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삶은 동물 해방", "고기가 아닌 친구로 만나"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대구N맥페스티벌'에 참여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사 시작을 알렸다. 얼굴과 개성을 잃어버린 채 고기가 돼버린 동물도 자신만의 삶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동물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대구 중구 북성로 '대화의장'(중구 북성로 104-15)에서 31일 오전 제3회 대구N맥페스티벌이 열렸다. 제3회 N맥페스티벌 기획위원회는 31일부터 오는 1일까지 이틀간 비건(Vegan.채식주의) 음식 시식회, 제로웨이스트 장터를 포함해 낭독극, 공연,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N맥축제'는 대구동물권행동 '비긴'과 '책빵고스란히' 2개 단체가 제안해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됐다. 'N맥'은 치킨 없이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더해 N개의 삶과 방식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대구지역 대표 축제인 '대구치맥페스티벌'에서 많은 양의 1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하고, 인간의 유흥을 위해 많은 닭들이 희생되는 것이 동물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후위기와 동물권의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지구당, 채식평화연대,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진보당·정의당·녹색당 대구시당 등 12개 환경·동물권·시민단체와 정당 등이 함께했다.
축제가 시작된 이날 오전 시민 20여명이 행사장을 찾아 전시를 둘러보고 체험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축제는 오후 9시까지 진행하고, 내일(1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다.
행사장 한 켠에는 대구 지도 위에 '대구 동물권 침해 현황'이라는 내용으로 곳곳에 점이 찍혔다. '달성군 소힘겨루기 대회', '대구치맥페스티벌',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 등 행사와 개발로 동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들을 표시했다. 지도를 본 시민들은 "몰랐다",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들이 희생돼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도를 본 시민 강민정(28)씨는 "동물들이 불필요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서 충격적이었다"면서 "이런 내용들이 널리 알려지면 시민들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예림(26)씨도 "지도와 함께 설명이 있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며 "동물이라는 이유로 인간들이 아무렇지 않게, 무감각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 반대편에는 '종(種. species) 차별'과 '동물해방'에 대한 질문이 적혀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곳에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종에 따라 인간이 기대하는 이미지가 고착돼 있다", "동물해방은 인간과 다른 종이 자기 모습대로 함께 사는 세상", "모두가 안전함을 느끼는 세계"라는 다양한 의견이 실렸다.
전시회를 마친 뒤 '비건 음식 시식회'를 진행했다. 새송이버섯으로 만든 치킨이 식탁에 놓였다. 시민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는 "뭘로 만든 거냐"고 물었지만, 음식을 먹고 나서는 "닭의 식감은 느껴지지 않는데 치킨만큼 맛있다"고 호평했다.
김기훈 N맥축제 기획위원은 "여전히 치맥페스티벌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지만, 반대로 N맥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축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맞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는 시민들이 축제에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루(활동명) '대구동물권행동 비긴' 대표는 "동물과 인간이 친구라는 평등한 관계로 만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면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이 다른 종들과 평등하다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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