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동조사단이 캠프캐럴 헬기장에 금속성 물질로 추정되는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이번 조사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며 '발굴조사'와 '토양정화', '주민역학조사'를 즉각 실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한미공동조사단은 8일 자력탐사(MS)와 전기비저항탐사(ER), 지하투과레이더탐사(GPR)를 비롯한 지구물리탐사를 실시한 결과 전직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지목한 기지 내 헬기장 지역 22곳에서 금속성 매설물로 추정되는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 중간발표에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은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미 예상된 결과", "직접발굴, 주민역학조사, 토양정화 실시해야"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이하 대경대책위)> 백현국 공동대표는 "지금의 헬기장 부지는 기존 높이에서 10~15m가량 흙을 덮은 땅"이라며 "최대 10m 깊이까지 밖에 조사할 수 없는 지표투과레이더를 비롯한 지구물리탐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나온 조사결과를 보면 캠프캐럴 기지 안팎이 오염된 것이 분명하다"며 "즉각 발굴조사와 주민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오염된 땅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이하 민간대책협의회)> 장영백 위원장은 "사실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며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고는 하지만 정확히 몇 미터 아래에 어떤 물질이 묻혀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시작하는 토양시추조사도 공동조사단은 지하 암반층까지 시추공을 뚫겠다고 하지만 현장 실무자들은 10m 깊이까지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며 "서로 말이 달라 믿음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는 "이미 여러 조사결과를 통해 캠프캐럴 기지 곳곳에 독극물이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미군은 계속 '고엽제'만 물고 늘어지고 있다"며 "헬기장뿐 아니라 D구역이나 41구역, H구역을 비롯해 독극물로 오염된 지역을 정화시키고 사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무 계획 없이 찔끔찔끔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것 같다"며 "직접 발굴조사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이 최우선, 과학적 근거 모으기 위한 단계적 조사"
반면, 조사에도 나름의 절차가 있고 결과가 조금씩 발표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믿고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칠곡여성협의회 김계화 회장은 "한미공동조사단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차근차근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을 갖고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칠곡여성농민회 조은희 회장도 "조사에도 절차가 있는 만큼 믿고 기다려보자"며 "미군들도 자기들이 살고 있는 땅이기 때문에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의 과장 보도로 왜관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바람에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사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불신과 기대가 엇갈리고 있는 지역사회의 여론에 대해 한미공동조사단 한국측 대표인 옥곤 부경대 교수는 "조사에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작업인원과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단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이유는 과학적 근거를 모아 오염된 땅을 정화시키고, 더 나아가 SOFA 개정이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라며 "최선을 다해 조사를 진행 할 테니 시간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앞서 한미공동조사단은 8일 오후 칠곡군청에서 주민설명회를 갖고 "지난 6월 2일부터 7월 6일까지 전직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지목한 기지 내 헬기장 왼쪽지역에 대해 자력탐사(MS)와 전기비저항탐사(ER), 지하투과레이더탐사(GPR)를 비롯한 지구물리탐사를 실시한 결과 금속성 매설물로 추정되는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구물리탐사 결과 22곳 금속 반응, 총 40곳 토양시추조사 실시할 것"
공동조사단의 자력탐사 결과 대부분의 헬기장 지역에서 자력이상 반응이 발견됐다. 이상 징후가 집중적으로 발견된 헬기장 중앙지점과 우측지점은 각각 소방훈련지역과 자동차 바퀴 세척지역으로 시멘트 콘크리트 아래 매설된 철망에 의해 자력이상 반응이 나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소방훈련지역 위와 아래 부분에 직선 형태로 나타난 자력이상 반응과 북쪽 끝 부분의 반응은 각각 급수관로와 금속성 울타리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자력이상 반응지역 11곳에 금속성 물질이 묻혀있는 것으로 공동조사단은 추측하고 있다.
전기비저항탐사와 지하투과레이더탐사 결과에서도 각각 금속성 물체가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은 전기비저항 반응과 드럼과 같은 물체가 지하에 분포하고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레이더 신호 패턴이 나타났다.
공동조사단은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3가지 탐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 22개 지역을 토양시추지점으로 정했으며, 인체위해성평가 실시를 위해 18개 지점을 추가해 모두 40개 지역에서 토양시추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7월 8일 오후부터 시료 채취를 시작해 오는 8월말 분석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경대책위>와 <민간대책협의회>는 8일 저녁 왜관역 광장에서 '평화의 야단법석'이라는 주제로 주민문화제를 가졌다. 이날 문화제는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지역주민, 성직자, 정치인을 비롯한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 수도자와 대구여성광장, 곰네들 아이들의 합창, 빚고을광대의 길놀이와 국악을 비롯한 노래와 공연으로 꾸며졌다. 또, 오는 16일 왜관수도원은 캠프캐럴 미군기지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오렌지 둘레길'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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