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서 20대 이주노동자가 출근 첫날 폭염 속에 일하다 숨지는 참변이 발생했다.
노동당국이 추정하는 사망원인은 "온열질환"이다. 더위가 노동자들의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다.
현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과 구미경찰서에 8일 확인한 결과, 지난 7일 오후 4시 40분경 구미시 산동읍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하청노동자 A씨가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는 거푸집 설치 작업에 투입됐고, 이날이 첫 출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근 전 동료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뒤 앉은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더위에 사람이 쓰러졌다"며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기를 사용 중"이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방당국이 숨진 A씨의 체온을 잰 결과 40.2도로 나타났다. 당일 구미의 낮 최고기온인 38.3도를 뛰어넘는 수치다.
사고 발생 직후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해당 건설 현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5인 이상 사업장인 원청과 하청업체를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도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8일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이르면 내일 부검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해당 업체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여부를 조사하는 중이다.
대구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라며 "자세한 수사 진행 상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구미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다른 외부 요인이 있는지 확인을 위해 부검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폭염 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사업주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와 이주민단체는 대구노동청에 "철저한 조사와 지도·감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는 8일 성명을 내고 "대구노동청은 해당 건설 현장이 법 위반 사항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는 것과 더불어, 고열장해에 대한 예방조치가 제대로 마련되고 적용될 때까지 노동자들이 다시 투입되지 않도록 지도와 감독을 해야 한다"며 "정부도 현재 가로막힌 '2시간 작업 후 20분 휴식'을 포함한 폭염 대응 규칙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집행위원장 김희정)도 성명을 통해 "온열질환이 사인으로 추정되지만, 이 죽음은 결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무책임이 빚어낸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폭염은 예측과 예방이 가능한데도, 정부의 외면에 노동자들은 또 죽는다"며 "노동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폭염 시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허성훈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지부 사무부장은 "내국인 건설노동자의 경우에도 온열질환 예방에 필요한 물과 그늘,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이주노동자는 더 심했을 것"이라며 "작업중지권도 일반 작업자가 객관적인 중지 사유를 판단하기 어렵고, 폭염 시기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도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보류된 상태다. 이를 의무화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