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홀대' 지역언론, '영남독식'은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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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총장 '영남독식' / 일본 풍 '현충사' / 매일신문 독자위원의 쓴소리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드러나 있는 상황” 즉 “진실을 숨기려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뜻입니다. 교수신문에서 이를 선택한 이유는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 논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 선정배경을 밝혔습니다.

<경향신문> 2010년 12월 20일 만평
<경향신문> 2010년 12월 20일 만평

20일 경향신문 김용민 화백의 만평은 이를 맛깔나게 여기에 맛을 더 합니다. “도둑노미” 즉 “‘예산 날치기’로 서민예산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독거노인 주말 도시락 보조금 ‘2억’마저 삭감된 것을 통탄하는 말‘로 묘하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 절묘함에 ’아~‘라는 감탄과 함께 독거노인을 비롯한 저소득층을 생각하면 ’휴~‘하고 한숨이 날 수 밖에 없는데요.

2010년 올 한해 <평화뉴스> 미디어창을 통해 썼던 글을 훑어봤더니 교수신문이 제시한 사회주요현안들에 대해 민심과 여론의 화살이 지역출신 권력층으로 향하고 있지만, 지역언론은 대부분 ‘외면’했다는 내용이 많았네요. 아니 ‘외면’만 한 것이 아니라 특정 현안에 대해서는 지역정서에 기대 지역출신 권력층을 적극 보호하느라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외면’했다는 이야기도 했었네요.

2010년 마지막 원고도 이 흐름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영토는 경상도 출신이 지키나?

12월 한달 동안 크고 작은 사건, 뉴스 중에 이 지역(출신) 권력층과 연관된, 누가 보더라도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비판받아야 할 현안은 크게 두가지 인 것 같습니다. 15일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인사는 <대한민국 영토는 경상도 출신이 지키나?>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숱한 이벤트 속에 제자리를 찾은 이순신 장군 동상 논란 뒤에는 <아산 현충사를 일본식풍으로 꾸며놓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한겨레> 2010년 12월 16일 1면
<한겨레> 2010년 12월 16일 1면

15일 군 인사에 대해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몇몇 언론은 “1993년 문민정부 이래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특정지역 출신 인사가 독식한 것은 처음이다”고 주장합니다. 박종헌 공군참모총장(경북 포항),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경남 진해),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경북 포항) 등. 물론 이 이외도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의 ‘부적절’한 자격 또한 논란거리가 되었는데요.

<노컷뉴스> 2010년 12월 15일
<노컷뉴스> 2010년 12월 15일

매번 고위급 인사 때마다 ‘지역홀대’, ‘지역역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지역언론은 ‘93년 이래 처음으로 육해공군 총장의 영남 독식’현상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독자로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홀대’,‘차별’을 비판하며 ‘공정한 인사’를 요구했던 지역언론, 그 공정성이라는 것이 ‘영남 독식’이면 괜찮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었습니까?

(위, 왼쪽부터) <영남일보> 2010년 10얼 15일자 2면, <영남일보> 2010년 9월 10일자 5면 / (가운데, 왼쪽부터) <영남일보> 2009년 7월 6일자 1면, <부산일보> 2009년 7월 29일자 1면 / (아래, 왼쪽부터) <매일신문> 2009년 6월 23일자 3면, <경북일보> 2010년 6월 8일자 1면
(위, 왼쪽부터) <영남일보> 2010년 10얼 15일자 2면, <영남일보> 2010년 9월 10일자 5면 / (가운데, 왼쪽부터) <영남일보> 2009년 7월 6일자 1면, <부산일보> 2009년 7월 29일자 1면 / (아래, 왼쪽부터) <매일신문> 2009년 6월 23일자 3면, <경북일보> 2010년 6월 8일자 1면

일본 풍으로 꾸며진 아산 현충사, “이순신 장군 벌떡 일어날 판”


한편 세종로에 서 있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수에 들어간 사이 40여년 동안 논란이었던 동상의 위치와 형상(중국식 갑옷, 일본식 칼, 동상 앞 전고(북))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랐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 신문들은 이 문제를 세종로의 이순신 동상으로만 국한시키고 있었는데, 이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순신 장군 영정을 모신 아산 현충사까지 문제를 확장시킨 것은 <한겨레신문>, <시사인>, <KBS 취재파일 4321> 등이었습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을 충무로가 아닌 세종로에 세운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뜻이었고, 군사혁명으로 집권한 정부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인 이순신은 최적의 인물이었다”고 주장했고, “1965년 한일협정 이후 협정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 감정이 고조되자, 이를 비켜가기 위해 반일의 상징을 도시 중심에 세운 것이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반일의 상징’을 ‘일본풍 가득한 집’에 모셔뒀다는 웃지 못할 황당함입니다. 누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이요.

