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당시 교육부의 역점 사업인 'AI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변경됐다.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됐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다.
반면 AI교과서를 올해 1학기부터 전면 도입한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계속 사용하겠다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반발했다. 문해력 저하 우려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즉각 사용 중단"을 촉구했다.
대구교육청(교육감 강은희)에 5일 확인한 결과, 교육청은 "AI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지위 변동이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4일 본회의에서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석 250명 중 찬성 182명, 반대 87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내용을 보면, 교과서의 범위에 대해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담은 음반·영상 또는 전자적 매체에 실어 학생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내용을 읽거나, 보거나, 들을 수 있게 발행한 전자책을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지능정보기술(AI와 IoT를 결합한 형태)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는 전자책으로 보지 않는다"고 예외 조항을 뒀다.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하게 된다.
AI교과서는 지난 3월 1학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정보 3개 과목에 시범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발표한 AI교과서 선정 현황을 보면, 대구가 98%로 채택율이 가장 높았다. 강원 49%, 경북·충북 각각 45%였고, 채택률이 가장 낮은 세종 8%와 비교하면 12배 이상이다.
올해 예산도 당초 89억8,000만원을 배정했으나, 지난 6월 구독료 단가 상승과 클라우드 이용료 확정 등을 이유로 추경을 통해 51억9,000만원을 추가로 책정해 141억7,000만원으로 늘렸다.
대구교육청은 AI교과서의 지위 변동에도 불구하고 올해 2학기를 포함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지속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고, 교육부가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 AI교과서를 계속 사용하도록 지원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구 학교들이 98%에 이르는 도입률에 이르는 것도 모두 일선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사용을 희망했다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정부에서 내려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AI교과서 예산을 충당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경우에 따라 교육청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대구교육청 융합인재과 관계자는 "강은희 교육감도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AI교과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계속해서 같은 방향으로 나가려 한다"며 "아직 AI교과서 사용 초기긴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 대상 연수 결과를 보면 만족도가 높게 나오기도 하고, 기존에 쓰지 않았던 분들도 사용하겠다고 할 정도로 효과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AI교과서에 대해 "문해력 저하"와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대구지역 교원단체들은 "AI교과서 교육자료화를 환영한다"며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지부장 김도형)는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AI디지털교과서는 윤석열 정부의 불통·강행 기조가 뒷받침됐기에 도입할 수 있었던 정책"이라며 "이번 AIDT 교육자료화 법안은 교사들을 포함한 전국의 많은 교육 당사자들의 비판과 여론이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법안 개정과 무관하게 대구교육청 차원의 추진 입장과 AIDT의 교육적 효과성, 성과 분석도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개정된 법안에 맞게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실제적인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교사노조(수석부위원장 서모세)도 4일 논평을 통해 "미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AI교과서 정책이 추진됐으나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실제 수업 효과는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국회가 AI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확정한 이상, 대구교육청은 학교를 대상으로 한 AI교과서 강제 사용 정책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미 법적으로 교육자료가 된 이상 지금처럼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AI교과서를 강요하는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대구교육청은 141억원의 AI교과서 예산이 남긴 것이 기술이 아니라, 현장의 불신이라는 것을 직시하길 바라며 더 늦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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