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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물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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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희(변호사.생명평화아시아)
그레타 툰베리와 소비 행태 지침   
충동구매와 과소비→탄소발자국
대형마트·자동차에 '기후부담금'
고장나면 수리, 새 물건에 저항을
소유보단 공유..."성장 신화 깨야" 

요즘 기후 변화 공부를 하면서 그레타 툰베리가 쓴 『기후책(The Climate Book)』(그레타 툰베리 | 김영사 | 2023)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수십명의 과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짧은 글들을 쓰고 각 주제별로 툰베리가 문제 제기를 하는 서문 형태의 글을 써서 편집한 500쪽이 넘는 방대한 책이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흥미있는 사실들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이미 대략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구체적 숫자로 확인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 내용 중 "물건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 있다. 이 글에 나오는 몇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나의 생각을 밝히려 한다. 노트북을 새로 구입하면 자동차로 수천km를 주행할 때와 비슷한 탄소발자국(*사람이 활동하거나 상품을 생산, 소비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남긴다고 한다. 무엇인가 산업에서 생산된 물건을 구입하면 그 물건이 우리의 공동자산인 대기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다. 지구인들 대부분은 자신의 일상 활동에서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시키는 행위를 한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거의 모든 생산 활동 혹은 소비 활동은 탄소를 공기 중에 배출하게 된다.

그레타 툰베리 '기후책'  / 사진 출처.김영사
그레타 툰베리 '기후책'  / 사진 출처.김영사

그래서 글쓴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의 일상활동 지침으로 일단 물건을 최대한 사지 않는 것, 사더라도 중고품을 사는 것, 함께 쓰는 것을 권한다. 


첫째, 물건을 사지 않기 위하여 우선 멈춤을 배우자. 무분별한 소비는 대부분 즉흥적 충동구매에서 일어난다. 어떤 물건을 살 때 이 물건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생각은 이른바 "대형마트"라는 것이 생기면서 과소비의 현상이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즉 대형할인점은 과소비를 부추기는 주범이다. 예전에 동네마다 가게들이 있고, 시장에 가서 장을 볼 때 사람들은 가게에서 꼭 필요한 물건 한두가지를 사거나 시장에서 몇가지 반찬거리를 사는 방식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구매)를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제법 멀리 떨어진 대형할인점에 가서 일주일 혹은 한달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온갖 물건들을 잔뜩 담아서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들고 오는 방식으로 '쇼핑'한다. 그래서 많은 도시인들 냉장고에는 식품재료들이 가득 쌓여 있고, 그 재료들이 요리에 쓰이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개인 의견으로는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는 대형마트에 '기후부담금' 같은 세금이나 부담금을 매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만큼 가격에 반영이 되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고, 대형마트가 일반 동네가게나 시장에 비하여 가격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강제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과소비는 국가권력이 시민의 소비행태에 구체적 개입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인 탄소발자국 / 사진.환경부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인 탄소발자국 / 사진.환경부 

둘째, 수리해서 쓰자. 고장난 물건을 수리해서 쓰면 새로운 상품을 사지 않아서 그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여서 개인의 탄소발자국 증가를 억제한다. 지구의 자원을 절약하고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한국도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어느덧 각종 공산품의 수리점포가 거의 없어지고 있다. 우산 수리점이 없어졌고, 소규모 가전제품 수리점도 거의 없어졌다. 요즘 가전제품이 고장나서 수리를 하려고 하면 그 제품을 만든 대기업의 서비스센터 외에는 맡길 만한 곳이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그리고 '서비스센터'에 찾아가도 많은 경우 수리보다는 새 제품을 살 것을 권유하는 경향이 강하다. 약간의 고장이 난 제품을 수리해서 쓰는 것보다 버리고 새 제품을 사는 일이 흔하며, 한국 자본주의 성장을 위한 주요한 수요 창출 방법이다.

