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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없어도 쉴 틈 없는 지구대의 새벽
<새벽을 여는 사람들⑥> 동천지구대 / 매 시간 동네 순찰, 10대 청소년 검거 안쓰러워
2011년 02월 18일 (금) 11:41:02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pnnews@pn.or.kr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 17일 새벽, 최일선에서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지구대를 찾았다.

새벽 2시쯤 도착한 대구 북부경찰서 동천지구대. 상황근무자 4명이 지구대 안을 지키고 있었다. 동천지구대 소속 경찰관 60여명 가운데 이날 야간근무자는 14명. 상황근무자를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순찰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평일인데다 비까지 내린 탓에 이날 지구대 안은 조용했다. 동천지구대는 북부경찰서 소속 지구대 가운데 가장 사건이 많은 지구대로 꼽힌다. 관할구역 안에 대학 두 곳과 농산물도매시장,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동천지구대 이주호 팀장(경위)은 "오늘처럼 비 오는 날과 추운 날에는 대부분 집에 일찍 들어가 새벽에 사건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 2월 17일 새벽에 찾은 대구 북부경찰서 동천지구대. 평일인데다 비까지 내려 이날 지구대는 조용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사건이 없다고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 시간마다 관할구역을 순찰해야한다. 범죄예방과 사건발생시 최단시간 출동을 위해서다. 또 관내 발생사건의 용의자 검거에도 나서야 한다.

지구대 업무 다 알려면 족히 3년, 한 지구대 5년은 근무해야

새벽 3시쯤, 전영국 경위와 이영호 경사와 함께 순찰에 나섰다.
함지산자락 밑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산 아래인데다 비까지 내려 어두컴컴한 골목에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전 경위와 이 경사는 차를 천천히 움직이며 골목 주변을 세심히 살폈다.

주택가 순찰을 마친 뒤 곧바로 편의점이 있는 아파트단지 옆 골목으로 향했다. 2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젊은 여자 아르바이트생 혼자 편의점을 지키고 있었다. 이영호 경사는 "젊은 여학생 혼자서 야간에 편의점을 지키면 위험한 경우가 많다"며 "범죄예방을 위해 수시로 편의점 주변을 순찰한다"고 말했다.

다음 도착한 곳은 대구보건대학과 대구과학대학 인근 대학로. 불 꺼진 아파트단지와 달리 주변상가의 간판 불빛으로 눈이 부셨다. 비 내리는 평일 새벽이었지만, 이 시간에도 대학로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영호 경사는 "지금은 방학이라 조용한 편"이라며 "3월초쯤 되면 대학로도 붐비고 각종 사건도 많아진다"고 말했다.

   
▲ 새벽3시쯤 전영국 경위와 이영호 경사가 태전동 대학로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늦은 시간에도 대학로 주변은 주변 상가의 간판 불빛으로 밝았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경찰관들은 2시간 남짓 담당구역 안 골목 구석구석을 빠뜨리지 않고 순찰했다. 동네지리와 사정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이영호 경사는 "보통 한 지구대에 3년 정도 근무한다"며 "그러나 동네사정을 빠삭하게 알려면 3년만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3년쯤 돼야 지구대 업무를 겨우 다 익히게 되요. 그런데 일을 조금 알만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거든요. 밤낮으로 외근이 많은 지구대 일이 힘들지만, 주민들의 안전과 치안을 위해서는 적어도 한 지구대에서 5년쯤은 근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업무 가운데 소위 3D업무로 불리는 지구대 근무. 그러나 이 경사의 말에서 민생치안을 누구보다 가장 앞서 담당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는 강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느껴졌다.

씁쓸한 우스갯소리, "퇴임한 경찰들 오래 못 살더라"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지구대 안,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이 김밥을 꺼내놓고 있었다. 조금 전 한 주민이 야간에 수고가 많다며 김밥 네 줄을 전해주고 갔다고 한다. 두 시간가량 외근하고 돌아와 허기질 법도 한데 김밥을 집어 드는 경찰관은 많지 않았다. 한 경찰관은 "매일 밤낮이 바뀌는 바람에 신체리듬이 흐트러져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영호 경사는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퇴임한 경찰들이 오래 못 살더라'고 이야기한다"며 "매일 바뀌는 주야간 근무 때문에 몸이 다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구대 경찰관들은 주간과 야간, 비번과 휴무 4개조로 나뉘어 밤9시부터 아침9시까지 2교대로 근무한다. 주간에 각종 민원과 사건이 많은 반면, 인원이 부족해 휴무일에도 출근하는 일이 잦다. 이주호 팀장은 "보통 휴무일에 절반가량 출근한다"며 "3일 근무 뒤 하루 쉬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영호 경사는 "외근이 잦고 야간근무가 많은 지구대가 일은 고된 반면 인원이 많이 부족하다"며 "여건이 된다면 '4조3교대'나 '5조2교대' 근무로 점차 바뀌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 순찰을 마치고 지구대로 돌아와 김밥을 먹는 경찰관들. 한 주민이 야간에 수고한다며 전해주고 갔다고 한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우리사회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 검거하면서도 늘 안쓰럽다

김밥 몇 개를 집어든 이영호 경사가 심원보 경사와 함께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최근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있었던 도난사건의 CCTV 화면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도매시장에서 새벽에 과일과 야채가 자주 없어진다는 신고를 받고 심 경사를 비롯한 경찰관들이 며칠 간 잠복근무에 나서 피의자를 검거했다. 그러나 검거된 피의자 외에 또 다른 상습범이 있어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보통 순찰을 다녀온 뒤 1시간가량 휴식시간을 갖게 돼 있지만, 이 경사와 심 경사는 잠시 눈 붙일 틈도 없이 각종 수사기록을 살폈다.

심원보 경사는 엊그제 밤 모텔에 투숙 중이던 10대 절도범 4명을 검거해 밤새 사건을 조사한 뒤 이날 또 다시 야간근무를 맡았다. 관내에서 최근 8차례에 걸쳐 비디오방을 비롯한 가게의 유리창을 깨고 침입해 현금과 오토바이 등을 훔친 사건이었다. 심 경사는 CCTV를 분석하고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용의자 5명의 신상을 파악한 뒤 한 모텔에 투숙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 15일 밤11시쯤 모텔에 있던 용의자 2명을 현장에서 검거했다. 또 나머지 2명을 자택에서 검거하고 현재 검거되지 않은 용의자 1명을 뒤 ㅤㅉㅗㅈ고 있는 상태다. 심 경사는 "이런 사건의 경우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나 결손가정 아이들이 많다"며 "우리사회가 이 아이들을 그동안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한 것 같아 검거하면서도 늘 안쓰럽다"고 말했다.

   
▲ 순찰을 마치고 지구대에 돌아오자 마자 사건기록을 살펴보고 있는 이영호 경사(왼쪽)과 심원보(오른쪽) 경사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지구대 근무 경찰관들의 새벽 업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각종 순찰과 사건을 담당하느라 바쁜 가운데 매일 새벽 술에 잔뜩 취한 취객들까지 상대해야 한다. 심원보 경사는 "오늘은 비가 오는 바람에 조용하지만 평소에는 취객들로 지구대 쇼파에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거나 자해하는 경우도 있어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고 말했다. 

새벽 5시쯤, 순찰을 나갔던 경찰관들이 돌아오자, 심 경사를 비롯해 대기하고 있던 다른 경찰관들이 다시 순찰을 위해 지구대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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