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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국에서 보는 ‘일자리 창출’
[김윤상 칼럼] "돈벌이 안 해도 살 수 있는 세상을"
2011년 06월 12일 (일) 15:01:31 평화뉴스 pnnews@pn.or.kr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활빈당 홍길동 할아버지가 세우신 율도국의 국민입니다. 조선, 아니 한국은 율도국의 뿌리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관심을 두는 나라입니다. 한국에서는 복지 논쟁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지요? 그런데 ‘일은 곧 돈벌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게 저희 율도국 사람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입니다.

율도국에서는 돈벌이를 하지 않더라도 먹고살 만큼의 소득이 생깁니다. 율도국민 모두의 것인 국토와 자연의 가치를 인구수로 나눈 금액이 각자의 소득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율도국에는 남에게 기대는 복지가 없습니다. 이런 제도에 대해서는 지난 기회에 이미 말씀드렸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보편적 복지보다 더 상식적인 대안 - 전문 보기)

율도국 사정을 모르시는 독자는 얼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했는데 복지는 의례히 남에게 기대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복지 확대론자들 역시 동일한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복지를 위해서는 세원이 무엇이든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기 돈 찾아주기’ 정책을 먼저 하고 혹 그것으로 모자랄 경우에 한하여 증세를 고려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경제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경제는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하는 분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돈을 더 벌고 싶은 사람이 많을 테니까 이건 문제가 안 됩니다. 또 지금도 직업 중에 경제와 무관한 직업이 많습니다. 성직자, 예술가는 경제와 무관한 또는 무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공직자, 시민활동가, 교육자, 운동선수, 연예인도 생활필수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습니다.

게다가 경제발전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율도국이 그랬고 서구 선진국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역시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이걸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율도국에서는 오히려 경제에 여유가 생겼다는 증거라고 해석합니다. 이런 단계가 되었는데도 모든 국민이 돈벌이에 매달려야 한다면 그게 문제입니다.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뭔가를 하지 않으면 심심해서라도 못사는 게 사람입니다. 어린 아이는 돈벌이와 무관하게 몸과 마음이 성장하려고 ‘일’을 합니다. 학생 때는 (미래에 대한 부모의 협박이 없더라도) 학업, 인간관계 형성 등 ‘일’을 합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위해서도 돈이라는 채찍과 당근보다는 사원의 소속감, 성취감이 더 중요하다는 게 정설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보람

한국인도 인생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보람이라는 데 다들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중요한 일부인 일도 돈보다는 보람을 위해 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각 국민에게 자기 몫을 돌려주어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율도국에서는 정부가 공공근로나 사회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억지 돈벌이를 시키거나 <사회적 기업 육성법>을 만들어 국민의 세금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경제를 구실로 온갖 고귀한 가치를 희생시키지도 않습니다. 정부는 국민이 보람된 일거리를 찾도록 도울 뿐입니다.

율도국의 사회제도가 유일한 정답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원칙에 충실하기만 하면 율도국과 거의 같은 결론에 이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가 자녀들에게 한국을 자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는 뿌리가 같잖아요.

   





[김윤상 칼럼 39]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참고] - 한겨레 2011년 6월 3일자 17면(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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