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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어서 남 주자!
구인호 /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고미숙 저 | 그린비 | 2010)
2012년 01월 20일 (금) 18:59:15 평화뉴스 pnnews@pn.or.kr

 돈의 달인? 음 돈을 잘 버는 방법이 있나, 잘 쓰는 방법을 적었을까? 돈의 달인과 코뮤니타스(공동체)? 고전평론가의 돈 이야기라.

 제도권인 대학교수로 가지 않고도 연구자들이 모여서 열심히 공부하고 글쓰고 토론하며, 고전평론가라는 학자적 삶을 영위해 내고 있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수유+너머>라는 공동체 이야기와, 우리의 고전문학이나 다른 여러 책에서 채취한 삶의 지혜와 저자의 지성을 적절히 섞어 읽기 쉽고 재미있게  돈과 우리 삶의 문제에 대해 지혜를 주고 있는 책이었다.

 돈에 먹히지 않고 돈을 통하여 삶을 창조하는 돈의 달인과 ‘화폐에 대항하는 공동체’인 코뮤니타스와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스릴로 인해 저자는 책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한다. ‘자본에 포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산정으로 도피하지도 않는, 화폐와 삶이 어떻게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열어 갈 수 있는가를 실험해 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하면서 교환과 계약의 세상에서도 얼마든지 증여와 순환, 순수증여를 실천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히고 있다. 증여는 종교적 동기에서가 아니라 인간에 내재한 원초적 본능이라고 밝힌다. ‘증여는 연결하고 교환은 분리한다’. 교환은 삶을 먹어치우지만 증여는 삶을 창조한다. 교환만으로 움직이는 체제는 없으며 증여라는 토대 위에서 교환체제가 작동한다고 보고 여기서 증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간디의 후계자이자 인도의 교육성자로 불리는 비노바 바베의 모친은 증여란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잘 살기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할 자연스런 본성일 뿐이라고 한다. 저자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창조적인데 쓰는 돈을 증여라고 부른다. 세상은 넓고 돈 쓸 곳은 너무나 많다고. 이렇게 돈을 쓰는 건 추리소설보다 더 짜릿하고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쓰면서 행복하라고...

   
▲ 고미숙 저 | 그린비 | 2010.09
 우리가 경제정의를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별 고민을 못하고 대출을 받아 사보험의 보험료를 내고 [보험료 낼 돈의 반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 쓰면 자신을 지킬 수 있는데도. 우리의 인생을 보험에 맡길 수는 없고 보험에 길들여지면 현재(present)가 선물(present)임을 잊어버리게 됨을 지적한다. 보험업계에서 별로 안 좋아할 듯^^], 공교육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여기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자녀들을 학원과 과외에 맡기는, 학자금대출과 주택융자로 파산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보험과 대출이 우리를 ‘술푸게’ 하는 주범이라고. 술은 잘 못하지만 정말 대출금(빚)은 불안과 스트레스 지수 상승의 주범이다.

잘 살고 싶으면 빚부터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빚은 자기 능력 이상을 누리려는 탐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내가 지금 누리는 것이 내 능력이상인가 보다.... 부자가 되려면 빚은 물론 빚을 지려는 마음까지 청산해야 하고 그러면 저절로 돈이 모인다고 한다.

 백수와 비정규직이 소외되고 억압받는 한, 정규직 역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정규직 또한 죽지 못해 산다고 간파하고 있다(고용확대와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은 정규직에게도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람들은 이런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쇼핑(특히 여성)과 회식(남성)에서 푼다고 해석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정규직도 늘 돈이 없다고 한다. 저자는 정규직이냐 아니냐, 연봉이 얼마냐 보다 돈을 쓰는 용법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적 소유와 자아가 혼연일체를 이루는 체제가 자본주의라고 보고, 자본은 자기 가치 증식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금융자본이 이런 화폐의 속성을 최고의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 금융자본은 버블(거품, 신기루)경제라고 단언한다. 결국은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본과 생명의 유서깊은 전투는 아직도 계속 중이며 아무도 이 전장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고 우리에게 주어진 건 다만 맞서 싸울 수 있는 자유와 권리뿐이라고. 어떻게 싸워야 생명과 자연에 도움이 되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저자는 일단 잘 벌고 잘 쓸 것을 권한다. 잘 번다는 것은 돈을 벌면 벌수록 자신에 대한 존중감이 높아지는 것이 제대로 버는 것이고, 잘 쓰는 것 또한 쓰면 쓸수록 더더욱 삶이 풍요로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저자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보고, 대학에서 취직공부도 하지 말라고 한다. 유산도 물려주지도 받지도 말라고 한다. 부모가 물려주어야 할 것은 유산이 아니라, ‘홀로서기’에 대한 훈련, 독립심 혹은 자존능력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어서 사서 하는 고생에서 핵심은 몸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몸을 쓸 기회가 줄어들고 머리만 골몰해서 탈인 현대인에게 몸(특히 하체)이 수고롭게 되면 마음은 절로 쉬게 되어 체력단련과 정신의 평화가 주어지며 더불어 배짱(타자와 소통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돈의 달인이 되려면 돈 대신 몸을 잘 쓰면 된다고 한다. 불필요한 소비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이 말에 영감을 얻어 자가용을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으려 생각했지만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가 대통령부터 구의원까지 온통 돈타령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돈, 그것의 구체적 쓰임에 대해서는 입다물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평소에 툭터놓고 말하는 습관, 투명하게 소통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평소 가까운 이와 연애나 성에 관한 이야기보다 돈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드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개인이나 단체의 관계가 틀어지는 과정에서 이렇게 돈에 관해 투명하지 못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연애도 돈없이 하는 방법이 많다고 소개한다. 등산가서 같이 공부하면 더 짜릿하다고 한다?. 지성이야말로 에로스의 원초적 토대이며 세상에 그 어떤 매력도 지적인 것에 대적할 만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성과 관련해 저자는 북드라망에 접속할 것을 권한다. 책은 문명의 진수이며 최고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싶다면 부디 북드라망과 접속하라고 한다. 인생과 우주의 비젼이 담긴 책을 사는데 돈을 쓰고 책선물을 하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돈도 벌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책을 통해 비전을 탐구한다는 건 내가 이 세계에 개입하고자 하는 욕망과 관련 있으며, 이 욕망이 솟구치면 아주 적극적으로 돈을 모으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원 입학이래 15년만인 40대 중반에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성공이란 본성과 경제가 얼마나 일치되는가에 있다고 한다. 팍 느낌이 온다.

 저자는 우리 시대 최고의 생존전략으로 공동체를 제안한다. 소통의 현장을 확보하면 그것이 바로 공동체라는 것이다. 가족과 직장(회사), 이 질긴 인연들을 잘 엮으면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재배치를 통한 혁명, 증여와 순환이라는 전략전술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과 활동을 통해 세계를 구한다(간디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고 표현). 차이를 침묵시키는 평균주의(더치페이)에 저항하여 차이가 살아 있어야 진정한 평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조직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삶이고 자유인 것이지 조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유에서 자유로 존재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본능이듯이, 연인을 넘어 남에게 이를 널리 확대 적용하면 증여의 능력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결론은 돈 벌어서 남 주자!

   





[책 속의 길] 52
구인호 / 변호사 igoduckr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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