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예산 문제가 가장 크다"면서 "공무직 등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인건비를 신청하기 때문에, 생활임금 대상자 현황에 대한 자료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례에 따라 공공기관 등에 생활임금 적용 대상자와 예산 소요액을 받고 있다"면서 "매년 적용 인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부터 조사 자료를 받아 분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초자료를 조사한 뒤에야 적용 대상 확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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