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장애인 억압 정책부터 폐지하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8.08 19: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단체 "부양의무.장애등급 폐지, 저상버스 100% 도입" / 대구시 "힘들 것"


"장애인 몸에 등급을 매기고, 고통을 당사자와 가족에게만 전가하고, 대중교통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은 복지국가가 될 수 없다"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8일 이같이 말하며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를 비판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포함한 5개 단체는 8월 8일 오전 동대구역 앞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출범 및 기자회견'을 갖고 "낙인 사슬, 장애등급제와 빈곤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장애인 빈곤 책임은 국가가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 후,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보급률이 저조한 점을 지적하며 "저상버스 100% 도입"을 촉구했다. 

'장애등급.부양의무폐지공동행동 출범식 및 기자회견'(2012.8.8.동대구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애등급.부양의무폐지공동행동 출범식 및 기자회견'(2012.8.8.동대구역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치권은 복지국가를 말하기 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라는 억압의 구조부터 끊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복지는 빈껍데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예산을 핑계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를 통제하는 것을 멈추고 근본적이고 대안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19대 국회와 18대 대통령 후보들은 이에 대한 법 개정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조항 폐지, ▷장애 당사자 소득재산 기준으로 수급권자 선정, ▷저상버스 100% 도입위한 법 개정, ▷저상버스 운영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장의 책임강화를 요구하며, 이날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100만인 서명운동'과 '10만인 엽서쓰기운동', '저상버스 100% 도입을 위한 전국 동시다발 버스정류장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후, 이들은 서명운동과 엽서쓰기운동을 통해 모인 서명 문서와 엽서를 각 정당의 18대 대통령 후보와 19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낼 예정이다. 또, '저상버스 100% 도입'을 위해서는 대구와 서울을 포함한 전국 16개 시.도 주요 버스 정류장에서 매주 수요일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 촉구 엽서'를 보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과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2012.8.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 촉구 엽서'를 보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과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2012.8.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이 "페지"를 요구하는 '부양의무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조항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층이어도 본인과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이거나, 일정기준 이상의 재산이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한 정책이다. 또, '장애등급제'는 장애인복지법의 장애등급판정기준 조항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 장애심사센터가 장애 유형 10가지 중 각 1-6등급까지 나누고 장애 당사자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한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이 두 제도를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또, 이들 단체가 "저상버스 100% 도입"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선 이유는 국내 저상버스 보급률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2011년 발표한 '16개 시.도 저상버스 보급현황'을 보면, 전국 시내버스 32,552대 중 3,899대만이 저상버스로 보급률은 고작 12%밖에 되지 않는다. 이 중, 경북은 전체 버스 1,088 중 2%인 22대만 도입해 가장 적은 보급률을 나타냈고, 대구는 전체 버스 1,658대 중 8.9%인 148대의 저상버스를 보급해 전국에서 7번째로 적은 보급률을 보였다.

"장애인도 버스 좀 탑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저상버스 100% 도입"을 촉구하는 곽영택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2012.8.8.동대구역 버스정류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애인도 버스 좀 탑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저상버스 100% 도입"을 촉구하는 곽영택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2012.8.8.동대구역 버스정류장)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서승엽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은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데 가족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수급권을 박탈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 위해 몸에 등급을 매겨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복지정책이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 대해 "약자 말을 무시하는 철옹성"이라며 "양대 정책을 폐지할 때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빈곤네트워크 활동가 아요(별칭)씨는 지난 7일 오전 사위가 직장을 얻은 뒤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탈락한 이모(78. 거제시)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음독자살한 사건을 예로 들며 "비인간적인 정책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씨가 남긴 '살기 힘든데 기초생활 지원금 지급이 중단돼 원망스럽다'는 유서 내용을 언급하며 "이씨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계속되기 전, 정부는 부양의무제를 페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저상버스를 타기 위해 장애인들은 2-3시간을 뜨거운 길거리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대구시는 전국 5대 대도시라고 자랑하지만 장애인차별은 첫 번째 도시"라고 비난했다. 또, 박 대표는 지난 2005년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 도입 의무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언급하며 "정부는 저상버스 도입 계획을 세워놓고도 이를 스스로 무시하고 4대강 같은 곳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그는 "국회가 100% 도입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왼쪽부터)서승엽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반빈곤네트워크 활동가 아요(별칭)씨,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2012.8.8)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서승엽 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처장,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반빈곤네트워크 활동가 아요(별칭)씨,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2012.8.8)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최현경 대구시 사회복지여성국 담당관은 "부양의무제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며 "기준 완화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답했다. 또, 최 담당관은 지난해 9월 복지부가 "부양의무자의 최저생계비 기준을 185%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부분을 언급하며 "중앙부처가 지침을 내려 대구시도 이미 기준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려운 지자체 살림으로는 현재 복지정책도 따라가기 힘들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재동 대구시 대중교통과 담당관은 "저상버스 보급률은 해마다 증가해 현재 대구 보급률은 9.3%다. 올해는 이미 20대를 추가하기 위한 예산도 마련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100% 도입은 중앙부처가 밀어붙인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지자체가 시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랜 시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포함한 5개 단체 오는 8월 20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서울에서 열 계획이다.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는 엽서'를 들고 있는 곽영택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2012.8.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는 엽서'를 들고 있는 곽영택 장애인지역공동체 활동가(2012.8.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