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를 방문해 고엽제 매립 장소를 지목했으나 그동안 한미공동조사단이 조사를 벌인 곳과 위치가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스티브 하우스 "헬기장 남쪽 경사면과 아랫쪽에 고엽제 묻었다"
스티브 하우스씨는 27일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를 방문해 헬기장과 칠곡문화회관 사이 경사면과 그 아랫쪽을 고엽제 매립장소로 지목했다. 스티브 하우스씨는 캠프캐럴 방문 뒤 칠곡군청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사진과 풍경을 대조해 고엽제가 묻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사면 아래 주차장에서 헬기장 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라며 "정확히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지점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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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왜관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헬기장 남쪽 비탈면 아래 드럼통을 묻었다"고 지목하고 있다 (2011.07.2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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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티브 하우스씨가 지목한 고엽제 매립장소와 그동안 한미공동조사단이 조사를 벌여온 장소가 달라 지역주민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왜 장소 다른가?" / "처음부터 지목" / "엉뚱한 곳 아니다"
장세호 칠곡군수는 "미군 측은 그동안 '스티브 하우스씨가 오더라도 의심할 여지없이 헬기장 지역이 가장 유력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왜 장소가 다르냐"며 "처음부터 직접 데리고와 장소를 지목했다면 두 달이라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엽제 매립 장소가 다른 것에 대해 스티브 하우스씨는 "KPHO-TV와의 인터뷰 뒤 집에 찾아온 미군 3명에게 실제 고엽제를 매립했던 '헬기장 남쪽 경사면'과 지나갈 때 마다 냄새가 났고 식물과 새들이 죽어있어 우려됐던 'D구역'과 '41구역' 3곳을 매립장소로 처음부터 지목했다"고 밝혔다. 또 "드럼통을 차곡차곡 쌓은 것이 아니라 비탈면 아래로 굴렸다"며 "이 과정에서 드럼통이 파손돼 액체 상태의 고엽제가 흘러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날 캠프캐럴을 방문한 민주노동당 김선동 국회의원은 "함께 찾은 국회의원들과 '왜 스티브 하우스씨가 처음부터 지목한 장소와 다른 곳을 조사했느냐'고 물었지만 미군 측이 질의응답을 종료했다"며 "이어 '스티브 하우스씨의 증언을 직접 들은 미군 3명을 데려오라'는 요구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미공동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주민간담회 자리에서 "엉뚱한 곳을 조사한 게 아니라 스티브 하우스씨가 밝힌 자리를 조사했다"며 "오늘 와서 보니 여기가 맞는 것 같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티브 하우스씨가 지목한 장소에 대해 지구물리탐사를 생략하고 곧바로 토양시추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군 측에 건의해 빠른 시일 안에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엽제 매립 작업에 참여한 뒤 30여년만에 왜관을 찾은 스티브 하우스씨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랜 시간 걸린 점 사과", "철저한 조사로 진실 찾아야"
스티브 하우스씨는 "내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다"며 "고엽제 매몰 작업에 동원된 뒤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을 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여러분들에게 달렸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함께 왜관을 찾은 전직 주한미군 필 스튜어트씨도 "42년 전 한국에 근무했을 당시 고엽제의 위험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지 못했다"며 "만약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면 부하들에게 고엽제 살포를 명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단지 캠프캐럴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 차원의 문제"라며 "미국 정부와 미 육군은 고엽제 매립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스티브 하우스씨와 필 스튜어트씨의 캠프캐럴 방문과 주민간담회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주한미군 고엽제 등 환경범죄 진상규명과 원상회복촉구 국민대책회의',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의 주최로 이뤄졌다.
스티브하우스씨와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인기(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민주당 정동영, 이미경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김선동, 홍희덕 국회의원, 국민대책회의 이강실 대표, 민간대책협의회 장영백 위원장이 캠프캐럴 헬기장을 방문했으며, 이들과 함께 방문을 신청한 대경대책위 백현국 대표와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는 제외됐다. 또, 취재진의 경우도 평소와 달리 사진과 영상을 포함한 국내 언론사 3명, 외신기자 3명의 출입만 허용했다.
한편, 전직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는 지난 5월 1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지역방송 KPHO-TV의 인터뷰를 통해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의 고엽제 매립을 폭로했다. 스티브 하우스씨는 이 방송에서 "지난 1978년 부대 내에 도시 한 블럭 규모의 땅을 파고, 밝은 오렌지색 글씨로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힌 55갤런(약 209리터) 크기 드럼통 250여개를 묻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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