<시사인> 167호(2010년 11월 27일)
<시사인> 167호(2010년 11월 27일)

<시사인>(11.27)과 <KBS 취재파일 4321>(12.12)에서 보도한 내용을 요약하면 “박 전 대통령은 60년대 후반 현충사 성역화 작업을 지시하면서 이곳에 심을 나무 종류까지 지정했는데, 기념식수한 나무는 ‘금송’”이었다고 합니다. “금송은 일본의 특산종으로 일왕이나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나무이며,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나 메이지 신궁 같은 곳에 주로 심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1970년에 기념식수했다”는 것인데요.

현충사 관리사무소 측에서도 “벨 수도 없고 안벨 수도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탄하고 있더군요. 그 외에도 현충사 입구의 연못은 일본 교토 니조조 니노마루 연못을 본떠 만들었고, 본전으로 가는 길에 심어진 향나무는 일본풍으로 가지치기 되어 있고, 석등도 일본식이며, 현충사 본전에 걸린 이순신 장군의 영정은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장우성 화백이 그린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문화재 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인 혜문 스님은 두 매체에 모두 등장하는데요. “자기 집을 일본풍으로 꾸며놓은 것을 생각하면 이순신 장군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금송은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나 신궁 같은 곳에 식재 되는데, 이를 현충사 앞에 심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의 극치다”고 뼈아픈 지적을 남겼습니다.

KBS 취재파일 4321 / 2010년 12월 22일
KBS 취재파일 4321 / 2010년 12월 22일

11월~12월까지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현충사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한 이 문제는 지역언론에서 ‘외면’당했습니다. 물론 같은 기간내 지역언론은 박 전 대통령의 리더쉽 토론회, 강연회, ‘형님 예산’으로 논란이 된 울릉일주도로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사항, <발굴역사, 미래전략가 박정희>, <김종욱의 박정희 이야기>연재시리즈 등을 통해 끊임없이 언급되었지만 이순신 장군을 둘러싼 그 분의 오류는 애써 외면했었습니다.

<매일신문>독자위원, 김인현 변호사의 날선 지적

<매일신문> 독자위원이었던 김인현 변호사가 <독자위원 활동을 마치며>를 통해 남긴 당부는 지역언론이 귀 기울여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김 변호사는 “매일신문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정론지이자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를 당부한다”며 4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 중 첫 번째, 두 번째에 눈길이 머뭅니다.

먼저 지방 권력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감시자와 비판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 정치인이나 정치집단, 특정 종교나 각종 사회단체 등에 대한 중립적 자세가 요구된다. 주류 정치집단이나 정치인들과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지역 정서를 운운하거나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관용을 베푸는 것은 오히려 큰 해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이 제공하는 보도 자료에 대한 무비판적인 인용 보도 등도 지양해야 한다. 도지사 출신의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사례와 관련한 해당지역 언론기관 종사자의 반성문은 모든 지역 언론 관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종 선거 관련 보도에도 직접 취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보도자세가 요구된다. 해당 후보자의 주장 내용을 사실 확인이나 객관적 검증 없이 보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난 6.2 지방 선거 관련 보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지역의 주요 이슈에 대한 여론을 정확히 대변하는 객관적인 자세와 심층적인 분석 보도를 당부한다.

주요 사안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충분히 소개하고, 직접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여 보도하여야 한다. 무분별한 애향심이나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인 고려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지역 언론이 관련 기관이나 단체, 또는 정치인의 입장이 아닌 건전하고 합리적인 여론 형성을 주도하길 바라는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찬·반의 입장이 분명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신공항 사업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중략) /원본은 <매일신문> 홈페이지 <독자제보-온라인 독자위원회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주류 정치집단이나 정치인들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지역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 관용을 배푸는 것은 해악, 부문별한 애향심이나 지역이기주의와 정치적 고려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 저도 올해 <평화뉴스> 미디어창을 마무리하면서 지역언론에 드리고 싶은 제안입니다.


<매일신문> 2010년 12월 22일 온라인 독자위원회
<매일신문> 2010년 12월 22일 온라인 독자위원회

⊙⊙ 근데요. 참 구구절절 타당성이 높은 김인현 변호사의 이 글이 <매일신문>에는 어떻게 보도되었을까요? 핵심은 쏙 빼고 일부만 편집되었습니다. 22일 편집된 <온라인 독자위원회>에서 김인현 변호사의 주장은 “각종 선거 관련 보도에서 직접 취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객관적이고 냉정한 보도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6.2 지방선거와 관련한 보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언론이 관련 기관이나 단체, 정치인의 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기사쓰기를 당부한다”고 요약되었더군요.

김인현 변호사가 구구절절하게 썼던 <매일신문>에 대한 당부가 데스크를 거치면서 이리도 엉성(?)하게 요약되는 현실. 이것이 지역언론의 현 주소입니다. (┌(ㆀ_ _)┐)






[평화뉴스 미디어창 114]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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