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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를 우려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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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칼럼]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의 칼럼을 읽고


  우연히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이 쓴 기명칼럼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 5월 30일자 ‘시시각각’이라는 의견란에 실린 ‘우려되는 황우여’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97년 희생 거부해 이회창 패배 도와, 보수.우파에게 역사적 채무자요 죄인, (한나라당)원내대표가 노무현 칭송…이상행보’라는 부제가 글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정치.사회적으로 예민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은 비판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작업이긴 하다. 그러나 이런 논조의 글이야말로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고, 사회통합을 해치는 전형적인 모범답안이다.

 글 속에는 황 원내대표가 1997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찬종씨의 원내진입을 위해 의원직을 자진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회창 후보가 패배했다는 가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박찬종씨가 이회창 후보를 떠났고, 그 결과 근소한 차이로 진보진영에게 대권을 빼앗겼으니, 황 원내대표는 보수.우파에게 ‘가설적 죄인’이라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과 ‘10년간의 진보좌파 집권’을 시퍼런 칼을 휘두르듯 하는 자세로 매도해버린다. 황 원내대표가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은 소탈하고 서민적이었으며 불의에 진노한  어른이었다.”고 기자들에게 한 말을 두고도 당과 대척점에 있는 진보좌파 지도자에 대한 평가에 신중하지 못했다고 일갈하고 있다.

<중앙일보> 2011년 5월 30일자 34면(오피니언)
<중앙일보> 2011년 5월 30일자 34면(오피니언)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중앙일보가 한나라당의 기관지이며, 글을 쓴 사람은 열렬한 한나라당원일 것이라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알려진 대로 중앙일보는 보수적 성격의 신문이다. 그러나 보수의 가치는 지향해야 하고, 진보의 가치는 배척해야 한다는 사시(社是)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진보를 배척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한쪽 편에 서서 쓰는 글이 이 사회의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묻고 싶다.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하고, 공화당의 각료였던 사람을 그대로 국방장관에 임명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사회에도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중국의 오늘을 있게 한 등소평의 흑묘백묘(黑猫白猫) 철학을 우리가 높이 사는 것은 그것이 그 사회의 이념논쟁을 압도한 비전과 발전의 논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쪼개고 배척하고 쫓아내고 부정하고 솎아내고…하는 편 가르기를 그만 둬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이 우선인가, 분배가 우선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이 이제 빛바랜 화두 이듯, 이제는 세계가 좌파 대 우파란 낡은 가치의 틀에서 벗어나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는 현상이라든지, 복지가 정치의 핵심논쟁거리로 등장한 것을 봐도 그렇다.

 황 원내총무가 자신의 개인 사정이나 정치적 이유 때문에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다는 것이 어떻게 죄인취급을 당할 일인가. 전직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자리에서 그냥 그런 덕담을 한 것이 어떻게 흠이 될 수 있는가. 흔해빠진 처세론 책에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줘야 관계가 성립된다고 했다. 그리고 상대를 한방에 보내버릴 힘이 없다면 전략적으로라도 상대를 인정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유력지의 논설위원으로서 왜 아직도 이분법적이고, 자기만이 옳다는 도그마에 빠진 글로 우리 시대의 화두인 사회통합을 해치고, 독자들을 우롱하는지 안타깝다. 
 





[김상태 칼럼 14]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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