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립 의혹이 일고 있는 미군기지 캠프캐럴(경북 칠곡군 왜관읍) 지하수에서 다이옥신과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그러나, 한미공동조사단은 "고엽제와 관련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캠프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조사중인 한미공동조사단은 8월 5일 오후 칠곡군청에서 이 같은 내용의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조사단은 "캠프캐럴 기지 내 수질과 인근 지역 토양, 하천퇴적토 시료에서 고엽제와 관련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캠프캐럴 내부 지하수 수질조사 결과 고엽제 주성분과 불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와 관련 없는 다이옥신의 경우 일부 관정에서 극미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캠프캐럴의 랜드팜, D구역, 헬리패드 잔여지역을 대상으로 지구물리탐사를 실시한 결과 이상 징후(anomalies)가 나타났으나, 이것이 고엽제 매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미조사단은 지난 6월 8일부터 16일까지 캠프캐럴의 6개의 이용관정과 16개의 관측정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으며, 랜드팜, D구역 및 헬기장의 43개 지점에서 토양시료를 채취중이다. 조사단은 "토양 시료채취 장비가 기반암(bedrock)에 닿을 때까지 시추를 할 것이며, 토양시료채취는 이 날 시작하고, 하우스씨가 7월 27일에 지목한 지점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사 발표에서는 캠프캐럴 지하수 관정에서 기준치 이상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조사단은 "고엽제와는 관련이 없는 TCE, PCE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일부 검출됐으며, 관정 6곳 가운데 TCE는 5곳에서, PCE는 2곳에서 각각 먹는물 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단은 "이러한 오염물질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기지내부 지하수의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농도 및 정량한계 (단위 : mg/L)
* EPA 먹는물 수질기준 / 자료. 한미공동조사단
TCE는 고엽제와 같은 유독화학물질에서 나오는 발암물질로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줄 수 있다. 한미공동조사단이 기지 내 지하수에서 오염물질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조사단은 또, 캠프캐럴 미군기지 D구역과 41구역 외부지역의 22개 지점과 5개 지점의 하천퇴적물 시료를 채취해 "고엽제의 부산물인 2,3,7,8-TCDD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22개 토양 모든 지점에서 미량(0.001∼1.152 pg-TEQ/g)의 다이옥신이 검출됐고, 하천퇴적토 5개 지점도 모두 미량(0.002~0.880 pg-TEQ/g) 검출됐다"면서 "이는 일반토양에서 검출되는 수준(전국토양평균: 3.487pg-TEQ/g)"이라고 덧붙였다.
<기지 내부 지하수 시료 채취지점>
자료 / 한미공동조사단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조사단 결과 발표에서 대해 "미군측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이하 대경대책위)> 김선우 상황실장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고엽제와 관련 없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런 식의 중간발표를 왜 자꾸 하는 지 모르겠다"며 "미군측에 고엽제 매립 여부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선우 상황실장은 "고엽제 매립 여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엽제 못지 않게 위험한 맹독성 발암물질이 많은 것도 큰 문제"라며 "고엽제 관련성만 따지면 발암물질 같은 다른 촛점들은 다 묻혀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군측이 기지 내에 발암물질을 마구 버렸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군기지 안에 고엽제가 묻혔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에 대한 조사 범위를 확대하고 기지 주변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