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노동자가 숨졌지만 사업주에게 또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경북 포항에서 지난해 발생한 50대 벌목 노동자 A씨의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업체 대표와 현장소장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인에 내려진 벌금 100만원이 처벌의 전부가 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박진숙)은 13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B벌목업체 대표이사 50대 C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표이사 C씨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장소장 D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산재사망에 대한 업체 책임자 두 사람 모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다만 법인에 대해서만 벌금 100만원을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측이 유족과 합의해 처벌 불원을 요청한 점 ▲중대재해처벌법 동종 전과가 없는 점 ▲영세 사업장인 점 등을 들어 양형 이유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2024년 1월 29일 오후 4시쯤 포항시 남구 대송면 장동리 야산에서 포항시가 발주한 '2025년 소나무재선충병 긴급 방제사업'에 투입돼 일을 하던 중 숨졌다.
당시 동료들과 함께 약 6m 높이의 나무를 벌목하던 중 쓰러진 나무에 깔렸다. B벌목업체는 직원 수가 7명인 소규모 사업장이다.
이 같은 산재사망이 지역에서 잇따르고 있지만 사업주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실형은 한 번도 내려진 적이 없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지 3년째 대구경북에서 이를 위반한 사업주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적은 0건이다. 징역형이 나와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수백만원 벌금을 내는 게 고작이다.
대구고용노동청은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산재사망과 관련해 151건을 수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위반' 사실이 확인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은 33건에 불과하다. 송치율은 21%로, 산재사망 5건 중 1건만 검찰로 넘긴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에 대해 징역형 등 실형이 선고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노동자들을 사망으로 내모는 주범"이라고 규탄했다.
송무근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야말로 사용자들의 안전불감증과 더불어 노동자들을 사망으로 내모는 주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현재 법 위반에 대한 양형 기준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시급하게 정비해 사업장의 안전 설비나 의식 등을 제대로 정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재해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노동부는 13일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추진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내달 중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고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내용을 보면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방안 마련, 법 위반으로 다수·반복 사망사고 시 법인 과징금 제도 검토, 사망사고 재발 건설사 등록말소 요청 규정 신설 등을 검토한다. 사전 예방 대책과 관련해서는 중대재해가 아닌 경우에도 산재 예방 조치를 위한 긴급 작업중지명령 제도 도입, 원청의 산업재해·안전보건 공시 의무 신설 등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살기 위해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하고, 필요하면 관련 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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