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40) 수석부지회장이 오는 29일 600일 만에 고공농성을 해제한다.
금속노조(위원장 장창열)는 28일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고공농성 600일째인 8월 29일 농성을 종료하고, 땅으로 내려온다"고 밝혔다.
구미 공장 옥상에서 지난 2024년 1월 8일부터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한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여성 해고자는 이번 고공농성을 통해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슬픈 타이틀을 달았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원청인 일본 기업 '닛토덴코'가 고용승계해달라는 해고자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농성 현장을 다녀가면서 갈등을 풀 대안 마련에 진전이 생겼다.
특히 노조는 농성 해제 이유에 대해 "정부(대통령실)와 여당(민주당)으로부터 노사 교섭 개최와 외국인투자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인 이른바 '먹튀방지법' 입법을 약속받았다"며 "그것이 고공농성을 해제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폭염과 한파 등 열악한 외부 환경에서 진행된 고공농성으로 인한 건강 악화 우려도 있었다. 박 부지회장은 오는 29일 공장 옥상에서 내려온 뒤 바로 병원에 입원해 건강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박정혜 부지회장은 28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체감되지 않는다.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고공농성이 해제된다고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용승계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해제 이후에도 해고자들은 고용승계를 위한 싸움을 이어간다.
노조는 "일본 본사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을 일방적으로 청산했지만, 그 사업은 경기도 평택 한국닛토옵티칼에서 계속 영위하고 있다"며 "물량을 흡수한 뒤 사람을 새로 뽑아 매출이 37%나 올랐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그 사업이 계속된다면 해고자들도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해야 한다"면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동안 국가 역할의 부재가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면서 "이제는 책임지고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박 부지회장이 고공에서 600일 동안 고립돼 있으며 제대로 된 진료나 검사를 받지 못했다"면서 "병원에 입원해 전반적인 상태를 체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공농성은 해제하지만, 밑에서 더 힘있게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공농성 해제를 발표한 28일 오전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구미 농성장을 찾아 박 부지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그는 "청문회든, 입법공청회를 하든 최선을 다할 테니 그만 내려오시라"며 "요구하시는 대로 한국닛토옵티칼 대표이사를 국회로 불러내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를 마련하겠다"고 발언했다.
한편, 오는 29일 고공농성 해제 당일 정부와 여권 인사들이 대거 농성장을 찾는다. 배진교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 비서관을 비롯해, 김영훈 노동부 장관과 김주영(경기 김포시갑) 민주당 국회의원 등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다국적기업 일본 '닛토덴코' 한국 자회사다. 2003년 구미 산단에 입주했으나 2022년 공장 화재로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거부한 노동자 7명은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박정혜, 소현숙 두 해고자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올해 4월 27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476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현재는 박 수석부지회장만 남아 599일째(8월 28일 현재)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구미 공장과 평택 공장의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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