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이 전국 유일하게 AI(에이아이.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기로 해 논란이다.
청소년들과 학부모, 교원단체 등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 타당성이나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미검증 교과서"라는 지적이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와 같은 AI교과서의 대표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때문에 "전면 도입 철회"를 촉구했지만, 대구교육청은 오히려 '확대'를 검토 중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5일 확인한 결과, AI교과서를 전면 도입하는 곳은 대구교육청(교육감 강은희)뿐이다.
◆ 대구교육청은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지역 내 모든 초·중·고교 465곳(초등학교 240곳, 중학교 127곳, 고등학교 98곳)에서 AI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실시한다.
도입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7만9,000여명이다. 영어·수학·정보(컴퓨터 수업) 등 3개 과목에 태블릿PC를 활용해 AI교과서를 쓸 예정이다. 대구교육청은 교과서 구입 예산으로 89억여원을 편성했다.
대구교육청은 AI교과서 전면 시행 이유로 "교사 업무 경감". "맞춤형 교육" , "교육 격차 해소"등을 들었다.
대구교육청 융합인재과 관계자는 "교사들이 일일이 학생들에 대한 피드백을 다 못해주는 상황에서 AI교과서를 활용하면 수업 설계와 맞춤형 지도가 용이하다"면서 "영역별 지도 등 아이들을 개인별로 학습할 수 있는 도구를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나머지 16개 시·도교육청은 희망 학교를 신청받거나, 아직 도입 여부를 정해놓지 않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부산, 인천, 울산, 경북 등 15개 교육청은 "희망 학교에만 적용"하거나 "학교 자율"에 맡긴다. 세종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다.
앞서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지난 1월 30일 각 시·도 교육청에 AI디지털교과서 선정을 학교 자율에 맡기는 내용의 공문을 내렸다.
희망학교 신청을 받는 교육청들은 "교육부 방침"이라며 각 학교에 수요조사 등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AI디지털교과서가 향후 교과서 또는 교육자료가 되든 학교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교육청 AI융합교육과 관계자는 "지역 내 학교에 AI교과서 도입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며 "학교들이 선택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원하는지 의견 수렴을 계속해야 할 것 같아 교원단체 등과 2월 초에 협의회도 가졌다"고 했다.
◆ AI교과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 교육 정책이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학교 교육도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종이책과 선생님이 아닌 AI 인공지능이 탑재된 디지털 기계를 통해 학생을 가르치는 게 정책 틀이다.
교육부는 AI교과서에 대해 교과서 또는 교육자료 지위와 상관없이 올해에 한해서는 "학교별 자율 선택"에 맡기겠다고 권고했다. 16개 시·도교육청은 정부 정책을 따르거나 아직 확정하지 못한 반면, 대구교육청만 전면 도입해 비판을 받고 있다.
◆ 학부모단체와 청소년단체, 교원단체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10개 시민단체는 5일 성명을 내고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로 채택하는 것은 교육의 주체를 교사에서 AI로, 매체를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교육의 본질적인 사항에 해당하므로 헌법에 따라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AI교과서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정부가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시행령으로 AI교과서 도입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이로 인해 발생한 여러 기본권 침해에 대해 구체적 대비책이 마련돼 있는지 먼저 성찰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지부장 김도형)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도교육청 재원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증가할 것"이라며 "재정적 부담을 교육청이 감당 가능한지는 지난 청문회에서 다른 교육감들의 재정적 부담 호소만 봐도 충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구교육청은 전면 도입을 철회하고 교육부 공문에 따라 학교 자율 선정에 맞게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교육부 공문을 보면 AI교과서 희망 학교를 신청한 경우 다시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거쳐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겉으로는 자율 선정이지만 절차적 부담을 줘 AI교과서 선정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과용 도서 규정에 보면 교과서 선정은 학교장이 한다고 돼 있는데, 강은희 교육감이 전면 도입을 말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AI교과서 구독료도 기존 교과서 단가보다 많이 높아 예산에 부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구교육청 측은 이전부터 스마트기기 구축 사업을 통해 인프라가 짜여 있고, 89억원이라는 교과서 구입 예산도 교육청 전체 예산에 비교했을 때 큰 금액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구교육청 융합인재과 관계자는 "2019년부터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으로 전자기기나 무선망 등은 이미 다 구축돼 있다"며 "추가적으로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은 AI교과서 구독료뿐"이라고 밝혔다. 또 "문해력을 본다고 해도 AI교과서에는 챗봇이나 질문하기 등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고력이 나빠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독서 등 사고력을 키우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아이들이 수업 중 AI교과서로 딴짓을 하면 선생님이 이를 모니터링하며 화면을 잠그거나 선생님의 화면으로 전환하는 등의 기능도 갖고 있다"며 "AI교과서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기 때문에, 모든 학교가 이를 선정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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