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AI디지털교과서를 교사 10명 중 7명이 사용하지 않음에도 관련 예산을 52억원이나 증액해 논란이다.
■ 올해 AI교과서 예산, 89억→141억, 52억 증액..."구독료 증가·클라우드 이용료"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류종우)는 지난 20일 대구시교육청의 'AI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추경안은 오는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당초 올해 AI디지털교과서 예산은 89억8,000만원이었으나, 추경에서 51억9,000만원이 늘어 총액이 141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예산 증가율은 57.8%에 이른다.
대구교육청은 예산 증액 이유에 대해 지난해 12월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AI교과서 가격이 확정되지 않아 교육부의 추정 구독료 단가 4만원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으나, 지난 3월 교육부에서 AI교과서 구독료 단가 5만7,000원, 클라우드(연산 처리와 데이터 저장에 필요한 플랫폼) 이용료 9,000원으로 확정돼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I교과서 구독료와 사용료 상승이 예산 증액 주요 원인인 셈이다.
김태훈 대구교육청 부교육감은 "지난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는 발행사와 교육부가 교과서 가격을 최종 협상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추계 금액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4만원이 적당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반영했지만, 지난 3월 최종 교육부 고시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AI교과서 단가가 결정돼 시도교육청에 통보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정옥(비례대표) 의원은 "AI교과서가 지난해 문해력이나 접속 불통, 구축 어려움 등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AI교과서에 반대하는 정책 방향인데, 교과서 지위를 유지하면 중앙에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교육자료로 격하된다면 지원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교육감은 이에 대해 "새 정부 들어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해 부처별 업무 보고를 받으며 정책을 점검하고 있고, AI교과서도 방향성이나 추진 속도에 대해 자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AI교과서의 지위를 추후 논의하더라도 미래 교육을 위한 핵심인 디지털 교육이 가야 할 바향에 대해서는 여야 차이가 없다고 본다. 자격 요건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새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구 교사들, 5명 중 4명 "AI교과서, 사용 안한다"...학부모들도 "도움 안돼"
반면 대구지역 현장 교사들 5명 중 4명 정도는 "AI교과서를 실제 수업 시간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평가해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대구교사노조,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대구모임은 지난 5월 28일 '대구 AI디지털교과서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 5월 12일부터 5월 23일까지다. 대구지역 현장 교사와 학부모 1,130여명(교사 680여명, 학부모 45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응답 건수는 모두 1,120건이다.
교사들을 상대로 "AI교과서를 실제 수업 시간에 활용하고 있냐"는 질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가 77.4%를 차지했다. "보통이다"가 8.3%였고, "자주 사용한다"는 3.1%에 불과했다. 또 "AI교과서가 학생들의 맞춤 학습 지원도구로 역할하고 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79.1%가 "역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AI교과서 활용으로 교육격차가 완화됐다고 평가하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94.8%가 "거의 완화되지 않았다"고 답변했으며, "자녀의 학습 보조 교사로서 역할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87.6%가 "역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AI교과서 전면 도입 정책 평가(5점 만점)에 대해서는 교사가 1.18점, 학부모 1.08점을 받았다. 현장 교사들은 "내용과 자료 구성이 너무 허접하다", "무료 프로그램보다도 품질이 떨어진다"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학력 신장에 도움되지 않는다", "필요성에 비해 예산 낭비가 심하다"고 비판했다.
■ 윤석열 정부 역점사업 'AI교과서'...새 정부 들어서자 '감사원 감사' 착수
AI디지털교과서는 윤석열 정부 교육부의 역점 사업이다.
모든 학생에게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023년 6월 AI교과서 추진 방안을 통해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3개 과목에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8년까지 국어와 사회, 역사 등 과목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신학기를 앞두고 전국 학교들의 선정률은 저조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선정 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 1만1,921개 학교 중 32.3%인 3,849개 학교가 AI교과서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는 전체 466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98%인 458개 학교가 AI교과서를 채택했다. 사실상 지역 내 모든 학교에서 도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 대구지부는 지난 2월 강은희 대구교육감을 "AI교과서 선정 과정에 부당 개입해 교과서 자율 선택 권한을 침해하는 압박을 가했다"며 경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며 AI교과서는 위기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AI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4월 24일 고민정(서울 광진구을) 의원이 같은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상임위인 교육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감사원도 지난 9일 AI교과서 도입 관련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호 감사'다. 감사 대상은 ▲AI교과서 검정 과정의 공정성·투명성 ▲도입 절차의 적정성 등이다. 감사원은 국회 감사 요구를 받은 경우 3개월 내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며, 필요 시 2개월 범위 내에서 연장 가능하다.
■ 교원단체 "현장 불만 가득한데...예산 증액은 낭비" 비판
대구지역 교원단체는 추경안 통과에 대해 "현장 불만에도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낭비"라고 비판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23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AI교과서 정책 자체가 교육자료로 격하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경을 통해 예산을 증액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를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제 AI교과서를 사용해 본 교사들도 많은 오류와 수업 시간에 로그인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에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고 덧붙였다.
신수정 대구교사노조 대변인은 "예산 낭비 지적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해 왔지만 대구시의회 예결위에서 추경까지 의결됐다니 유감"이라며 "AI교과서가 문제 자동 채점과 학생의 취약한 부분 등을 분석해준다고 하지만, 정답을 맞췄는데도 불구하고 입력값대로 적지 않으면 틀린 것이 된다는 사례도 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비판했다.
이어 "AI교과서 예산을 늘리기 위해 학생이나 생활 지도 예산을 절감한 것도 보인다"며 "선생님들이 필요로 하는 예산은 쓰이지 않고, 오로지 AI교과서에 돈을 부어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