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강은희(60) 대구시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AI디지털교과서 선정 과정에 부당 개입해 학교의 교과서 자율 선택 권한을 침해하는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 측은 "AI교과서 선정을 요청한 바는 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지부장 김도형)는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교육청이 학교의 AI디지털교과서 채택 과정에 개입해 교사 의견을 무시하고 교과서 도입을 강요했다"며 "위법적 판단에 따라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강제했기 때문에 강은희 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백승아(비례대표), 조국혁신당 강경숙(비례대표)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대구교육청과 전교조 대구지부에 27일 확인한 결과, 대구교육청은 지난 2월 4일 대구 전체 초.중.고등학교에 '2025학년도 검.인정 AI디지털교과서 관련 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AI교과서 선정에 만전을 기해달라", "선정 절차 완료 이후 선정 결과를 NEIS 시스템에 입력해달라"고 기재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교육청이 AI교과서 선정 과정에 개입해 채택을 압박했다"고 해석했다.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대구지역 공·사립 학교들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남용해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이 규정하는 학교장의 교과서 선정 권한을 대구교육청이 침해했다는 것이다.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은 "교과용도서를 선정하려는 경우 미리 소속 교원의 의견을 수렴한 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3조 4항), 학교장이 선정한다(3조 1항)"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교육감이 학교에 교과서 선정을 강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때문에 전교조 대구지부는 현재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을 작성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28일 대구지방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대구교육청은 교육부의 자율 선정 방침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면 도입 기조니 학교에서 AI디지털교과서를 모두 선정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며 "교사 의견을 수렴해 교과서 선정 절차를 진행하던 학교들도 교육청 방침으로 인해 AI디지털교과서를 선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백승아 국회의원은 "대구교육청은 AI디지털교과서 자율 도입이 아니라 선정에 만전을 기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며 "교육부 장관은 자율 선정하라고 했는데 교육감이 본인 의지로, 막무가내로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AI디지털교과서 선정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전국 1만1,921개 학교의 32.3%인 3,849개 학교가 3월 새학기 AI교과서를 선정했다. 하지만 대구는 전체 466개 초, 중, 고등학교 가운데 98%인 458개 학교가 AI교과서를 채택했다. 지역 교원단체들은 이를 두고 "교육청이 교과서 선정을 압박했다"는 조사 결과를 냈다.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교사노동조합, 대구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대구모임 등 5개 교원단체는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대구지역 초·중·고등학교 교사 285명을 상대로 AI디지털교과서 자율 선정 과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응답한 교사들이 속한 학교의 교과협의회·교과서선정위원회의 41.8%만 "선정 희망" 의견을 밝혔다. "비선정 희망"은 37.2%였고, "과목별 의견 다름" "일부 과목만 선정" 등의 의견은 21.1%였다. 또 "학교장이 대구교육청으로부터 AI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 방침을 전달받은 것을 근거로 교과서 선정을 강제하거나 의사 결정을 번복한 경우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가 62.8%(179명), "아니다"가 37.2%(106명)였다.
대구교육청은 AI디지털교과서 선정에 대해 "일선 학교들에 선정 요청은 했지만 강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구교육청 미래교육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AI디지털교과서 의무 도입이라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고, 전국 교육청에서도 같은 기조로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지난해 연말에 자율 선정으로 기조가 바뀌었는데, 대구는 이미 인프라 등 여건이 모두 조성돼 있어 학교에 전면 도입을 적극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정책이 바뀌는 과정에서 학교 현장에 일부 혼선은 있었지만 교과협의회와 운영위원회 심의 등 모든 절차를 거쳐서 문제는 없다"며 "일선 학교에서 AI교과서를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교육청도 교육부와 계속 소통하며 올해 신학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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