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대구경북지역 진보단체와 왜관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손을 맞잡고 한 목소리를 냈다.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이하 대구경북대책위)>와 <캠프캐럴 고엽제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이하 민간대책협의회)>는 7일 오후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엽제 매립관련 일체 정보 공개'와 '민간대표와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단의 철저한 진상조사 실시'를 함께 촉구했다.
대구경북대책위는 대구경북진보연대를 비롯해 진보적 성향을 띤 43개 단체로 구성됐으며, 민간대책협의회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칠곡군협의회'를 비롯한 칠곡 지역 3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들 두 단체 회원과 칠곡 지역 주민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고엽제 매립 정황과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말 바꾸기를 거듭하며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며 "한미 양국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투명한 정보공개,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대책 수립과 오염된 국토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특히 "미군기지 내 일부지역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있는 레이더 조사방식과 기존 지하수 관측정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질조사는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불안감을 해소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고엽제와 화학물질 매립, 보관, 이전과 관련한 모든 자료의 투명한 공개, ▶민간 추천 전문가의 한미합동조사단 포함, ▶모든 매립의혹 장소에 대한 토양 시추조사와 안전한 방법을 통한 직접 발굴조사, ▶캠프캐롤 미군기지 인근 지역과 주민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대구경북녹색연합도 성명서를 내고 "고엽제 매립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해 칠곡군에 상주하는 정부관계자가 단 한명도 없다"며 "정부는 관련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실무 TF(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칠곡군에 상황실을 만들어 현장에서 직접 고엽제 매립의혹 사태에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대표는 "한미합동조사단이 진행하고 있는 조사방법은 신뢰성이 가지 않는다"며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객관성이 담보되고 진정성을 가진 전문가를 조사단에 포함시키고, 모든 조사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미합동조사단 한국측 단장인 부경대 옥곤 교수가 최근 언론에 '다이옥신은 수용성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성이 없다', '다이옥신이 검출되더라도 고엽제가 묻혔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발표를 했다"며 "옥곤 교수를 조사단에서 제외하고 독일에서 독극물을 전공한 한광용 녹색연합 운영위원과 다이옥신 전문가인 동아대 화학과 성대동 교수를 조사단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대책협의회 장영백 위원장은 "현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미합동조사단의 지표투과레이더를 통한 간접조사가 오염의 실상을 숨기려는 의도가 아닌지 칠곡 군민들이 의심하고 있다"며 "사안이 중대한 만큼 SOFA협정을 뛰어넘어 정확한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게 군민들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또 "삶의 터전인 이 땅에 미군이 어떤 물질을 묻었고,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것이 군민들의 심정"이라며 "묻히지 않았다면 다행이고, 묻혔다면 안전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왜관읍 동구발전협의회 이만호 추진위원장은 "고엽제 매립의혹이 불거진 뒤 칠곡군청이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부분은 칠곡교육문화회관 수영장에 사용하던 지하수를 모두 빼내고 수돗물로 교체한 것"이라며 "그러나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식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고,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김종필 원장은 "잘못된 선택으로 땅의 생명과 피조물의 모든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앞으로 100년, 1,000년 이 땅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와 후손들의 참 생명을 위해 모든 것이 올바르게 진단되고 처리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 뿐 아니라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인간다운 삶을 존중할 수 있는 모습으로 평화의 여정이 새롭게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대책위는 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저녁 7시 30분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며, 오는 10일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촛불문화제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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