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된 'AI디지털교과서(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의 올해 2학기 신청학교 수가 1학기의 절반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강경숙(58.비례대표) 국회의원이 22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기별 AIDT 신청학교 수 및 사용 비율' 자료에 따르면, 2학기 AI교과서를 신청한 학교는 지난 11일 기준 전체 1만1,000여개교 중 19%인 2,095개교로 나타났다.
올해 1학기에 전국 초·중·고등학교 4,146개교(37%)에서 AI교과서를 사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학기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다만 충북과 전남, 제주는 집계 중으로 합계 수치에서 빠졌다.
대구지역 AI교과서 사용률은 1학기 98.5%에서 2학기 80.9%로 감소했지만, 이마저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당초 AI교과서 전면 도입 방침을 내세웠던 대구교육청이 희망학교 신청으로 정책을 전환하며 사용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 다음으로는 경기 40.5%(1,030곳), 경북 29.1%(264곳), 충남 14.6%(105곳), 울산 13.9%(34곳), 강원 13%(84곳)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교육청들은 모두 사용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전북 9.2%(70곳), 대전 6.6%(20곳), 광주 4.8%(15곳), 부산 4.0%(25곳), 서울 3.6%(49곳), 인천 3%(16곳)였다. 심지어 세종은 0.9%로 사용 학교가 1곳에 불과했고, 경남도 0.59%(6곳)으로 0%대를 보였다.
올해 2학기 AI교과서 신청학교 수를 1학기와 비교하면 모든 지역에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이 1학기 319개교→2학기 49개교(270개교↓)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어 ▲경북 525개교→264개교(261개교↓) ▲부산 238개교→25개교(213개교↓) ▲강원 283개교→84개교(199개교↓) ▲전북 258개교→70개교(188개교↓) 순이었다. 대구는 전체 466개 학교 중 458개교→376개교로 82개교 줄었다.
대구지역 교원단체는 이에 대해 "자율 선정이 아닌 강제 도입"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지부장 김도형)는 22일 논평을 내고 "전국 시.도교육청 AI 디지털 교육자료 채택률은 19%지만, 대구는 이를 4배나 웃도는 80.9%라며 "전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 채택 과정에서 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됐는지 의문이 생기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들은 AI 디지털 교육자료 사용을 희망하지 않으나 학교장이 지속적으로 채택을 강요한다는 제보들이 들어온다"면서 "대구교육청과 학교 관리자들이 교사들의 자율적인 결정과 판단을 막고 있다"고 규탄했다.
신수정 대구교사노조 대변인은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1학기 대구 AI교과서 사용률 98%나 2학기 80%나 사실상 체감은 동일한 것 같다"면서 "교과서도 아닌 교육자료를 대구교육청이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어 "AI교과서가 정말 좋은 자료라면 교사들도 적극 사용하겠지만, 수업 효과 등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있어 왔다"면서 "교육청도 이를 사용하라는 무언의 압박 말고,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19일 각 학교에 AI교과서 2학기 사용 신청을 모두 받은 상태다. 현재는 AI교과서의 법적 지위 변경에 따라 출판사와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구교육청 융합인재과 관계자는 "1학기에 AI교과서를 신청한 학교들을 모두 2학기에 사용하도록 강제한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가 됐기 때문에 다시 학교별로 운영위원회를 거쳐 이를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운영위에는 교원뿐 아니라 지역위원, 학부모 등 다양한 위원들로 구성돼 있고 자율적으로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강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교육자료 변경에 따라 1학기 사용료를 발행사에 지급하고, 2학기는 다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 사용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AI디지털교과서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으로, 종이책이 아닌 인공지능이 탑재된 디지털 기계를 사용하는 교과서다. 기존 교과 내용에 멀티미디어 자료나 평가 문항, 보충학습 등을 학생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정보 과목에 우선 시행했다. 하지만 문해력 저하 우려와 시스템 오류 등 비판이 이어졌고, 이재명 대통령도 21대 대선 후보 시절 'AI교과서 교육자료화'를 공약으로 걸었다.
국회는 지난 8월 4일 본회의에서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분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250명 중 찬성 182명, 반대 87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내용을 보면, 교과서의 범위에 대해 "교과용도서의 내용을 담은 음반·영상 또는 전자적 매체에 학생이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내용을 읽거나, 보거나, 들을 수 있게 발행한 전자책을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지능정보기술(AI와 IoT 결합)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전자책으로 보지 않는다"고 예외 조항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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