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제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제22대 국회에서 새로 발의됐다.
대구지역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국회는 즉각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대구본부(본부장 이길우)는 2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노동자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누려야 한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안 즉각 통과"를 요구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인천 서구을), 조국혁신당 신장식(비례대표), 진보당 윤종오(울산 북구)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계류 중이다. 노조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제한'과 '사용자·쟁의행위 범위 확대' 등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등도 노조할 권리를 보장했다.
사용자 범위에 관해서는 "원사업주가 자신의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업주에게 맡기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경우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하청업체·특수고용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책임 범위와 액수에 대해서도 쟁의행위 기여도 등에 따라 따로 산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파업 이후 노동자 개인을 향한 '손배 폭탄'을 금지시킨다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국회로 다시 돌아간 법안은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노란봉투법' 이름이 붙은 이유는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자, 시민들이 4만7,000원의 성금이 담긴 노란 봉투를 보내온 것에서 유래했다. 제19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음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개정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노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최종 부결된 법안보다 논란의 소지가 많은 독소조항을 추가해 재발의됐다"며 "기업이 불안해하며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하면서 국민경제 어려움이 지속해 결국 국민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갈등을 빚던 국민의힘도 국회로 복귀했지만,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노조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파견, 용역, 사내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등 하청비정규직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불합리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을 박탈하는 대기업들의 반노동 행태를 규제하고 처벌해야 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오히려 노조법 개정안을 헐뜯고, 지난해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폐기시켰다"며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고 요구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은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파업하기 때문에 불법 파업이 되고, 손배가압류에 내몰린다"면서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도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이승민 서비스연맹 대경본부 사무국장은 "1997년 노조법이 시행될 당시만 해도 우리 사회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었지만, IMF를 거치며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며 "현행 노조법으로는 이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개정을 미루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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