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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AI교과서' 채택율 98% 전국 최고...현장 교사들은 "자율권 침해, 부적절"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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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새학기부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는 곳은 전국 학교 3곳 중 1곳으로 저조했다.

반면 대구지역은 전체 학교의 98%가 AI교과서를 선정해 전국에서 채택율이 가장 높았다. 세종의 10배다.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20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선정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17일 기준 전국 1만1,921개 학교 중 32.3%인 3,849개 학교가 3월 새학기 AI교과서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는 전체 466개 초, 중, 고등학교 가운데 98%인 458개 학교가 AI교과서를 채택했다. 8개 학교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학교가 AI교과서 도입을 선택한 셈이다. 

새로운 교과서 'AI 디지털교과서' 태블릿PC 등으로 학습하는 교과서 / 사진.한국교육학슬정보원(KERIS) 홈페이지 화면 캡쳐
교육부가 발표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선정 현황'(2025년 2월 17일 기준) / 자료.교육부 제공

17개 시·도별로 보면, 대구가 98%로 채택율이 가장 높다. 그 다음은 강원 49%, 경북·충북 각각 45%, 경기 44%, 제주 41%,  부산 35%,  충남 25%, 서울 24%, 전북 21%, 인천·대전 각각 20% 순이다. 이어 울산 15%, 광주 12%, 경남 10%, 전남 9%, 세종 8% 순으로 채택율이 낮다. 

하위권인 경남에서는 전체 학교 971곳 중 97곳, 전남에서는 823개 학교 중 72곳, 가장 낮은 세종에서는 전체 105개 학교 가운데 고작 8개 학교만이 AI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교과서 선정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과협의회'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추가 선정을 통해 앞으로 AI교과서 채택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교육부는 국회와 교육 현장 등의 의견을 고려해 올해는 학교들이 AI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선정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AI교과서를 선정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시범운영을 통해 AI교과서 사용과 대응 체계를 점검할 방침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공개한 'AI교과서' 홍보 동영상 / 사진.한국교육학술정보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시범운영 기간 동안 교사들은 AI교과서 포털 접속부터 선정한 AI교과서 활용까지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선 사항을 제안하고, 2025년 교육과정을 미리 살펴봐 수업과 평가를 준비 가능하다. 2주간의 시범운영 기간에 발생한 문의 사항은 중앙상담센터 전화번호 1600-2525, 홈페이지(스마트 문의 등록)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AI교과서가 학교에서 활용되면 학생들은 학습 수준에 맞는 자료를 제공받아 흥미가 올라갈 것"이라며 "교사들은 분석 데이터를 참고해 학생별 필요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또 "올해는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서 AI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대구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8만여명이 영어와 수학, 정보(컴퓨터 수업) 등 3개 과목을 태블릿PC를 통해 AI교과서 수업을 받는다. 대구지역 예산은 89억원이다.

"교육부 방침과 달리 대구교육청에서는 다음과 같이 공문을 보내어 AI교과서 선정 절차 완료, 자료 집계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구지역 교사 5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96%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3%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 자료.대구교사노조 제공
AI교과서 선정 절차 의견수렴→안건 상정→심의→확정 / 자료.교육부 제공

대구지역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98% 채택율 수치와 관련해 "자율 선정 원칙을 위배한 사실상 강제"라며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비민주적인 절차로 선택한 AI교과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전교조대구지부(지부장 김도형)는 20일 성명을 내고 "대구 AI교과서 채택률 98%, 경북 45%, 부산 35%, 겨남 10%, 울산 15% 등 인근 지역과 비교해도 비상식적 수치"라며 "대구교육청(교육감 강은희)이 의무 선정을 강요해 학교장 교과서 선정 권한을 침해했고, 이 과정에서 교사들 의견도 묵살했다"고 규탄했다.

특히 "전국에서 유독 대구교육청만 AI교과서 채택률이 높은 것은 자율 선정을 위해 노력해 온 대구지역 교사들에게 무력감과 모멸감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비상식적 수치는 결코 자율 선정에 기반하지 않았다. 대구교육청에게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지적했다. 

대구교사노동조합(위원장 이보미)도 지난 6일 성명서에서 "대구교육청은 지난 4일 각 학교에 AI교과서 선정 관련 공문('2025학년도 검인정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사항')을 보냈다"며 "'교육청은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으니 선정 업무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으로, 사실상 학교에 AI교과서 선정을 강요해 학교의 교육 과정 선정과 운영의 자율성을 상당히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희망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라'는 교육부 기조와 반대되는 공문"이라며 "학교에 AI교과서 선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대구교사노조가 지난 5일 대구지역 교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설문조사에 참가한 96%의 교사들이 AI교과서 선정 절차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 3%의 교사들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면서 "99%의 대구 교사들이 이 과정을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교육청은 교육부 안내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AI교과서 채택 여부를 교육 전문가인 교사 의견을 적극 반영해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학교에 안내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AI교과서 선정을 위한 교원 의견을 수렴하고, 운영위를 열어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며 "선정에 압박이나 비민주적 부분은 없었다. 모두 적법한 절차를 따라 최종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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