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추가 건립을 대구시가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동대구역 광장에 이어 개관을 앞둔 대구 대표도서관에 두번째 동상을 세우기로 했으나 중단한 것이다.
사업을 밀어붙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제21대 대선에 출마한다며 시장직을 사퇴한데 이어, 동상 건립의 근거인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가 폐지 위기에 몰리자 대구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보류하기로 했다.
대구시 행정과와 공원조성과에 19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오는 10월 개관을 앞둔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 대표도서관' 자리에 6m 높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사업을 잠정적으로 보류했다. 지난해 12월 말 내부 논의 끝에 이처럼 결정했다.
당초 대구시는 지난해 5월 '대구광역시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를 제정했다. 이를 근거로 같은 해 8월 동구 신천동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이라고 명명하고 입구에 높이 5m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세웠다. 이어 넉달 뒤 12월에는 동대구역 광장에 예산 6억원을 들여 3m 높이 박정희 동상을 건립했다.
같은 사업의 일환으로 미군부대 캠프워커 반환 부지인 남구 대명동에 '대표도서관'을 지으면서 그 앞에 두번째 박정희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 또 대표도서관 앞 공원은 '대구 평화공원'에서 '박정희 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과 같은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려 한 셈이다.
모두 홍 전 시장이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린다"며 시작한 일이다. 전국의 시민사회와 박 전 대통령 시절 인권침해 사건 유족들이 "친일 독재자 우상화"라며 반발했지만, 홍 시장은 강행했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한 홍 전 시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며 대구시장직을 내던져 논란의 사업을 추진할 '주체'가 사라졌다. 게다가 동상 건립 사업의 근거인 '박정희 기념조례'에 대해 대구시민 1만4,000여명이 폐지를 청원하는 조례를 청구해 대구시의회에 상정돼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상황이 복잡해지자 대구시는 내부 논의를 통해 추가 동상 건립 보류를 확정했다. 이어 관련 절차를 밟았다. 두번째 동상에 대한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동상 모형까지 제작한 상태라, 매몰 비용이 계속 발생하자 용역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작가에게 제작 경비 2,000만원을 완납했다.
도서관 앞 '대구 평화공원' 이름을 '박정희 공원'이라고 변경하려던 것도 접었다. 공원조성공사변경 당시 공모까지 해가며 명칭 변경을 착수했다. 그러나 더 이상 변경 절차를 밟지 않아 앞서 2017년 7월 21일 공공용물 명칭 변경위원회를 통해 '평화공원'이라고 확정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예산 8억원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건립을 재추진할 수도 있고, 최종 철회할 수도 있다. 재추진할 경우 남은 예산을 그대로 사용한다. 철회할 경우에는 실행 단계에서 부득이하게 취소한 것으로 배정한 예산을 감추경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모든 게 사업을 추진할 추동력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며 "시장님도 안계시고, 추진할 누군가도 없어서 일단은 모두 잠정적으로 보류한 상태"라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이어 "철회나 백지화는 아니고, 멈춘 것이라고 봐야 정확하다"며 "지금으로선 철회나 백지화를 결정할 추동력도 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밖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이렇게나 논란이 많은 사업인데, 누가 함부로 철회하거나 재추진을 결정하겠냐"면서 "아마 한동안 변화 없이 이대로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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