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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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운 / 일그러진 언론에 대한 '자연산 생비판' 『9시의 거짓말』

 

솔직히 책과 먼 사람이다. 그래서 책에 관한 글을 쓴다는 자체가 ‘몰상식’이다.
그런데 평화뉴스 편집장과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서 책에 관한 글을 쓸 수밖에 없었음을 스스로 ‘고발’한다. 내 ‘몰상식’을 ‘고발’하는 것은 내 글이 ‘책 좀 보는 사람’, ‘글 좀 쓰는 사람’에겐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리기 위해서다.

난 방송기자다. “대구.경북 여론의 중심 TBC”에서 여론의 중심에 선 기사를 한번도 써본 적이 없는 ‘밥그릇’만 16년째 쌓고 있는 기자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내 명함에는 기자란 문구를 뺐다. 심적 부담을 덜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난 언론에 관심이 있어 방송 일을 택한 것이 아니라 방송 일을 통해 언론에 관심을 가진 경우다(합격한 회사들 중 월급을 제일 많이 준다고 해서 입사, 지금은 역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명분’이 아니고 온전히 ‘돈=실리’ 때문에 방송일을 하게된 나도 어쩔 수 없이 언론계에 몸담고 살다 보니 막연하게 갖고 있던 언론에 대한 나의 생각은 ‘환상’이었을 정도로 언론계도 ‘부정’과 ‘부조리’ 투성이임을 깨달았고 실망과 후회, 원망과 분노로 괴로운 시간들을 많이 맞았고 보내고 있다.   

그러다 얼마전 한 주간지에서 눈에 띄는 책광고를 발견했다.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다. 그 책이 바로 ‘9시의 거짓말’이다. 저자가 KBS 기자고, 현 KBS 사장에 맞서다 인사에서 ‘물먹고(이달의 기자상을 6번이나 받은 탐사보도 전문인 기자를 갑자기 스포츠 중계팀으로 발령)’쓴 책이라고 해서 뭔가 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예감은 적중했다.

 

최경영 저 | 참언론시사인북 | 2010
최경영 저 | 참언론시사인북 | 2010
머리말부터 맺음말까지 책 읽는 내내 “우와” “오오” “그래 맞다”,판소리에서 고수의 ‘추임새’ 같은 감탄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어떻게 내가 할 말을 이 사람이 하고 있지? 심지어 표현이나 단어까지 평소 내가 쓰는 것과 유사한 게 더러 있었다. 다만 저자는 MBA 과정도 마치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지금은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공부까지 하고 있을 정도로 언론과 경제에 해박한 지식이 있어 내용의 깊이나 내공은 절대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듯 여러 ‘언론 비판서’ 가운데 하나다. 솔직히 추구하는 바나 담고 있는 내용들도 그리 신선하다거나 특별해 보이진 않았다. 소위 ‘선수들’이 봤을 때 그저 그런 읽을거리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직 기자(지금은 휴직)가 비판의 대상이 된 사장이나 데스크들이 멀쩡히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회사 KBS를 비롯해 한국의 언론사, 언론인(언론종사자)들을 싸잡아 심한 욕을 한다. 심지어 시청자이자 독자인 대중에 대해도 ‘멍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뒷감당 ‘작살’이 뻔한데도 썼다. 큰 마음 먹고 작정하고 쓴 글이다. 언론을 향한 준엄한 호통이요 대중을 향한 간절한 호소요 보다 나은 세상을 바라며 한 용기있는 고발이었다. 

기자의 생생한 경험이 탄탄한 이론과 맞물려 비판의 힘을 실었다. 적절한 사례와 비유를 통해 글의 이해도도 높였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그저 그렇게 쓰여진 읽을거리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공부했으며 단어 하나하나에도 열과 성을 다한 ‘작품’임이 느껴진다. 

저자는 ‘언론답지 못한 한국 언론’의 ‘일그러진 참상’과 ‘위험성’ 그리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조목조목 분석을 했다. 대충 아래와 같다. 
  
한국의 언론사들은 국민들을 위하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왜곡된(언론 행위 자체가 사실상 왜곡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난 왜곡 앞에 ‘그릇된’ 이란 전제를 달고 싶다)사실을 근거로 과장 조작된 여론을 마치 진실인양 국민들에게 전달해 사실은 ‘권력’과 ‘자본’으로 통칭되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언론사의 핵심인 기자들은 한국적 언론 풍토와 역사가 만들어놓은 ‘출입처 제도’ ‘서열주의’ ‘자사 이기주의’ 등등의 나쁜 관행을 답습하면서 별다른 문제제기나 개선의 노력 없이, 사회 감시자란 언론인 본연의 사명과는 거리가 먼 회사 추종자인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특히 5,60대 원로? 언론인들을 한국 언론을 망친 원흉?처럼 강도 높은 저주를 퍼붓는다.
                  
문제는 대중이고 한국사회다. 대중은 언론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왜곡된 ‘정보’로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되고 결국 자신들의 이해와 이익과 반대되는 정책과 정당에 동조하는 모순된 결과를 낳아 언론의 폐해는 결국 대중과 한국 사회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다라고 우려한다.

대체로 ‘언론 비판’과 관련해선 잘 알려진 것들이지만 한겹 한겹 속으로 들어가보면 교과서처럼 ‘박제된 비판’이 아닌 기자 생활을 하며 겪었던 경험이 함께 녹아있는 ‘자연산 생비판’이다. 여기에다 ‘한가닥’ 하는 언론인과 학자들의 주옥같은 말들도 적절하게 인용돼 배우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런데 이 책의 부제는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이해하다’이다.
‘오마하의 현자’이자 세계 제일의 투자가인 워렌 버핏의 ‘투자 상식’과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대비 대조하면서 한국 언론을 깐 것인데, 내 개인적으로 투자 관련 상식이 없는데다 워렌 버핏이란 감히 ‘범접 못할’ 위인?의 상식(상식이라고는 하지만 철학적 원칙에 가까운)의 잣대로 ‘못돼 먹은’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잰다는 것이 조금 적절하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몰상식’한 내 처지에서 한 해석이기 때문에 상식이 있으신 분은 더욱 재밌게 책을 읽을 수도 있겠다.

또 이 책에는 한국 언론에 대한 고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발 보다 비중은 덜하지만 ‘몰상식’에 대한 해결책으로 언론인들과 대중들의 역할을 중요시 하는 뻔할 것 같지만 한번 들어봄직한 당부의 소리도 담겨져 있다. 

어쨌거나 저자의 한국 언론 고발은 용기있고 가치있는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한국 언론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문제의 근원인 언론의 몰상식 속성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설마 언론이’라며 언론에 맹목적 신뢰를 갖고 있던 더 많은 국민들에겐 충격과 함께 언론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할 것이다.   

끝으로 책 본문에서 소개할만한 글귀를 적어 본다.

“자유 언론의 상징적 인물인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조차도 신문기사를 크게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신문에는 진실(truths), 있음직한 이야기 (probablities), 그럴듯한 이야기(possibilities),그리고 거짓말 (lies)이 있다」그러면서 제퍼슨은 이 가운데 진실은 아주 조금, 하지만 있음직하거나 그럴듯한 이야기는 아주 많이 있을 것이라고 풍자했습니다.”

“평상시 언론 뉴스는 약장수들의 헛소리로 들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언론 뉴스를 마지막 기댈 곳으로 여기기 때문에 군중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언론의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비판적인 세상 보기를 하지 못하면 대중은 언론에 의해 들쥐 떼처럼 몰려다닐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그래왔습니다.”

 

 
 

 

 

 

[책 속의 길] ⑧  양병운 / TBC 대구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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