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용역 횡포에 경찰 방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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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경찰 직무유기, 주민만 희생" / 경찰 "감시 어려워" / 시공사 "공사 변경 없다"


'청도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삼평1리 주민들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용역업체를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한전과 이를 방관한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은 7월 17일 오전 경북 청도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공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용역 동원한 한전과 경찰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며 "청도 송전탑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청도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폭력용역 동원한 한전과 경찰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청도 송전탑 공사현장 앞에서 "폭력용역 동원한 한전과 경찰의 직무유기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박효식 청도경찰서장과 면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송전탑 건설 발주처인 한전과 시공사 동부건설, 서광이엔씨가 공사현장에 동원한 용역업체 TPS에 대해 "용역업체 직원들은 주민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하고 있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경찰이 제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박 서장은 "용역업체 직원을 계속 감시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라며 "직무유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3개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전이 동원한 50여명의 젊은 용역업체 직원들의 폭력이 도를 넘어섰다"며 "할머니뻘 되는 주민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력을 가하고 언론사 취재를 방해하는 등 추태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주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사태를 방관하며 용역업체 직원 폭력을 용인하고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찰인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이어, 한전이 지난 7월 3일부터 주민 동의 없이 공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국책 사업은 주민과의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함에도 한전은 주민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때문에 평화로운 마을은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됐다"고 했다. 또, 한전이 송전탑 건설 보상으로 제안한 마을공동기금 "1억7천만원"과 송전탑 공사를 진행하며 주민 논을 굴삭기로 밟고 지나간 뒤 "보상해주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평생 일궈온 삶터를 송두리째 앗아가고도 돈이면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이 '폭력 용역'과 '안일한 경찰'을 양산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들고있는 피켓(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들고있는 피켓(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아슬아슬한 상황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에 알려지지 않아 더 고립된 싸움이 됐다"며 "상황을 처음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용역업체 직원의 폭력과 이를 묵인하는 경찰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송전선로의 변경사항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며 반성 의지도 보이지 않는 한전에 분노한다"며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주민 허락은커녕 주민을 폭력으로 짓밟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현 정권의 모습"이라며 "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민 고통을 묵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정부와 경찰의 역할은 주민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살기 어려운 농촌에 건강에 해를 끼치는 송전탑까지 세울 수는 없다. 공사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부터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해온 김준한(동해안 탈핵 천주교연대 공동대표)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김 신부는 먼저,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를 채증하는 경찰을 향해 "정말 유감스럽다. 경찰들이 왜 시민단체와 주민들을 채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용역깡패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니 울분을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시간이 부족해 그런 것이 아니라 빨리 공사를 해 이윤을 남기기 위해"라며 "주민들이 사는 가까운 곳에 송전탑을 세우는 것도 자재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송전탑 건설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주민들이 아닌 대기업과 몇몇 사람들"이라며 "한전은 반드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왼쪽부터)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준한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준한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시공사인 서광이엔씨 최명훈 소장은 "당초 사업계획서를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 남산리와 삼평1리 위치가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아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처음 계획한 노선에서 변경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공사 중단도 선로 변경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들이 편파 보도를 해서 인터뷰하기 싫다"며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송전탑 건설 반대"를 요구하며 공사현장에서 농성을 벌여온 이언주 삼평1리 부녀회장을 포함한 주민 6명은 현재 '공사 방해 혐의'로 시공사인 동부건설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다. 또, 공사현장에서 강제로 끌려 내려오다 시공사 직원에 '전치 2주' 상처를 입힌 마을 주민 김춘자(62) 할머니도 시공사 직원으로부터 '폭행혐의'로 고소당했다.

시공사 직원과 청도경찰서 형사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기자를 함께 채증하는 모습(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공사 직원과 청도경찰서 형사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기자를 함께 채증하는 모습(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개발지사는 2006년 사업계획서를 통해 경남과 경북지역에 각각 765kV, 345kV의 전압을 송전하는 16km 선로 연결 공사를 발표했다. 이는 부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주변 대도시로 송전하는 철탑 공사다. 이에 따라, 한전은 모두 40개 철탑을 건설할 계획이며, 각북면에는 삼평1리에 22-24호기, 덕촌리에 25호기, 이 밖에도 우산리와 지슬리까지 모두 18개의 철탑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전은 지난 2006년 사업계획서를 발표하며 삼평1리 주민 10여명만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쳤고, 지난 2010년 11월에는 일방적으로 24호기 철탑 건립 부지를 변경했다. 이후, 삼평1리 마을주민 전체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함께 싸웠다. 하지만, 현재는 주민 20여명만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한전과 두 시공사는 용역까지 동원해 주민 출입을 막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주민 이차연(75)씨가 용역업체 직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내려오다 실신해 단기 기억상실증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 3일에는 23호기 송전탑 공사를 위해 길을 닦던 굴삭기가 모가 심겨진 주민 곽권승씨의 논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 용역업체 직원에 밀려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잠시 정신을 잃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지난 3일 23호기 송전탑 공사를 위해 길을 닦던 굴삭기가 논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 모가 심겨진 논길 한 가운데에 흙길이 생겼다(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난 3일 23호기 송전탑 공사를 위해 길을 닦던 굴삭기가 논을 그대로 밟고 지나가 모가 심겨진 논길 한 가운데에 흙길이 생겼다(2012.7.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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