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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문명고 학부모들 "친일 교과서 안돼"...'교과서 선정 취소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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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고3 학부모 이승민(51), 이윤숙(52)씨
9일 대구지법에 임준희 문명고 교장 상대
'교과용도서 선정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소'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관 갖고 살지 않길"
문명고 "소장 확인한 뒤 검토해 대응할 것"

경북 경산시에 있는 사립 문명고등학교의 '친일·독재 미화' 논란 한국사 교과서 채택에 대해, 학부모들이 "선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각각 문명고 예비 고3 아들을 둔 학부모 이승민(51)씨, 이윤숙(52)씨는 9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 임준희 문명고 교장을 상대로 '교과용도서 선정처분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또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학교에 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정효력정지 가처분'도 이날 함께 신청했다.

문명고 예비 고3 아들을 둔 이승민씨가 소송 제기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예비 고3 아들을 둔 이승민씨가 소송 제기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5.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승민씨는 "전국 어느 학교도 채택하지 않는 교과서를 유일하게 문명고만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며) 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교과서 채택으로 문명고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올바르지 않은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윤숙씨는 "수능을 잘 치고, 못 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며 독재자들이 교과서에서 미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경각심을 갖게 됐다"면서 "내용적으로 문제가 많은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채택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명고 불량 한국사 교과서 선정 취소소송 돌입 기자회견'(2025.1.9.대구지방법원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불량 한국사 교과서 선정 취소소송 돌입 기자회견'(2025.1.9.대구지방법원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는 소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역사 교육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채택 취소"를 요구했다.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용기)'는 이날 오후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는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 선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의 근본적 문제는 불량 교과서라는 데 있다"며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도와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 용어 혼용, 음력·양력 표기 오류 등이 확인된다고 학계 전문가와 현직 역사 교사들이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량 한국사 교과서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고, 올바른 교육을 받을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문명고는 교과서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면서 "잘못된 역사의식이 초래한 우리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부끄러운 역사의 되풀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미현 전 전교조 경북지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2025.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손미현 전 전교조 경북지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2025.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손미현 전 전교조 경북지부 사무처장은 "대한민국 헌법은 친일·독재 미화, 잘못된 역사를 가르칠 권리를 학교와 교사에게 보장하고 있지 않다"며 "정치적·파당적·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육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문명고 측은 "소장을 받아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9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소장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소장이 학교로 오면 그때 검토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명고가 올해 1학기부터 사용할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일반고 중 유일하게 문명고등학교만 해당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장기 집권으로 서술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끔찍한 삶을 살게 했다"고 표현해 위안부 역사를 축소 기재했다는 지적 등을 받고 있다.

문명고는 지난해 12월 "우편향 교과서와 좌편향 교과서를 모두 사용해 균형 있는 역사의식을 가르치겠다"며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이외에 나머지 검·인정 교과서 8종 가운데 하나를 선정해 수업에 보조교재로 사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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