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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김일우 / "눈 앞의 기자 현실...나는 어떤 기자가 되어야 하나"


2010년, 돌아보면 어떠신지요? 한 해를 보내며 대구의 8명에게 '소회'를 물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그리고 참 바쁘게 보냈을 '현장'의 사람들입니다. 헌 책방을 연 변홍철 '물레책방' 인문학연구실장, 새내기 기자로 첫 발을 내디딘 영남일보 김일우 기자, 창립 20년을 맞은 '예술마당 솔' 손병열 대표, 생존의 현장을 뛰어다닌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20년 주민운동에서 풀뿌리의회에 들어간 유병철 북구의원, 논란 속에 6.2지방선거 연대판에 선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김동렬 운영위원장, 4대강 사업 현장의 절절한 목소리를 전해 온 '낙동대구' 정수근 카페지기, 포화 속 한반도에서 여전히 '통일'의 꿈을 찾아가는 6.15대경본부 오택진 사무처장입니다.
이 글은 영남일보 김일우 기자의 2010년 소회입니다.


신문기자가 되기 전인 2009년 겨울이었다. 함께 술을 먹던 한 친구가 물었다.
“기자되기 힘들다던데 왜 기자하려는 거냐.”
삼겹살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기자는 과장님과 하루종일 같이 있지 않아도 되잖아.”
기자가 되겠다는 이유로는 터무니 없었지만 어쨌든 그해 겨울 나는 운좋게 영남일보 공채에 합격했다. 그때까지만해도 나는 어떤 기자가 되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렇게 올해 1월 4일부터 기자생활이 시작됐다.
처음 반년은 정치팀에서 나머지 반년은 사회부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소설과 미술을 제외한 다른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터라 생소한 분야에 대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기자생활이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신문구독 등을 비롯해 각종 회사의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기자가 개입하고 있었고, 때문에 나가야 할 기사가 못나가거나 나가지 말아야할 기사가 나가는 등의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 어떤 것에도 영향받지 않고 기사를 쓴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공공을 위한 기자가 아닌 회사를 위한 기자의 모습이 더 크게 다가왔다.

 또 기자 각자가 가진 논조가 자신의 기사에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대구지역 언론사들 대부분이 보수성향이라 진보적인 목소리가 기사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도 느꼈다. 실제 얼마전 권영길 의원(민주노동당) 등의 “대구경북은 수구꼴통”이라는 발언을 지역 언론들이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에 조금의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나는 그 사건을 주제로 취재수첩을 썼지만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면화되지는 못했다.  

<영남일보> 2010년 10월 18일자 1면
<영남일보> 2010년 10월 18일자 1면
<매일신문> 2010년 10월 15일자 1면(왼쪽) / 16일자 1면
<매일신문> 2010년 10월 15일자 1면(왼쪽) / 16일자 1면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난생 처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기자가 되어야 하나 ”에 대한 대답을 내지 못하면 그리 오래 기자생활을 할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기자의 현실앞에 그럴듯한 답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올해 1년간의 기자생활은 어찌보면 그 답을 찾기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 그 답은 찾지 못했다.
간혹 술자리에서 선배기자들이 “기자 초년생 치고는 잘한다”며 나에게 반농담을 건네도, 우쭐하는 기분보다 가슴 한켠이 휑한 것은 아마 “왜 기자를 해야하며 어떤 기자가 되야하느냐”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보다 몇 년이상 기자생활을 해온 선배기자들이 술자리에서 기자생활에 대한 회의를 토로할때마다 가슴이 무거워지는게 사실이다.

 상당수 사람들이 죽기전까지 “왜 사느냐”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설령 정답이 나오지도 않는 물음을 사는 동안 계속해서 던지는게 좀더 올바른 삶을 사는데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기자가 왜 되려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설령 기자생활이 끝날때까지 찾지 못할지라도 항상 스스로에 질문을 던지며 살고 싶다. 때론 질문 자체가 정답인 경우도 있으니까.  






[2010 송년]
김일우 / 영남일보 기자


기자수첩 / 대구경북은 수구꼴통이 아닌가
(당시 써놓고 나가지 못한 기자수첩기사)

 '수구꼴통' 발언에 지역이 시끄럽다.
 권영길(민주노동당)·김상희 의원(민주당)이 지난 14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대구시·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을 가리켜 한 말이다.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등은 다음날 바로 성명을 내 두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며 나섰고 지역여론은 악화됐다.
 두 의원은 급기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궁색한 해명의 글을 올렸지만, 해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두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하루 수백건식 올라오는 등 상황이 걷잡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투표로 심판할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각에서는 두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다음 선거때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며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두 의원이 공식석상에서 한 이같은 발언은 진위여부를 떠나 옳지 못하다. 발언의 '내용'이 아니라 발언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
 공식석상이라면 여과과정을 통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해야함에도 불구,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너무 가볍고 경솔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발언의 방식이 아니라 내용만 놓고 본다면 두 의원의 말이 틀리기만 한 것일까.
 '수구꼴통'이 '맹목적보수'의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면, 두 의원의 말 자체는 현재 대구·경북에서 충분히 유효하다.
 케케묵은 지역주의는 차치하더라도, 특정정당을 상대로 한 '묻지마 투표'가 성행하고 대한민국 그 어느곳에서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곳이 바로 대구·경북이다.
  선거때마다 대구·경북에서는 전국 최고 득표율을 올린 당선자가 나왔다고 자랑스러워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타 시·도는 "역시 어쩔수 없는 동네“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던진다.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특정정당 출신으로 선출해놓으니 견제도 경쟁도 없다. 견제도 경쟁도 없으니 발전이 있을리 만무하다. 시대가 빠르게 변해도 대구·경북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놓고 매일 대구·경북은 늘 제자리 걸음이라며 한탄한다. 
 과연 두 의원의 수구꼴통 발언에 타 시·도민들은 우리처럼 분개할지, 고개를 끄덕일지 한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이번 두 의원의 '수구꼴통'발언에 발끈하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일정부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발끈을 넘어 "왜 우리에게 저런 말을 할까“에 대한 성찰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진정 우리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한 심리학자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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