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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교과서' 논란 경산 문명고 "선정은 재량"...역사단체 "독립운동·위안부 서술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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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희 교장 '역사교과서 논란' 기자회견
"검정 통과한 교과서, 선택은 교사 권한"
'역사 왜곡' 지적에 대해선 "집필자 재량"
'교과서 재선정' 가능 여부 묻자 "없다"
언론과 시민단체 상대로 "법적 대응 검토"
민문연 "다른 교과서와 달리 위안부 축소"
대책위 "가해국 입장 담아, 해명 말 안돼"

'친일 독재 미화' 논란의 '뉴라이트' 성향 한국사 교과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채택한 경북 경산 사립고 문명고등학교가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다. "교과서 기술과 선택은 재량"이라는 게 핵심 주장이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21일 오전 경산 백천동 대신대학교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가 친일·독재 옹호 교과서였다면 검정 과정에서 걸러졌을 것"이라며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선정하는 것은 교사들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채택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4.11.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임준희 문명고 교장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채택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4.11.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임 교장은 "교과서 검·인정 체제의 장점은 획일화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문제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정말 문제가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친일과 독재 옹호 교과서 논란에 대한 학교 입장"을 묻자, 그는 "학교에서는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논란이라고 볼 수 없고,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믿고 통과시켰다"면서 "이승만 정권이 독재 정권도 맞고, 교과서에 기술된 것처럼 집권 연장도 맞다. 어느 표현을 사용할 것인지는 집필자의 재량"이라고 답변했다.

해당 교과서에 "열악한 조건으로 일본과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기술된 부분에 대해서는 "본문 내용이 아니라 토론 과제에서 예시를 든 부분이고, 해당 내용의 앞뒤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 "앞부분에는 '국권 회복을 위해 총칼을 들고 일어난 의병의 애국정신은 존경하지만'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상황은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구한말 상황"이라며 "상황에 대한 내용을 빼버리니 일제 강점기 때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의병들을 폄하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명고 교과서 선정 관련 언론 브리핑'(2024.11.21.경산 백천동 대신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교과서 선정 관련 언론 브리핑'(2024.11.21.경산 백천동 대신대학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교과서 채택을 재고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시 할 이유가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임 교장은 "교과협의회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교사들이 판단했기 때문에 존중한다"며 "문제가 있다면 수업 과정에서 보조 교재 등을 통해 충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친일 프레임으로 문명고의 명예를 훼손한 언론과 단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교장은 "교과서 선정은 교권보호특별법 상 대표적 교권"이라며 "문명고에 불법 부당한 압력과 개입을 한 일부 관계자와 언론에 대해서는 부조리신고센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문명고가 내년 1학기부터 사용할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일반고 중 유일하게 문명고만 해당 교과서를 채택했다. 또 현직 문명고 교사가 해당 교과서 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내가 선택한 국권 수호 운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해 보자"라는 질문 예시에 "열악한 조건으로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본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생명만 희생될 뿐이다"라고 표현돼 있다. / 자료. 민족문제연구소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에 수록된 "내가 선택한 국권 수호 운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해 보자"라는 질문 예시에 "열악한 조건으로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본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생명만 희생될 뿐이다"라고 표현돼 있다. / 자료. 민족문제연구소

해당 교과서는 개항기 국권 수호 운동 단원의 '항일 의병 투쟁'과 '애국 계몽 운동' 중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해보자는 탐구 자료 예시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총칼을 들고 일어난 의병의 애국정신은 존경하지만, 열악한 조건으로 일본군과 싸워 이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본다. 오히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생명만 희생될 뿐이다"고 서술해 역사학계로부터 의병 투쟁을 폄하한 서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이승만과 자유당 정권은 '장기 집권'을 위해 개헌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에 한해 중임 재한을 철폐한다는 요지의 개헌안을 제출했다"라고 했으며, "일제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젊은 여성들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로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했다"는 등 일본군 '위안부'의 성착취 피해 사실에 대해 추상적으로 표현해 위안부 역사를 축소 기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문명고 이젠 그만. 불량 역사 교육 시도 멈춰" 피켓팅(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 이젠 그만. 불량 역사 교육 시도 멈춰" 피켓팅(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시민단체는 문명고 교장의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구한말 시기인 1895년부터 의병 투쟁 등이 발생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군 '위안부' 서술 부분에 대해서도 "한일 문제의 가장 첨예한 부분을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 모두 일제가 조선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시기"라며 "1895년 을미사변 이후부터 1945년 독립까지를 독립운동 시기라고 본다"고 밝혔다. 때문에 "1904년 러일전쟁부터 실질적으로 국권이 피탈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1910년 경술국치 이전과 이후를 구분한다는 해명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일 문제 중 가장 첨예한 부분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인데, 비중 높게 다뤄야 할 사안에 대해서 축소해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당 교과서를 제외하고 다른 한국사 교과서들을 본 결과, 여성들의 성착취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용기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 대응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일제 강점기에 국민들이 수많은 고통을 겪었고, 일제는 가해국으로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면서 "가해국의 입장이 반영된 서술이 담긴 교과서 채택에 대해 '재량권'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문명고 앞에서 "친일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 철회"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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