한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휴대전화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3~4년 지나면 새 것으로 교체한다. 실제로 4년 이상 전화기를 사용하면 기계장치 혹은 소프트웨어에 탈이 나서 계속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전화기를 생산하는 재벌기업들이 의도적으로 몇 년 이상 편안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기계장치  혹은 소프트웨어 운용 방법을 그렇게 만든다는 속설도 있다. 100만원을 넘기도 하는 고가의 휴대전화기를 사면 10년 이상은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과 안정성을 갖추도록 하고,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이를 기업에 강제해야 할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대상화된, 스스로의 힘을 잃어버린 주권자들이 조금이라도 깨어나 자본주의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것을 거부하고 새 물건을 사는 것에 저항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필요없는 물건을 공장에서 엄청나게 찍어내는 악습을 중지시키는 길이다.

제품을 살 때 확인하는 환경표지제도, 저탄소제품 인증제 라벨 / 사진. 환경부
제품을 살 때 확인하는 환경표지제도, 저탄소제품 인증제 라벨 / 사진. 환경부

셋째, 함께 쓰자. 글쓴이와 번역자는 "공유하자"라고 썼지만, "함께 쓰자"라는 말이 적당해 보인다. 과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광풍 속에서 철저히 고립화되어 나쁜 의미의 개인주의에 찌든 삶을 살아가는 한국의 시민들은 함께 쓰는 법을 거의 모른다. 예전에는 기업체 사장 정도의 지위를 가지는 사람이 탔던 자가용 승용차는 이제 중하층 서민들까지 소유하는 물건이 되었다. 나아가 집집마다 차 한 대가 아니라 사람마다 한 대씩 가져서 한 집에 승용차가 2대, 3대 있는 경우도 많다. 가끔씩 쓰는 물건을 사람마다 사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빌려서 쓰는 것이 훨씬 이익이 되고 합리적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승용차가 필요할 때 이를 빌리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다. 혹은 몇 가정이 차를 공동으로 구입해서 보유하고 일정을 조정하여 각자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기본적으로 매일 생활에서 자가용 승용차가 필요없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의식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역시 자동차에 대하여 기후부담금을 높게 매겨서 시민들이 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빌리는 것이 훨씬 득이 된다는 인식을 갖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의 일반화와 함께 앞으로 자동차는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아 나갈 것이다. 

같은 책에 실린 "소비주의의 폐해"라는 글을 쓴 애니 로리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숫자를 통해 실감있게 전해준다. 

"미국에서 상위 1%에 속한 미국인은 평균적 미국인보다 열배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평균적 미국인은 프랑스인보다 3배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평균적인 프랑스인은 방글라데시인의 배출량 대비 열배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자본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나라의 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항목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 개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물론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대체에너지를 개발, 상용화하고 전기자동차의 확산이 필요하지만, 인류가 그동안 유지해오던 생활 습관을 그대로 가져가서는 그러한 기술적 방법들은 기후위기 해소의 방법이 될 수 없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일상의 삶을 만들어 나가면서 동시에 탄소배출을 유지, 확대, 강화하는 정책을 펴나가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저항해야 한다. "최신형 테슬라 전기차를 사는 것보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를 계속 타는 것이 (기후위기를 부추기지 않는) 정답이다"

저탄소를 위한 생활수칙 / 사진.환경부
저탄소를 위한 생활수칙 / 사진.환경부

물건 사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내구성이 있는 제품은 수리해서 사용하고, 나날이 쓰는 물건이 아니고 가격도 높은 물건이라면 공동사용을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과소비를 줄여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삶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성장의 신화'를 깨어야 한다. 결국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소비자의 삶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현재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자동차 산업,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산업의 정체와 축소를 전제로 해야 가능한 일이다.

기후변화를 인류와 지구 생물의 멸종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기후변화를 진짜 위기로 인식한다면 자동차 산업과 전자산업을 줄이는 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멸종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년 안에 인류 상당 부분이 자연재해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이 자동차와 휴대전화와의 달콤한 밀월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자동차를 타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편리한 휴대전화를 완전히 버리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 산업분야를 축소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논증을 하고 있다. 

[기고]  성상희 / 변호사. 생명평화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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