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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친일교과서' 비판에 복수교재 채택..."역사왜곡인데 이념몰이, 꼼수"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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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이 외에
또 다른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하나 택 1
전체 한국사 교과서 9종 학부모들에 공개
신청자 3명 불과...보조교재 사용 교사 재량
교장 "좌우 균형 교육, 혼란 부추기지 말라"
시민단체 "옮고 그름 문제인데 이념대결 몰아"
"논란의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철회" 촉구

'친일, 독재 미화' 논란의 한국사 교과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채택한 경북 경산에 있는 사립 문명고등학교가, 한국사 수업에 논란의 교과서 이외에 또 다른 한국사 교과서를 보조교재로서 복수채택하기로 했다.

이념 성향이 다른 교과서를 채택해 학생들에게 균형 있는 역사관을 가르친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논란의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라며 "이번 논란은 옮고 그름의 문제지, 이념의 문제가 아닌데도 문명고가 마치 이번 논란을 이념 대결로 몰아가는 꼼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했다. 때문에 "논란의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채택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문명고 이젠 그만. 불량 역사 교육 시도 멈춰" 피켓팅(2024.11.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문명고(교장 임준희)에 17일 확인한 결과, 내년 1학기부터 사용되는 한국사 수업에 한국학력평가원이 출판한 한국사 교과서 이외에 나머지 검·인정 교과서 8종 가운데 하나를 선정해 수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미 채택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주교재로, 나머지 교과서는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직 보조교재로 쓸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당초 문명고는 이날 오후 학교 교장실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국사 교과서 9종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신청자가 3명밖에 없다는 것을 이유로 행사를 취소했다. 대신 학부모들을 개별적으로 학교에 초청해 교과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문명고는 보조교재 채택에 대해 우편향 교과서와 좌편향 교과서를 모두 사용해 균형 있는 역사의식을 가르치겠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채택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4.11.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임준희 문명고 교장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 채택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2024.11.21)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17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교과서를 선택하든 이념이 편향됐다고 하니 두 종을 채택해 좌우 시각을 다 볼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며 "균형 있는 역사 의식을 아이들에게 교육시키기 위해 다른 시각에서 쓰인 교과서도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교재에서 다루지 않았던 것들 또는 다른 시각에서 기술한 것들을 선생님들이 가르치겠다는 의미"라면서 "어떤 교과서를 선택하는지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의 전문성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지역 시민단체는 문명고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좌우 이념 문제가 아니"라며 "역사 왜곡 논란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촉구했다. 

'문명고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 철회 촉구 기자회견'(2024.12.17.경북 경산 백천동 문명고 앞) / 사진 제공.전교조 경북지부
'문명고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 철회 촉구 기자회견'(2024.12.17.경북 경산 백천동 문명고 앞) / 사진 제공.전교조 경북지부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상임대표 이용기)'는 17일 오후 경산 백천동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명고는 한국사 교과서 1종을 보조 교재로 사용하겠다며 역사 왜곡 한국사 교과서 문제를 좌우 대결로 몰고 가려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좌우 대결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불의, 인권과 반인권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친일과 독재는 소수 권력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사회구성원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불의와 반인권 행위를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해서는 안된다"며 "교육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정의에 따라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친일과 독재 미화 한국사 교과서 채택 문제를 좌우 대결의 문제로 만드는 시도를 문명고 교장과 재단 이사장이 끊임없이 하는 것을 볼 때,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시도로 교육을 이용해 문명고 학생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라며 "문명고는 한국사 교과서 1종을 보조교재로 추가한다는 꼼수가 아니라,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 검·인정 취소로 인한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용기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한국학력평가원의 불량 한국사 교과서 검·인정 과정과 문명고의 교과서 채택 문제에 대해 학부모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법적 대응과 시민 홍보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문명고가 해당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문명고가 내년 1학기부터 사용할 한국학력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일반고 중 유일하게 문명고만 해당 교과서를 채택했다. 또 현직 문명고 교사가 해당 교과서 저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장기 집권'으로 서술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끔찍한 삶을 살게 했다"고 추상적으로 표현해 위안부 역사를 축소 기재했다는 지적 등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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