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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대구시의회는 미동도 없었다...1만여명 청구에도 '박정희 기념조례' 결국 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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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기념사업 폐지 조례안'
13년 만에 주민청구조례 발의
국힘 32명 반대에 부딪혀 좌절
'폐지 찬성' 민주당 육정미 1명
시민단체 필리버스터 등 반발
"독재자 우상화...주민 묵살 규탄"
"국회·정부 찾아 국감 요구할 것"
보수단체 "산업화 지도자 기념"   

대구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대구시의원 33명 중 32명 반대, 1명 찬성으로 '부결'됐다.(2025.9.12.대구시의회 본회의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대구시의원 33명 중 32명 반대, 1명 찬성으로 '부결'됐다.(2025.9.12.대구시의회 본회의장)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 1만여명의 폐지 청구에도 불구하고 대구 박정희 기념조례는 최종 존치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앞으로도 대구시는 계속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는 12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해 표결한 결과, 재석의원 33명 가운데 폐지안 '반대' 32명 '찬성' 1명으로 부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32명 전원 폐지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육정미(비례대표) 의원 홀로 폐지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 앞서 8일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윤영애)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전원 반대(5명)로 부결한데 이어, 본회의에 부의돼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1년 무상급식조례에 이어 13년 만에 주민청구조례가 발의됐으나, 시의회는 그때에 이어 또 주민청구조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1월 16일 주민 1만4,754명은 시의회에 박정희 기념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조례를 접수했다. 이어 5월 이만규 의장이 발의해 넉달만에 상정했지만 최종 문 턱을 넘지 못했다. 

보수진영의 상징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조례를,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대구시의회에서 폐지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다. 지난해 조례 제정 당시에도 육정미 의원 한 사람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제정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1년 만에 입장을 뒤집어 폐지안에 찬성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1만여명의 주민청구조례는 국민의힘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한 셈이다.  

대구시의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찬반 표결한 의원들의 이름이 뜨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찬반 표결한 의원들의 이름이 뜨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기념조례 폐지안이 부결되자 이만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기념조례 폐지안이 부결되자 이만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당 육정미 의원이 박정희 기념사업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당 육정미 의원이 박정희 기념사업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례를 놓고 1년 간 지역사회에서 갈등이 있었던만큼 본회의에서도 의원들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 육정미 의원은 "산업화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유린한 독재자이기도 하다"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권 행보를 위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밀어붙인 것이 이 조례고, 박정희 동상"이라고 말했다. 그 탓에 "불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낭비되고, 시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시의회 34년 역사에서 두 번째 주민청구조례인 것을 감안해 원안대로 가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허시영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를 이끈 지도자"라며 "한국 경제 번영의 뿌리로서 이 조례는 단순 한 인물을 기리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적 공과를 균형있게 조명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또 "이 조례는 정당성을 거친 사업이자, 우상화가 아닌 산업화 정신 계승"이라며 "동상은 눈으로 보는 책이다. 기념사업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조례 폐지와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조례 폐지와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청구조례인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폐지안이 부결되자 시민단체가 대구시의원들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청구조례인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폐지안이 부결되자 시민단체가 대구시의원들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민단체들은 폐지안 부결 소식이 들리자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정희 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주민청구 조례를 부결시킨 시의회의를 규탄한다"며 "시민뜻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해당 조례는 제정 당시부터 합의와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행정독단의 산물"이라며 "다수의 시민들이 반대했음에도 시의회는 홍 전 시장의 거수기를 자처해 조례를 통과하고 독재자 동상을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해 분열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지안 심사 과정에서도 시의회는 청구인 대표 진술권을 거부하고, 공론화 과정은 형식적인 간담회에만 그쳤다"면서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정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의 뜻을 거듭 묵살한 이번 결정에 대해 시의회는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박정희 기념조례의 완전한 폐지와 독재자 박정희 동상이 철거될 때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임성종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시민의 뜻을 저버린 시의회를 용서할 수 없다"면서 "추석 전 9월 말과 10월 사이 국회와 정부를 찾아 박정희 동상과 기념조례의 부당성을 알리고, 2025년 국정감사에서 대구시의 부당 행정이 감사 받도록 조례 폐지 운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대통령 동상 철거는 자유대한민국 말살이다"...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인사들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조례와 동상 존치를 촉구하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정희 대통령 동상 철거는 자유대한민국 말살이다"...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인사들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조례와 동상 존치를 촉구하고 있다.(2025.9.1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보수단체 회원들은 박정희 동상과 조례 존치를 촉구했다. 

(사)박정희와대한민국,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사)박정희대통령현창사업회, 정수회 중앙본부, 대구경북 상청회, 구국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는 존치돼야 한다"며 박정희 동상과 조례 사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이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박 전 대통령 기념조례를 반대하는 이들은 좌편향의 삐뚤어진 역사관으로 점철된 사람들"이라며 "기념사업 방해 활동을 멈추고, 대구시는 기념사업을 가일층 활성화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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