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또 예술 작품으로 논란이 발생했다.
이번엔 대구아트웨이(DAEGU Artway)가 오픈갤러리에서 '노무현 작품' 철거를 지시했다.
전시된 20여점 중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작품 6점만 전시장에서 치우라고 한 것이다.
장소를 대관해 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정치적 목적의 전시는 원칙상 불가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최 측은 "부당한 정치 검열"이라며, 항의 차원에서 조기에 전체 작품을 철거하기로 했다.
앞서 봉산문화회관이 '윤석열 비판' 그림을 이유로 전시실을 폐쇄한데 이어 두번째다. 대구지역 공공 전시 시설에서 '정치'를 이유로 예술 작품들이 잇따라 '검열 대상'에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 수성구 범어역 내 '대구아트웨이'에서 25일 현재 여러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대구아트웨이 운영 주최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2025 대구아트웨이 오픈갤러리'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전시를 받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 전시회를 위한 정기·수시 대관 신청을 하면, 내부 심사위원회가 심사를 한다. 이어 최종 승인이 떨어지면 전시 장소를 대관해주는 방식이다.
퇴직 교사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실천연대'는 이 곳에서 22~26일까지 오픈갤러리에서 '생평 평등 평화 통일 서각 전시회'를 열고 있다. 모두 11명의 작가들이 23개의 서각 작품을 제출해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들 단체는 앞서 정식 절차를 밟아 진흥원으로부터 정기 대관을 승인 받았다.
전시된 작품은 임호원 작가의 '인내천', 이영수 작가의 '선하지', 신종호 작가의 '사인여천', 조용길 작가의 '동학의 주문', '최제우 선생 초상화', 한상철 작가의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향한 함성, 동학농민운동' 등이다. 대체로 동학농민운동의 사상이나 동양철학 중 생명과 평화, 평등 등의 의제를 담고 있다. 나무 판화에 그림이나 글씨 등을 새긴 서각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전시 이틀째인 지난 23일 진흥원은 전시된 작품 중 6점에 대해 "철거"를 지시했다. 진흥원은 "6점이 정치적 목적 전시 불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9월 24일 오전까지 작품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한상철 작가의 '내 마음 속 대통령' ▲'바보 노무현' ▲'손녀와 자전거' ▲변태석 작가의 '대붕역풍비' ▲신종호 작가의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조용길 작가의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등 6점이다.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있거나 그의 유명 어록이 담긴 작품들이다.
진흥원은 이 6점을 '정치적'이라고 판단해 전시회장에서 치우라고 요구했다. 주최 측은 진흥원의 지시에 반발하고 있다. 면담까지 했으나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결과 주최 측은 예정된 전시 일정을 채우지 않고, 항의하는 차원에서 26일 일찍 전체 작품을 한꺼번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인지원팀 관계자는 25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당초 정치적 내용을 다룬 작품은 전시할 수 없다고 사전에 공지했다"며 "그런데도 주제와 맞지 않는 작품을 전시해 철거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또 "내부 규정상('대구문화예술진흥원 규정집 대구아트웨이 내규') 정치를 목적으로 한 작품은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내규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특정 정치인을 명시한 작품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어 "전시 주제만 정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전시하는지 몰라 발생한 일"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규정을 변경해 어떤 작품이 전시되는지 신청 단계에서 이미지 파일을 첨부해 심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시 주최 측은 정치적이라는 기준이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김형섭 평화통일실천연대 담당자는 "생명과 평등, 평화, 통일 주제의 전시라고 애초에 명시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생전 평등사상과 생명사상을 중심으로 정치를 펼쳐 작품에 포함됐는데, 왜 정치적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게 정치적인 것 아니냐. 도대체 정치적 잣대를 누가 정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동대구역에는 박정희 동상을 세우면서, 왜 노무현 작품 전시는 안되는 것인가. 그것이 더욱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찬교 평화통일실천연대 회원도 "정치가 아닌 민주주의 정신, 시민참여 정신을 다룬 작품들인데, 정치적 색깔 작품이라고 낙인찍어 내리라는 것은 예술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대구의 예술 작품 정치 검열은 처음이 아니다. 대구미술관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 초상화 작품이 걸리자, 지역의 예술가가 이를 풍자한 작품을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전시했다가 전시실이 폐쇄됐다. 봉산문화회관은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한 홍성담 작가 작품을 철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시실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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