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시대를 맞이하는 준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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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 『시진핑 평전』(우밍 지음 | 송삼현 옮김 | 지식의 숲 | 2009)


다들 그렇듯이 초등학생 때 웬만한 위인전은 다 읽었다. 위인전은 반만 믿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세월이 좀 지나서다. 중국에 머물던 때, 잘 알고 지내던 학생이 “선생님,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어 보셨어요?”라고 물으며 자기는 얼마전 독파했다고 자랑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우리 대통령 욕은 못하겠고 내 대답은 그저 이랬다. “나도 그렇고 이 학교의 한국유학생이나 교수 중 그 책을 읽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내가 남의 나라 정치인의 평전을 읽었다. 시진핑 평전이다. 시진핑은 현재 중국의 부주석이고 몇 달이 지나면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중국 최고 권력자가 될 사람이다. G2, 미국과 중국 얘기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패권추구를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절대 그럴 일 없다며 G2라는 용어에도 손사래를 친다. 어떤 중국 학자는 G2를 닭과 토끼로 비유한다. 중국말로 닭은 ji, 토끼는 tu로 발음이 같아서이다. 그는 “두 동물은 친하지는 않지만 싸우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다. 글쎄 견원지간인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는 그러한 정세변화의 직접적 영향 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인 강정의 해군기지, 한일정보보호협정, 이런 현안의 배경에도 중국관계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향후 10년, 우리는 시진핑시대의 동북아정세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 시대를 맞기 위해 준비운동 삼아 평전을 읽어 보자.
 
『시진핑 평전』(우밍 지음 | 송삼현 옮김 | 지식의 숲 | 2009)
『시진핑 평전』(우밍 지음 | 송삼현 옮김 | 지식의 숲 | 2009)
이 책은 시진핑 개인의 삶을 서술했지만 신중국의 현대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시진핑은 부총리를 지낸 혁명원로의 아들이다. 문화혁명시기 숙청된 아버지, 벽지로 ㅤㅉㅗㅈ겨난 10대 시절, 마오쩌뚱의 죽음과 덩샤오핑의 부활, 개혁개방, 끊임없이 전개되는 권력투쟁, 이 과정에서 그는 인내와 신중함, 특유의 성실함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중국권력의 심장부로 올라섰다. 평전은 정치라는 것이 ‘준엄하고 모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진핑의 드라마는 중국현대사 학습의 귀중한 자료다.

산동대학 뉘우교수는 중국 권력구조에 대한 나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다. 중국의 지도부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후진타오는 이 9명 중의 대표(일 뿐)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개인숭배와 3대세습으로 욕먹고 있는 북한을 생각했다. “아, 북한이 이정도만 되었으면...”하고 말이다. 이 책은 중국의 인재등용과정, 권력구조, 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공산당 학생당원에게 물어보았다. 학교생활에서 당원과 비당원의 차이가 뭐냐고? “대지진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헌혈운동을 한다. 비당원은 헌혈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당원은 해야 한다. 큰 눈이 내리면 눈 치우러 가야 한다. 비당원과 달리 당원은 반드시 가야 한다.” 학교에서 바른 생활을 가르치듯 학생당원에게 요구되는 ‘인민에게 헌신’한다는 당의 정신은 사회에 나가면 빛이 바래는 게 현실이다. 이 책에서도 공산당의 빛과 그림자는 뚜렷하다. 공산당의 정신이 책의 뒷장으로 갈수록 희석된다는 걸 느낀다.

부패문제는 중국의 골칫거리다. 부패의 주체도 공산당이고 부패척결의 주체도 공산당이다. 부패를 그냥 두자니 나라가 망하겠고, 부패를 척결하자니 공산당이 망하게 생겼다. 과연 성공 가능한가? 정치민주화는 점점 핵심적 개혁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사회발전은 민주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한다. 하부구조가 바뀌면 상부구조도 바뀌어야 하는 법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정치개혁이 없으면 제2의 문화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시진핑은 이 과제를 어떻게 요리할까?

독일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일을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친중정권, 중국은 친미정권으로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적당히 긴장된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원할 수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이해관계는 주변국 모두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친미일변도의 외교안보전략을 부여잡아선 안된다. 21세기 중국의 부상이라는 메가톤급 정세변화 속에서 주체적이고 균형감을 가진, 멀리 내다보는 새로운 외교전략이 필수적이다. 북쪽은 중국의 입술노릇, 남쪽은 미국과 일본의 입술 노릇을 하고 있는 한 통일도 평화도 요원하지 않겠나.
 
 
 





[책 속의 길] 75
이연재 / 수성주민광장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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