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권력 지향과 소통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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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은경 / 매일신문, '영남내륙항(뱃길) 건설'이 주요 어젠다?


언론이 사회의 거울이라거나 목탁, 공기 운운하는 말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기술문명의 발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회의 거울․목탁․공기가 되는 것을 독점하려 하거나 아니면 송두리째 왜곡해서 ‘우리들의 언론천국’을 만들려는 그런 언론들이 있기 때문이다.

SNS

조중동을 보면 하나 같이 SNS를 때리는 기사가 난무한다. SNS에 자신의 영향력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상대이므로 때려야 한다.약화시켜야 조중동이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SNS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키려고 한다. 소비자들이 SNS의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면을 자정장치로 걸러내기 전에 SNS를 미리 요물로 만들어버리려는 것이다.

<매일신문> 2012년 3월 5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2년 3월 5일자 '사설'

우리 대구지역 언론을 보면 유독 매일신문이 그 ‘폐해’를 더 강하게, 많이 강조했다. 매일신문의 보도좌표의 바로미터 구실을 하는 사설(2012년 3월5일「SNS 부작용과 폐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간판칼럼이라는 수암칼럼(2012년 3월 12일, 「‘욕회’ 회원, 그들뿐일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야고부’(2012년 3월 27일, 「원시 매체 SNS」)를 보면 SNS에 대한 편향적인 생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들에 따르면 SNS는 ‘사실관계를 왜곡해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편향된 전파자들이며(사설), ‘조용히 얼굴 마주 보며 자기 말 들어줄 사람이 사라’지게 하는 ‘감정과 생각이 냉랭한 SNS’이며(수암칼럼), ‘충분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전부로 혹은 진실로 받아들’이게 해 ‘늘 틀린 판단을 내’리게 하는 부정확 덩어리이다(야고부).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수암칼럼'
<매일신문> 2012년 3월 12일자 '수암칼럼'
<매일신문> 2012년 3월 27일자 '야고부'
<매일신문> 2012년 3월 27일자 '야고부'

SNS가 정확 덩어리라거나 긍정적인 역할만 한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부정확한 면은 소비자들의 자정 능력으로 걸러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라면 사설이든, 칼럼이든 무엇이든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미디어 등 어디를 봐도 이명박 정부 시기처럼 소통부재의 아우성이 높았던 때가 과연 있었을까. 그만큼 소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절체절명의 비원(悲願)이랄까 희원(希願)이랄까 그런 것이 돼 버렸다. 상황이 이러므로 소통을 위한 노력은 언론이 앞장서서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SNS는 소통부재를 강화하면 할수록 그 이용자가 확산될 게 분명하다. 소통지향의 매력이 강한 속성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지역의 과점언론인 매일신문은 소통을 지향하는 언론이 아니다. 독자․시민을 끌고 가는 언론이란 인상이 매우 강하다.

<매일신문> 2012년 7월 5일자 25면(인물)
<매일신문> 2012년 7월 5일자 25면(인물)

앞에서 든 칼럼의 필자의 칼럼을 추려 만든 책 출판기념회 동정 보도(매일신문, 2012년 7월 5일, 「본지 명칼럼 모아…해학․풍자로 되돌아본 ‘대한민국’」)를 보자.

…저자인 김정길 전 명예주필은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비판적인 글을 쓰면서 받은 불이익이 없느냐’는 것이었다”며 “실제 지금까지 수사 당국으로부터 계좌추적을 3번이나 당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 “권력을 비판하면 내사를 받고 긍정적인 글을 쓰면 비아냥을 듣는다. 북한 관련 문제 등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면 가족들이 걱정한다”며 “거리낌 없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매일신문이라는 큰 산과 큰 그늘을 믿고 버틴 용기였고, 함께했던 여덟 분의 매일신문 사장 신부님들의 무언의 지원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말'과 '진실'의 거리

미화일색이다. 문제는 진실과 균형, 소통이란 언론의 기본(언로)과 ‘수암칼럼’의 그 동안의 행적이 얼마만큼 일치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칼럼 필자의 한 글을 보자(2010년 3월 8일, 「대통령의 충고」).

