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죽음 위에 세워진 축제, 그냥 두시겠습니까"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 3일 오후 작은 제사상이 차려졌다. 12회째를 맞은 대구 대표 축제인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위해 희생된 닭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닭에게 기도하며 명복을 빌고, 제사상 위에 헌화하거나 향을 꽂기도 했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치맥보다 닭의 삶이다", "전환, 죽임없는 축제로", "비거니즘 기후정의"라는 내용이 적혔다.
이들은 치맥페스티벌이 "인간의 유희를 위해 많은 닭들을 희생시키는 인간중심적, 반환경적 축제"라며 "축제 중단"을 요구했다.
비건베이커리 책빵고스란히, 대구동물권행동 비긴 등 15개 단체가 모인 '대구N맥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치맥축제는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소비문화를 조장한다"며 "축제 중단"을 요구했다.
조직위는 "대구치맥페스티벌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겠다며 친환경 축제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치맥축제는 비인간 동물을 착취하고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공장식 축산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반환경 축제"라며 "단순한 유희를 추구하는 것은 지역 문화의 형성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치맥축제는 다른 동물의 대상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동물권 침해와 기후위기 심화와 같은 환경 문제, 치킨 산업 이윤을 위해 많은 세금을 쓰면서도 시민 참여는 소비자로서만 가능하다"며 "대구시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축제에 투자하고,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대구시에 ▲치맥페스티벌 중단 ▲시민 참여 축제 지원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축제 세부 지침 마련 ▲동물권 교육 추진 ▲채식 환경 조성을 위한 조례 제정 등을 요구했다.
권빛나리 채식평화연대 사무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많은 동물을 착취하고, 지구를 파괴하는 축제들이 다시 생기고 있다"며 "누군가의 죽음이 아닌 공존을 꿈꾸는 축제로 함께 상상하고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효 '대구동물권행동 비긴' 활동가는 "정부의 축산물 안전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한민국에서 축산에 의해 목숨을 잃은 닭은 5억명(命)이나 된다"면서 "잔혹한 육식의 세계를 탈피하는 탈육식으로 그들의 운명을 뒤바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직위는 오는 5일 오후 중구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에서 '대구치맥페스티벌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동물권과 지속가능성, 시민 참여와 축제의 의미 등 치맥축제와 관련한 토론회를 갖는다. 오는 6일과 7일에는 치맥축제가 열리는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동물을 이용한 산업의 잔혹함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진실의 큐브'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 오는 8월 31일과 9월 1일 이틀간 중구 북성로 대화의장에서 '제3회 대구N맥페스티벌 & 제4회 공존을 꿈꾸는 모두의 영화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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