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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희망원 '인권침해' 37년 만에 진실규명...산모에 친권포기 강요, 감금·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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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에게 친권을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출산 후 아이를 강제로 해외 입양 보냈다. 

자의적으로 금지행위를 정하고 어길 시 정신이상자로 몰아 병동 독방에 감금했다.

10대 청소년을 강제로 시설에 입소시켜 폭언에 폭행 등 상습 가혹행위를 했다.  

대구시립희망원 거주인들에 대한 각종 인권침해 사건이 국가기관에 의해 37년 만에 사실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6일 제86차 전체위원회 회의에서 대구희망원, 서울시립갱생원, 대전 성지원, 충남 양지원, 경기 성혜원 등에서 과거에 발생한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대구희망원에 강제 입소됐던 피해자 이영철씨가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부랑이시설 인권침해 사건 기자 간담회'에서 인권침해 내용을 증언하고 있다(2024.9.9) / 사지.진실화해위
대구희망원에 강제 입소됐던 피해자 이영철씨가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부랑이시설 인권침해 사건 기자 간담회'에서 인권침해 내용을 증언하고 있다(2024.9.9) / 사지.진실화해위
산모에게 '친권 포기' 강요, 해외 입양 목적 아동 전원을 요구하는 문건. 대구시립희망원 출신 아동 입앙 관련 기재 사항 / 자료.진실화해위
산모에게 '친권 포기' 강요, 해외 입양 목적 아동 전원을 요구하는 문건. 대구시립희망원 출신 아동 입앙 관련 기재 사항 / 자료.진실화해위

1970~1980년대 노숙자, 고아, 심지어 가족이 있는 사람 등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들을 대거로 수용시설에 가두는 일이 발생했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거리의 '부랑인'을 시설로 강제로 끌고갔다. 정부가 용인한 일인 셈이다.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이 부산 형제복지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시설 내에서 사망자도 대거 발생했다. 같은 시기 대구희망원 등 전국 5곳의 시설에서도 비슷한 피해 호소가 이어졌다. 13명의 피해자들이 진실화해위에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제소하면서 조사가 이어졌고, '제2의 형제복지원'이라고 불릴만큼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가 드러났다.

이번 조사로 밝혀진 5개 시설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행위는 강제 수용,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 강제 노역 등이다. 5개 시설에서 모두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 1987년 신민당이 진상조사를 위해 충남 천성원을 찾았으나 시설 관계자들이 정문을 봉쇄하고 국회의원과 기자를 폭행해 37년간 진실이 은폐됐다.

3번2024년 9월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부랑인시설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기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사진.진실화해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대구시립희망원, 서울시립갱생원 등 성인부랑인시설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기자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2024.9.9) / 사진.진실화해위

대구희망원 피해자 이영철(가명)씨는 15살 때 대구역 대합실에서 대구시청 직원들이 따라오라는 말에 따라갔다가 희망원에 입소됐다.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서 자고 이유 없이 많이 맞았다. 1974년 서울시립아동상담소, 1980년 서울시립갱생원, 1982년 충남 성지원과 양지원 등 5개 시설로 옮겨다니며 무려 23년을 시설에 갇혀 살았다. 이씨를 비롯해 피해자 13명 중 6명이 비슷한 회전문 입소 피해를 입었다. 

이씨는 9일 진실화해위 기자 간담회에서 "한강철교, 원산폭격 등 기합을 받았다. 양지원에서는 구타로 죽은 사람이 15명 정도, 흙에 파묻혀 죽은 사람 7명 정도, 4.5톤 트럭에 숨어 도망치다 뛰어내려 죽은 사람도 있다. 저도 탈출한 원생의 고발이 없었다면 지금 산목숨이 아닐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수용시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거기에 계신 분들도 하루빨리 저처럼 살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신청해달라. 그리고 전국의 모든 수용시설이 하루빨리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구시립희망원 전경 / 사진.평화뉴스 
대구시립희망원 전경 / 사진.평화뉴스 

수용자를 돌려 막으며 타 시설 강제 노역에 동원 시킨 일도 많았다. 서울시립갱생원 수용자 한모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새서울건설단' 등 도로 정비 공사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다. 이밖에도 갱생원 외부로 나가 건물을 짓는 등 여러 노역에 동원됐고, 시설 내 쇼핑백 만드는 일도 했다. 월급을 받은 적은 없다.  

처벌 목적을 위해 '구속복'을 강제로 착용시키고 독방에 감금하는 사례도 있다. 대구희망원과 서울갱생원이 대표적이다. 1984년 '대구희망원 운영규정' 중 신규동 독방 내용을 보면, 단체 생활을 저해하는 입소자에 대해서는 신규동 독방  또는 공동방에 감금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훈련을 통해 반성과 각성을 강요했다. 면회도 금지됐다. 이 같은 벌칙 기간과 방법은 시설 내의 징계위원회가 자의적으로 결정했다. 

서울시립갱생원 수용자 이모씨는 "엄청 무거운 옷을 입혀놨는데, 그 옷은 다른데는다 막혀 있고 입만 뚫려 있었다. 너무 무거워서 손을 움직일 수 없는데 그 상태로 밥을 먹어야 했다"고 고발했다. 

수용자 돌려막기, 타 시설 노역 동원 등 '회전문 입소' 실태 / 자료.진실화해위
수용자 돌려막기, 타 시설 노역 동원 등 '회전문 입소' 실태 / 자료.진실화해위
시설 내 사망자의 시체를 해부실습용으로 의과대학에 대거 교부한 사체교부신청서 등 / 자료.진실화해위
시설 내 사망자의 시체를 해부실습용으로 의과대학에 대거 교부한 사체교부신청서 등 / 자료.진실화해위

대구희망원에서는 임신 상태에서 입소한 여성이 시설에서 출산을 한 경우 짧게는 출산 당일 또는 하루 만에 해외 입양 목적으로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 알선 기관으로 전원 조치하는 일도 있었다. 희망원과 충남 천성원에서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 해외 입양시 아동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기 위해 '모(母)의 동의는 오직 아동의 출생 후에 부여되어야 한다'는 '헤이그국제입양아동협약'에 위배된다.   

시설 내 신생아와 사망자 시신을 해부실습용으로 의과대학에 대거 교부한 만행도 저질렀다. 천성원 산하의 성지원은 1982년부터 10년 동안 사망자 117구 시신을 의과대학에 해부실습용으로 줬다. 

하금철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이 성인부랑인시설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기자 간담회에서 사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2024.9.9) / 사진.진실화해위
하금철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이 성인부랑인시설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기자 간담회에서 사건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2024.9.9) / 사진.진실화해위

진실화해위는 "사회 정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벌인 합동단속반에 의해 불법 단속이 지속됐다"며 "민간법인들에 시설을 운영 위탁해 감금, 폭행, 노역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고 이를 방치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희망원은 1,400여명의 노숙인과 장애인 수용시설로 1958년 개설했다. 1968년 대구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다 1980년부터 민간기관에 수탁을 맡겼다.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1980년부터 운영을 맡아왔다. 그러나 인권유린과 비리사태가 터지면서 37년 만에 수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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