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불구자 정상인...언론의 '장애인 차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0.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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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문화예술학술제> 언론 '비하 용어 남발', 영화 '이미지 왜곡'..."장애인 중심 입법"


대중매체 속 장애인에 대한 비하 용어와 왜곡된 인식을 탈피하고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학술제가 열렸다. <한국DPI>는 17일 오후 대구무역회관에서 '2012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일환으로 '제3회 장애인문화예술학술제'를 열고,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숨은 그림 찾기-장애인, 우리를 향한 말과 이미지'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이 자리에는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양영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주무관, 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대표, 서성희 영화평론가, 장태수 대구시 서구의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학술제는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소장 사회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숨은 그림 찾기-장애인, 우리를 향한 말과 이미지'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장애인문화예술학술제'(2012.10.17.대구무역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숨은 그림 찾기-장애인, 우리를 향한 말과 이미지'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장애인문화예술학술제'(2012.10.17.대구무역회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발제자들은 언론의 단편적 용어 사용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으며,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꼽고 해결책을 논의했다. 또, 유럽연합(EU)의 앞선 장애인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과제와 방향도 토론했다.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지난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여러 제도가 생겨 물리적 성과는 있었지만, 일반인 의식과 사고통합은 여전히 더디다"며 "대중매체와 언론인들의 뿌리 깊은 잘못된 표현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장애자, 장애우, 지체부자유자 등 장애인들이 듣기 싫어하는 용어를 버젓이 기사 제목으로 사용하거나 전문에 반복해 쓰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불구자, 찐따 같은 단어를 연예인들이 사용해도 제재하지 않고 있다"며 "차별어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장애어린이나 장애아동이라는 순화표현이 있으면서 장애아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고, 비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라는 단어를 써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만들기도 한다"며 "이 밖에도, '절름발이 국회', '반신불수 상태 정부' 등 각종 은유와 직유를 통해 장애인 비하 용어를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언론은 언어 모형에 장애인을 가두는 표현을 자제하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자극적 언어를 남발해서는 안된다"며 "장애가 아닌 장애인을 부각해야 하고, 감성적 대상으로 기사 쓰는 것을 삼가야 하며, 도움의 대상으로 표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양영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주무관, 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012.10.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양영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주무관, 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012.10.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어, 영화에 나타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양영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주무관은 "영화는 시대를 읽고 반영한다"며 "우리나라 영화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이 바로 현재 우리 인식과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양 주무관은 "우리나라 영화 대부분은 장애인을 무능과 열등, 악인의 캐릭터 또는 공포와 극복의 대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왜곡된 시선은 현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실과 영화는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영화를 본 대중은 왜곡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가지게 되고,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그 결과, '장애에 대한 차별인식정도(보건복지부.2011)'에서 국민 76%가 '차별이 많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장애인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관람하는데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영화를 제작하는 생산자로서 거듭나야 한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장애인영화제 같은 행사를 전국에서 개최하고 생산자로서의 위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중매체 속 장애인이 왜곡되게 표현된 것은 우리나라 정책 미비 때문"이라며 "많은 정책과 입법 과정을 통해 배제된 장애인을 보이는 존재로 끌어낸 유럽 연합 모델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7개 나라가 모인 유럽 연합은 나라별 이견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장애인의 해'를 지정하고, 'EU 장애행동계획'을 마련하는 등 장기대책을 위해 다양한 이해 당자가 모여 입법을 논의했다"며 "성과중심주의나 일반 시민 사고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중심 입법 과정을 거쳐 선진적 모델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대표, 서성희 영화평론가, 장태수 대구시 서구의원(2012.10.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대표, 서성희 영화평론가, 장태수 대구시 서구의원(2012.10.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대표는 "왜곡, 비하 표현을 보도하고 연출해도 이를 벌할 법이 없고, 심지어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선거에 장애인을 이용하기도 한다"며 "언론 가이드라인을 강제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성희 영화평론가는 "장애인 당사자가 생산자로 참여하고, 평론을 하면 영화만이 아니라 많은 대중매체에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 '장애'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경계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재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태수 대구시 서구의원은 "유럽 연합 장애인 정책이 선진적이지만 단 시간에 이룬 것이 아니다"며 "절차 없이 무조건 가져올 것이 아니라 제정 원인과 배경을 찾아 우리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지 지방자치단체부터 중앙정부까지 세세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제에는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2012.10.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학술제에는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2012.10.17)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한국DPI>는 오는 26일 저녁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장애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달팽이의 별>을 상영하고 주연배우와 대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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