<매일신문> 2010년 3월 8일자 '수암칼럼'
<매일신문> 2010년 3월 8일자 '수암칼럼'

…‘내 편 네 편 가르는 분지(盆地)에 갇힌 사고(思考)를 버리고, 머릿속에서는 정치적 계산도 버리고, 서로 힘을 합쳐 내 지역을 발전시켜 보자는 합심된 노력과 용기로 도전하면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는 충고였다. 따갑지만 어느 한 군데 토 달 데 없이 맞는 말이니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백성에게 하는 충고는 상처에 꿀을 바르듯 따갑지만 부드럽고 위로하듯 해야 한다'는 고전(古典)의 격언대로, 귀에 거슬리지 않는 듯하면서 그러나 아픈 구석은 정확히 찔렀다.…

「미디어창」은 위 칼럼의 다른 대목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위 칼럼이 “어느 한 군데 토 달 데 없이 맞는” 말을 했다는 그 말이 가지는 한계성을 보자는 것이다. 위 칼럼 필자가 위 칼럼에서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멘토와 최측근이 줄줄이 비리와 관련해 사퇴했거나 감옥에 갔고 그도 모자라 이제 ‘형님’까지 사법조치가 임박했다고 언론보도는 전한다. 도덕성은 시궁창에 처박혔다. 보도에 따르면 비리에 얽힌 굵직굵직한 인물만 19명이다. 위 칼럼이‘어느 한 군데 토 달 데’가 없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이 ‘분지(盆地)에 갇힌 사고(思考)’ 운운의 발언이나 발언 배경 자체가 한계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위 칼럼 필자의 칼럼이 가지는 한계성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매일신문은 위 칼럼 필자 동정과 관련해서 ‘박해받은 언론인’이란 이미지를 행간에서 풍기도록 했다. 과연 그런가? 박해를 받았는지, 아니면 이념에 충만하고 권력을 지향한 해바라기였는지 행적은 독자들의 몫이고 독자들이 말할 것이다.

매일신문은 뭘 좇나?

위 칼럼 필자는 위 칼럼에서 ‘우리의 숙원 사업인 영남권 신공항도 우리가 하는 걸 봐가며 도와줄지 말지 생각하겠다는 뉘앙스를 던졌다.’고 했는데 ‘어느 한 군데 토 달 데’ 없다던 이명박 정부가 ‘신공항’을 백지화하자 매일신문은 ‘권토중래’를 꿈꾸는 듯 새누리당 차기 대권주자로 독주하는 박근혜 의원을 ‘백마를 탄 기사’로 띄우고 있다((2012년 7월 6일, [대권주자 인물탐구] <1>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

<매일신문> 2012년 7월 6일자 9면(특집)
<매일신문> 2012년 7월 6일자 9면(특집)

그런데 박근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는 비대위원장으로서 공천과 선거과정을 쥐락펴락하면서도 ‘신공항’은 전국적인 공약사항에서 빼버렸다(2012년 3월 30일, 매일신문, 관풍루) 그 점은 어디에도 위 기사에서 지적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을 따라가면서 문제의 위 칼럼이나, 매일신문의 기사 흐름을 보면 위 칼럼이나 매일신문이 추구하는 것은 과점언론이 가지는 ‘권력’이며, 논조는 ‘정파성’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언론공학만이 넘실댄다.

매일신문은 지난 7월 6일 ‘창간 66주년’을 맞아 ‘대구경북 주요 어젠다’를 발표했다(1면). 지방분권 제도화, 남부권 신공항 건설, 대구권 광역 전철망 구축, 도시철도 1호선 경산 연장, 영남내륙항 뱃길 건설이 그것이다. ‘지방분권 제도화’를 제외하면 모조리 개발과 관련돼 있다. ‘신공항’은 여기서도 다시 등장한다.

<매일신문> 2012년 7월 6일자 1면
<매일신문> 2012년 7월 6일자 1면

그런데 ‘대구․경북 주요 어젠다’라는 것을 보면 그 동안의 매일신문 보도의 속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읽게 한다. ‘영남내륙항 뱃길 건설’ 대목에 이르면 왜 매일신문이 ‘4대강’ 추진에서부터 건설에 이르기까지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문제점, 자연․생태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는 귀를 막은 채 낙동강의 ‘보’와 관련한 솔깃한 이야깃거리나 시선을 묶어둘 사진물을 그토록 열심히 내보내면서 ‘4대강’ 띄우기에 열성이었는지 알게 한다.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은 ‘운하건설 일환이 아니다’고 했지만 매일신문이 ‘어젠다’라고 천명한 ‘영남내륙항 뱃길 건설’이 ‘운하 건설’이 아니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매일신문> 2012년 7월 6일자 4면(특집) / 대구경북 10대 주요 현안
<매일신문> 2012년 7월 6일자 4면(특집) / 대구경북 10대 주요 현안

매일신문은 말의 진실성을 버렸다. 언론으로서의 제 모습을 상실했다. 매일신문에서 이제 남은 것(추구하는 것)은 ‘언론권력’ 뿐인가? 시민․국민과의 소통은 무시하면서….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91]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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