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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창구단일화' 논란...노동계 "하청노동자 교섭권 무력화 안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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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 3조 개정안 통과
원청-하청 직접 교섭 가능
정부, 내년 3월부터 시행
'교섭 절차' 불명확성 쟁점
민주노총 '창구단일화' 우려
"진짜 사장과 자율교섭 보장"
노동부 "노사 양측 입장 고려"

'창구단일화 강제 반대, 노사 자율교섭 보장 기자회견'(2025.11.6.대구고용노동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창구단일화 강제 반대, 노사 자율교섭 보장 기자회견'(2025.11.6.대구고용노동청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 통과로 원청기업과 하청노동자들이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교섭 절차와 방식'을 두고 논란이다.

노동계는 교섭 창구단일화 시 "하청노동자들이 교섭권이 무력화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지침을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이길우)·경북지역본부(본부장 김태영)는 6일 오전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노조법 2, 3조가 개정됐지만, 이것만으로 하청노동자들이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권리가 저절로 보장된다고 기대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기존 창구단일화 제도를 폐지하고, 노동자들의 자율 교섭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국회는 지난 8월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2026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존 노조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사업주나 사업의 이해관계자' 등으로 명시했으나, 개정된 노조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는 내용을 신설했다. 하청노조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청노동자의 노사 자율교섭 보장하라" 피켓팅(2025.1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하청노동자의 노사 자율교섭 보장하라" 피켓팅(2025.1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사용자 범위 확대로 하청노동자들과 원청이 교섭할 수 있게 되면서, 교섭 방식에 대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노조법 제29조의2(교섭창구 단일화)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2개 이상의 노조가 있는 경우, 대표노조를 정해 교섭한다"고 했다. 한 사업장 안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면, 대표노조가 사용자와 교섭하는 방식이다.

해당 조항은 원청과 하청노동자들과의 교섭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원청·하청 교섭 절차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연말까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부의 지침이 노조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노동부가 원청의 노조와 하청노조를 모두 포함해 창구단일화를 할 수 있게 하거나, 모든 하청노조를 묶어 창구단일화를 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면 하청노동자들의 원청 교섭권은 박탈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이 모두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자율 교섭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통과된 뒤 원청 사용자들은 하청노동자들과의 교섭을 회피할 방안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부가 기존의 창구단일화 제도를 강제하게 되면 하청노동자들의 교섭권은 또다시 박탈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섭 의제의 경우에도 원청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는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교섭 의제에 개입해 가부를 결정하는 행정남용을 하면 안되고, 노사가 자율 교섭의 틀 안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김태영 경북지역본부장(2025.1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김태영 경북지역본부장(2025.1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창구단일화 제도는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묵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노동부는 교섭권을 노사 자율에 맡기고, 초기업 교섭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태영 경북본부장은 "사내 하청노동자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교섭권은 오로지 노조와 노동자들의 몫"이라며 "노동부는 어설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또다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을 법적 분쟁 속으로 몰아넣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원·하청 교섭창구 단일화를 주장하는 경영계와 개별 교섭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입장을 모두 감안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노조법 2, 3조 개정 현장지원단 관계자는 "노동계는 개별 교섭을 요구하고, 경영계는 노동계 주장대로라면 모든 교섭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 중에 있다"면서 "관련한 모든 부분을 논의 중에 있어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12월은 돼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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