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59)씨와 팬 102명이 김장호(55)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이승환씨의 연예기획사인 드림팩토리(Dream Factory.드팩)에 26일 확인한 결과, 이승환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이승환씨의 35주년 구미 콘서트를 취소 결정한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소송 대상에서 제외했다.
소송 원고는 이승환씨를 포함해 공연 예매자 102명이다. 청구 금액은 이승환씨는 1억원, 공연 예매자들의 경우 1인당 50만원이다. 전체 103명이 김 시장을 상대로 1억5,1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셈이다. 전체 청구금액은 드림팩토리의 경제적 손해까지 더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손해 내용에 대해서는 임재성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설명했다. 임씨는 "구미시의 부당한 공연 취소로 인해 드림팩토리가 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며 "이승환씨 역시 경제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1,000여명이 넘는 공연 예매자들도 가수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더 많은 예매자들과 함께 소송을 진행할 수 있으나 "신속한 절차와 실무적 부담 등을 고려해 예매자 102명만을 소송 원고로 정했다"며 "이승환씨와 논의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일체 비용은 이승환씨가 자부담하기로 했다. 손배소송에 참가할 공연 예매자들에 대한 신청 절차는 이승환씨에 협의해 오는 12월 30일 전까지 이승환씨의 팬카페 등을 통해 공지할 계획이다.
이승환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공연을 위해 헌신하는 스태프들과 밴드 멤버들은 공연 취소의 또 다른 피해자들"이라며 "공연기획사 '하늘이엔티(구미 콘서트 공연 기획 담당)'는 '드림팩토리' 요청을 받아들여 미약하나마 (스태프 등에게) 피해를 보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음향팀, 조명팀, 구조물팀과 헤메팀(헤어와 메이크업), 영상장비팀, 무대 크루, 테크니션, VJ팀에게는 견적 40%를, 밴드 멤버에게는 세션비 50%를 지급할 것"이라며 "그들이 없으면 제 공연도 없다. 스태프들과 밴드에게도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 경호팀은 비용을 받지않겠다는 의사를 전해 제외됐다.
구미시는 지난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예정된 이승환씨의 헤븐(HEAVEN) 콘서트를, 공연 이틀 전인 지난 23일 취소시켰다. 올해 7월 31일 이씨 측이 콘서트를 위해 대관 신청을 했고 구미문화예술회관이 대관을 승인하면서 이씨 측은 티켓 판매를 시작해 1,200석 전석이 매진됐다. 하지만 관리 주최인 구미문화예술회관 의사와 상관 없이 운영 주최인 구미시가 이승환씨의 공연을 취소했다.
김 시장은 지난 23일 구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환씨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이승환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고, '정치적 선동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면서 "지난 10일에도 이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이씨는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되니 좋다'는 정치적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자유대한민국수호대(대장 이상혁) 등 12개 보수단체는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씨 콘서트를 "탄핵 축하 공연"이라며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현수막을 설치했다. 김 시장은 이들 활동을 근거로 "안전을 위한 공연 취소"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들은 공연 당일 회관 인근에서 집회를 예고했다. 보수단체는 이씨가 지난 13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집회에서 무료콘서트를 개최한 걸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공연 취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파장이 일었다. 단체장과 지자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예술가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김 시장과 구미시를 비판이 쏟아졌다.
음악인 2,645명이 참여한 '음악인선언준비모임'은 24일 긴급 성명에서 "헌법을 위배한 대중음악사의 부끄러운 오점,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라고 규탄했다. '뮤지션유니온'도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아티스트와 공연 스태프 생계를 위협하고, 팬과 관객의 공연향유권을 침해한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논조는 성명과 논평, 시민들은 구미시 사회관계망(SNS)과 전화로 항의했다.
김 시장은 비판이 쏟아지자 이번엔 언론을 통해 항변했다. 그는 26일자 <매일신문> 기고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며 원색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보다 시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며 "진영간의 첨예한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순수한 문화예술의 장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화합을 도모할 서약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로 60세를 맞는 이승환씨의 연륜인데, 분열을 조장하는 모습은 대중 기억 속에 잊힐지 모른다는 자기 내면의 불안함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측은한 마음이 들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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