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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이승환 콘서트 취소 논란..."입틀막,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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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예술회관 운영 주최인 구미시
'정치적 언행 않겠다' 서약서 요구
"십자가 밟기 강요, 부당" 법적 대응
구미시 "보수단체 집회 안전상 이유"
예술단체 "문화예술 검열 암흑 역사"
정치권도 "독재 시대 망령 부활" 규탄
시민들 구미시 SNS에 비판성 댓글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59)씨 콘서트 대관 장소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콘서트장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서약서에 이씨가 서명하지 않았다는 게 취소 이유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이씨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 무료콘서트를 개최한 활동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대관 취소를 압박하자, "안전상 이유"로 대관을 철회했다는 게 구미시 입장이다. 

이씨는 즉각 반발했다. "법적 근거도 없는 부당한 결정"이라며 구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예술계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문화예술에 대한 검열과 통제로, 헌법 가치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구미시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SNS)에 시민들의 비판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승환 콘서트 '헤븐' 포스터 / 사진.드림팩토리
이승환 콘서트 '헤븐' 포스터 / 사진.드림팩토리

구미시(시장 김장호)와 이승환씨 측의 말을 24일 종합한 결과, 이승환씨는 오는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데뷔 35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HEAVEN(헤븐)'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 주최인 구미시는 이씨의 콘서트를 이틀 앞두고 갑작스럽게 대관 취소를 결정했다. 

◆ 이승환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에 "구미시가 일방적으로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을 내려 유감"이라며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하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구미시는 경찰을 통해 적절한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구미문화예술회관 측에서 요구 받은 서약서 사진을 올렸다. 서약서에는 '대공연장 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겠음', '기획사 (주)하늘이엔티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2가지 내용의 요구안이 담겼다. 기획사 대표자와 가수 이승환씨의 서명란은 빈칸으로 남았다. 

구미시가 이승환씨에게 요구한 서약서 / 사진.이승환씨 인스타그램
구미시가 이승환씨에게 요구한 서약서 / 사진.이승환씨 인스타그램
이승환씨 기획사가 구미 공연 전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올린 공지 / 사진.드림팩토리
이승환씨 기획사가 구미 공연 전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올린 공지 / 사진.드림팩토리

때문에 이씨는 "대관 취소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아니겠냐"며 "대관 규정에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 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일요일 특정 시간(22일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음악인이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기독교 탄압 정책의 일환으로 정치적, 종교적 탄압을 빗댄 말)'를 강요당했다"면서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고 한탄했다. 

이씨는 지난 13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집회에서 무료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 김장호 구미시장은 같은 날 구미시청에서 긴급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시장은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제9조)에 따라 공연 대관을 취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기회사 측이 반대 의사를 서면을 통해 밝혀왔다"면서 "이후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24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일부 보수단체들이 계속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공연 당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해 안전상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며 "재개할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승환 콘서트 취소 관련 김장호 구미시장의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2024.12.23) / 사진.구미시
이승환 콘서트 취소 관련 김장호 구미시장의 입장문 발표 기자회견(2024.12.23) / 사진.구미시
"정치가수 이승환 콘서트 구미시는 대관을 취소하라" 구미시청 앞에 걸린 보수단체의 현수막 / 사진.자유대한민국수호대
"정치가수 이승환 콘서트 구미시는 대관을 취소하라" 구미시청 앞에 걸린 보수단체의 현수막 / 사진.자유대한민국수호대

자유대한민국수호대(대장 이상혁)를 포함한 12개 전국 보수단체는 지난 19일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승환 콘서트는 탄핵 축하 공연"이라며 "구미시는 콘서트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탄핵 찬성 무대에 올라 정치적 발언으로 국민 분열에 앞장선 사람이 이승환"이라며 개인 콘서트에서 정치 발언을 한 이승환이 다시 구미에서 정치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구미시는 정치 가수 이승환씨에 대한 대관을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수단체 인사들은 이승환씨의 콘서트를 앞두고 구미시청 앞 일대에 '이승환의 탄핵 추가 공연 구미시는 즉각 취소하라', '구미시민 갈라치는 정치 공연, 구미시는 즉각 취소하라', '정치 가수 이승환 콘서트, 구미시는 대관을 즉각 취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공연 당일 집회도 예고했다. 

◆ 콘서트 취소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이  잇따랐다.  

음악인 2,645명이 참여한 '음악인선언준비모임'은 24일 긴급 성명을 내고 "문화예술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구미시는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규탄했다. 또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돼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미경실련은 24일 성명서를 통해 "자유와 저항, 반전을 노래한 밥 딜런(미국 포크가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시대에 김장호 입특막 시장은 우물 안 개구리냐"며 "공연일을 조정하고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구미시의 SNS에는 "내란도시", "독재 옹호 도시", '계엄도시" 등 시민들 비판성 댓글이 달리고 있다.

구미시가 운영하는 SNS 계정에 비판성 댓글리 달리고 있다.(2024.12.24) / 화면 캡쳐
구미시가 운영하는 SNS 계정에 비판성 댓글리 달리고 있다.(2024.12.24) / 화면 캡쳐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이영수)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무료콘서트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구미 콘서트를 취소한 것은 김 시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여실히 보여준 문화예술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김 시장은 이승환씨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비판했다. 

임미애(비례대표) 민주당 국회의원도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표현의 자유와 문화 독립성을 훼손한 결정"이라며 "정치적 이유로 예술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독재시대 망령을 부활시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승환씨 팬들은 환불 받은 티켓 비용을 좋은 곳에 쓰겠다며 '기부 릴레이 운동'으로 항의했다. 일부 팬들은 24일 오후 2시 구미시청 앞에서 구미시를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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