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장애인 탈시설' 4년, 이행은 절반 수준..."지원 늘려야"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09.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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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8년 100명 목표에 48명 '자립'...희망원 70명 중 28명만 탈시설, 그 외엔 '시설 이동'
장애인 단체 "권영진 대구시장 추진 미흡, 약속 이행" 촉구 / 대구시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확대"


대구시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 추진이 지난 4년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지역 장애인단체는 "지원 확대"를 요구했고, 대구시는 "순차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시설 거주 장애인 48명이 탈시설을 완료했다. 연도별로는 2015년 9명, 2016년 3명, 2017년 26명, 2018년 10명 등이 시설에서 나와 자립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기간 대구시는 자립생활가정 21곳과 체험홈 15곳을 확충했다. 권영진 시장 취임 직후 수립한 '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추진계획(2015~2018)'의 전환 목표 100명의 절반에 그친 셈이다.

여기에 희망원 거주 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시설비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구시는 올 연말까지 ▷희망원 내 장애인 거주시설(현 시민마을)을 폐쇄하고 ▷거주 장애인 70명 이상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지난해 '대구시립희망원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와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28명만 시설에서 나온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올해 1월 실시한 '탈시설 욕구 및 지원조사' 결과에 따라서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민선7기 공약집 중 장애인 부문 / 자료. 대구시
권영진 대구시장의 민선7기 공약집 중 장애인 부문 / 자료. 대구시
대구시립희망원 거주인 탈시설을 촉구하는 대구 한 장애인(2017.3.14)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대구시립희망원 거주인 탈시설을 촉구하는 대구 한 장애인(2017.3.14)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앞서 2일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희망원 거주 장애인 220명 중 24.1%가 내 집에서 혼자 살길 원했고, 22.3%이 내 집에서 동료들과 함께 살길 원했다. 응답자 절반 가량이 탈시설을 원한 것이다. 반면, '시설에 남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4.5%에 그쳤다. 또 37.7%가 자립 지원 서비스를 '모른다'고 답했고, '자립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43.2%, '정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얻길 원한다'는 응답은 49.1%이었다. '자립 의향이 없다'는 비율은 21%에 그쳤다.

특히 올해 말 폐쇄를 앞둔 시민마을 거주인 81명 가운데 '탈시설을 희망'한 이들은 28명(34.5%), '탈시설 대신 다른 시설로의 이전'을 원하는 이들은 21명(25.9%)이었다. 답변을 거부하거나 인지능력 부족으로 응답이 불가능한 이들은 23명(28.3%), 장기입원과 조사 당시 부재 등으로 조사에 참여하지 못한 이는 9명(11.1%)이었다. 대구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올 연말까지 28명의 자립 지원을 완료하고, 나머지 53명을 대구 소재 다른 거주 시설로 분산 이전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설에 남겠다고 응답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탈시설 대상'이라는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4년 "장애인 시설 거주자 수가 늘었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동참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의 부족이 우려된다"며 "장애인 인권모델에 기반한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활동보조서비스를 포함한 지원 서비스를 늘릴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 확대" 촉구 장애인단체 기자회견(2018.9.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장애인 탈시설 지원 확대" 촉구 장애인단체 기자회견(2018.9.3.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대구지역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43명과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지역 6개 장애인단체는 3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시설 전담기구나 자립생활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당초 탈시설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대구시의 2차 탈시설 추진계획에는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이 담기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요구 사항은 ▷탈시설 장애인을 위한 월 소득 보장 ▷탈시설 자립정착금 확대(1천만원→3천만원) ▷1인 자립주택 확충과 24시간 활동보조 보장 ▷시설 거주 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 정보 제공 의무화 ▷탈시설 여성 장애인에 대한 성교육·상담지원 ▷노숙인시설 거주 장애인 탈시설 정책 마련 ▷장애인 인도,교통수단 접근성 개선 등 14가지다. 대구시는 이르면 올해 말 2차 장애인 자립지원 추진계획을 세우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시 탈시설 지원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조민제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국제 기준과 달리 우리나라와 대구시 탈시설 정책은 소극적"이라며 "보다 명확한 전환 대책이나 계획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장도 "탈시설은 세계적 추세이자 국가 정책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 구축은 대구시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현숙 대구시 탈시설자립지원팀장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시설을 폐쇄한다고 임의로 내보낼 수 없다"며 "올 연말 시민마을 폐쇄 후 나머지 50여명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상담이나 체험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자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국철 장애인복지과 전문관도 "대구시의 탈시설 정책 대부분 인프라 구축이었다"며 "내년부터 순차적인 탈시설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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