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여지 줄어든 야권연대, '경선 룰' 셈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4당 / 여론조사 + 선거인단 + 배심원 평가...병행 혹은 선택, 문제는 '비율'


"정치적 협상의 여지가 닫혔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의 줄어든 건 사실이다"

민주통합당 김현근 대구시당공동위원장의 말이다. 민주통합당은 2월 22일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해 대구 12곳 가운데 9곳의 단수 후보를 확정했다. 24일 당무위원회의 최종 '인준'이 남아 있지만 그대로 '공천 확정'될 것으로 대구시당은 보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공천이 확정된 예비후보들을 상대로 한 '정치적 협상' 여지는 더 어려워졌다는 게 김현근 위원장의 판단이다. "공천까지 받은 후보를 시당 차원에서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며 "정치적 협상은 힘든 것 같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또,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벌써부터 후보를 확정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 공천 확정이 야권연대에 별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부겸 / 이연재
김부겸 / 이연재
대구 야4당과 체인지대구.대구경북진보연대로 구성된 '범야권시민연대'는 지난 16일부터 '정치적 협상'을 시작했다. 오는 29일까지 각 정당과 후보측이 정치적 협상을 벌인 뒤, 협상의 결과가 여의치 않을 경우 '경선 룰'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성구 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측과 진보신당 이연재 후보측이 21일 첫 만남을 가진데 이어 23일과 25일에도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현재 대구 12개 선거구 가운데 '수성구 갑'을 비롯한 6곳에서 '야권단일화'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협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는 야4당이 공감하고 있다. 이미 야4당의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데다, 각 정당과 후보측이 '양보 없는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벌어지는 중앙당 차원의 협상마저 아직까지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대구의 야권연대는 '정치적 협상'이 끝나는 29일 이후에 '경선 룰'을 주제로 다시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 대구 야4당 대표들은 일단 '경선'을 통한 '후보단일화'에는 공감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적 협상이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과 함께, "그래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현근 공동위원장은 "한 쪽으로 쏠린 대구에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후보단일화는 꼭 필요하다"고 했고, 통합진보당 남명선 대구시당 공동위원장도 "정치협상으로 안되면 일정한 경선 룰이라도 정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장태수 대구시당위원장도 "협상으로 안되면 각자가 구체적인 경선 안을 내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창조한국당 김태훈 대구시당위원장도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4당 대구시당위원장...(왼쪽부터) 민주통합당 김현근, 통합진보당 남명선, 진보신당 장태수, 창조한국당 김태훈 대구시당위원장
야4당 대구시당위원장...(왼쪽부터) 민주통합당 김현근, 통합진보당 남명선, 진보신당 장태수, 창조한국당 김태훈 대구시당위원장

문제는 '경선 룰'이다. 지금까지 야4당과 체인지대구, 협상을 벌이고 있는 '수성구 갑'에서 거론된 경선 방식은 3가지로,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참여경선', '시민배심원제 평가'가 꼽히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여론조사'를 선호하는 반면, 다른 야3당은 참여경선과 시민배심원제, 혹은 이를 포함한 '최소한의 여론 반영'을 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현근 위원장은 "여론조사가 제일 무난하지만 일단 모든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참여경선은 비용이 들고 자칫 과열될 수도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진보신당 장태수 위원장은 "단순 여론조사 방식은 유권자들의 결정 과정이 왜곡돼 진보정당 후보를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며 "선거인단 참여경선과 배심원단 평가"를 주장했다. 특히, "체인지대구가 야권연대에 책임성 있게 참여하기 위해서는 야권단일후보로 누가 적합한 지 그들 스스로 평가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김태훈 위원장은 "여론조사와 참여경선, 배심원제를 모두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고, 통합진보당 남명선 위원장은 "야권연대에 대한 중앙당 방침이 곧 결정될 것"이라며 "그 방침에 따라 경선 룰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야4당 대구시당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3가지 가운데 어느 한 방식만으로 경선할 여지는 거의 없다. 당장 '여론조사'만에 따른 경선에 민주통합당을 뺀 야3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고, '배심원제 평가'만에 따른 후보 결정은 상대적으로 정당 지지율이 높은 민주통합당이 받을 리 없다. 때문에, 이 3가지 방식 모두를 병행하거나 2가지 방식에 따른 '반영 비율'이 관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정당 A후보는 "참여경선과 배심원 평가를 전제로 최소한의 여론 반영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당의 B후보도 "여론조사가 무조건 안된다는 건 아니다"며 "여러 방식을 병행하되, 후보의 적합도를 볼 수 있는 배심원 평가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통합당 김현근 위원장은 "뭐는 되고 뭐는 안된다는 건 아니다"면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최대화하는 경선 방식을 고민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범야권시민연대 소속 야당과 무소속 후보의 경합지역은 6곳으로, ▶'수성구 갑'에는 김부겸(54.민주통합)과 이연재(49.진보신당) ▶'동구 갑'에 임대윤(55.민주통합)과 송영우(39.통합진보) ▶'북구 갑'에 김용락(53.민주통합)과 안경욱(48.무소속) ▶'북구 을'에 이헌태(49.민주통합)와 조명래(48.통합진보) ▶'중남구'에 김동렬(45.민주통합)과 김태훈(32.창조한국), 이재용(58.무소속) ▶'달성군'에는 김진향(43.민주통합)과 정우달(50.통합진보당) 예비후보가 '범야권단일후보'를 노리고 있다.

'범야권 단일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예비후보...(왼쪽부터) 남칠우(수성을.민주통합), 김준곤(달서갑.민주통합), 이원준(달서을.통합진보), 김철용(달서병.민주통합)
'범야권 단일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예비후보...(왼쪽부터) 남칠우(수성을.민주통합), 김준곤(달서갑.민주통합), 이원준(달서을.통합진보), 김철용(달서병.민주통합)

반면, 야4당에서 1명만 출마한 4곳은 사실상 '범야권 단일후보'가 확정됐다. ▶'수성구 을'에 남칠우(53.민주통합) ▶'달서구 갑'에 김준곤(57.민주통합) ▶'달서구 을'에 이원준(41.통합진보) ▶'달서구 병'에 김철용(38.민주통합) 예비후보가 그들이다. 대구 '서구'는 야4당에서 아직까지 후보가 나서지 않았고, '동구 을'은 민주통합당 이승천(50) 전 대구시당위원장과 김현익(44) 변호사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다.

김현근 위원장은 '동구 을' 경선과 관련해, "유권자의 2%에 해당하는 3,800여명의 선거인단을 29일까지 모집한 뒤 3월초쯤 경선할 것"이라며 "만일 선거인단이 유권자의 2%에 미치지 못하면 선거인단 경선과 여론조사를 병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비정당 시민정치조직인 <체인지대구>는 범야권연대 후보 선출에 참여할 유권자 모으고 있다. "나는 유권자다!"라는 슬로건으로 1만명 모집을 목표로 하는 '2012 대구를 바꾸는 시민정치참여단'은, 범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하고 단일후보 선출과정에 직접 참여할 뿐 아니라,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직접 활동할 수 있다.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회비를 비롯한 가입 비용도 없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