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정치' 얘기..."참정권, 한 살 더 낮춰주세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8.0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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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행동 아나수로, '18세 참정권' 요구 1인 시위..."청소년 정치적 권리 보장"


"참정권을 획득하는데 여성은 100년, 흑인은 50년이 걸렸다. 청소년들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우리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김새별(19.대륜고3)군은 8월 1일 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이같이 말하며 "청소년 정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앳된 얼굴의 10대 청소년들이 1일 오후 한일극장 앞에서 "청소년 정치적 권리 보장"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ASUNARO)' 소속 10대 활동가들로 지난 7월 14일부터 19일째 이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성다은(17.탈학교 청소년)양, 박소연(19.대구여자상업고3)양, 김새별(19.대륜고3)군, 박준우(17.부산 동래구)군 4명의 10대들이 참여했고, 아수나로 20대 활동가 호성(별칭.대학 자퇴생)씨도 함께했다.

"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2012.8.1.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왼쪽부터)성다은양, 호성(별칭)씨, 박준우군, 김새별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2012.8.1.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왼쪽부터)성다은양, 호성(별칭)씨, 박준우군, 김새별군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이날은 학교 방학을 맞아 부산에서 온 박준우군이 "청소년 정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시간가량 1인 시위에 나섰다. 다른 사람들은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200여장의 홍보물을 돌렸다. 이들은 주로 10대들에게 홍보물를 돌리며 "동참"하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고맙다. 수고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받자마자 버리는 이들도 있었고, 다가와 "왜 이런 것을 돌리냐"고 꾸중 하는 중년도 있었다. 성다은양은 "오늘은 그나마 홍보물을 덜 버린 것 같다"며 바닥에 구겨진 홍보물을 주워 다시 폈다.   

시위를 한지 1시간쯤 지나고, 홍보물이 바닥나자 이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패스트푸드 가게로 향했다. 식사를 하러가는 동안에는 다음 시위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참신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지친기색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청소년들에게 홍보물을 전달하는 성다은양(2012.8.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소년들에게 홍보물을 전달하는 성다은양(2012.8.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04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8%인 150개국이 18세 이하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고, 브라질과 쿠바는 16세 이상의 참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현행법상 만 19세 이상 성인에게만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정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없다. 특히, ▷공직선거법 제15조 선거권과 제16조 피선거권, ▷주민투표법 제5조 주민투표권, ▷지방자치법 제15조 조례 제정과 개.폐 청구, ▷정당법 제22조 정당 발기인 및 당원 자격 법안은 만 19세 이상에게만 참정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피선거권은 만 25세 이상에게만 주어진다. 또, 현재 국내 정당에서 청소년에게 당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곳은 진보신당과 녹색당이 유일하다. 게다가, 청소년 당원을 인정하던 통합진보당은 지난 5월 30일 정당법을 근거로 당원 지위를 박탈했다.

이 때문에, 아수나로 서울지부는 지난 3월 22일 이 같은 '청소년 정치적 권리 제한 법률'이 "청소년 행복추구권과 정치 표현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지난 6월 15일에는 통합진보당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또, 아수나로 대구지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청소년 정치적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선거들. 왜 청소년 의견은 열외인지 인해할 수 없다"며 ▷만 18세 이상 청소년 참정권, ▷만 18세 이상 청소년 정당 가입, ▷만 18세 이상 청소년 집회 및 결사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7년부터 현재까지 '선거권 연령 제한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보통 선거권과 평등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4차례나 있었지만 모두 기각 당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을 통해 '선거 연령은 현재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선거권 차별 중 하나'임을 인정하면서도, ▷미성년자의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의 불충분, ▷교육적 측면에서 예견되는 부작용, ▷일상생활 여건상 독자적으로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의문점을 지적하며 국회(입법자)가 만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만 25세 이상에게 피선권을 주기로 합의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김새별(19.대구대륜고3)군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청소년 정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을 홍보하는 모습(2012.8.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새별(19.대구대륜고3)군이 지나가는 시민에게 "청소년 정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을 홍보하는 모습(2012.8.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김새별군은 "불충분, 부작용, 능력에 대한 의문점. 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리를 주지 않는 이유들은 대체로 기준이 모호하다"며 "나이 다소로만 참정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김군은 "헌법재판소는 이미 '선거 연령 제한이 선거권 차별 중 하나'라고 인정하고 있으면서 그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청소년에게 정치적 참여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다은양은 "교육감을 투표할 수 없는 현실이 가장 불만"이라고 했다. 성양은 "청소년은 교육 3주체 중 하나지만 교육감을 뽑는 사람은 성인들 뿐"이라며 "정작 교육감이 실행하는 정책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그를 선택할 기회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원, 대통령도 청소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스스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다"며 "청소년 정치 참여는 선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박준우군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정치에 대해 얘기한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겹쳐 가는 곳마다 정치참여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고 들을 수만 있고 말하고 찍을 수 없어 답답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대인 호성씨는 "성인 기준은 나이로만 제한될 수 없다. 성인 중에서도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투표를 원하는 누구에게나 참정권을 주어야 한다"며 "여기에 동감하는 성인들의 지지도 중요한 것 같아 이 자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중 유일하게 20대인 호성(별칭)씨가 "청소년 정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홍보물을 전달하고 있다(2012.8.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중 유일하게 20대인 호성(별칭)씨가 "청소년 정치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홍보물을 전달하고 있다(2012.8.1)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2004년 '청소년인권연구포럼'으로 처음 설립된 청소년인권단체로 지난 2006년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이들 단체는 청소년 문제에 대해 "청소년 당사자의 직접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있으며, "두발.복장 자율화", "일제고사 폐지" 등을 주장해 왔다. 현재는 서울, 대구, 부산을 포함해 전국에 15개 지부가 있고, 1만여명의 회원과 100여명의 활동가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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