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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원리 눈뜨게 한 인문학 서적
배찬호/ 『알기쉬운 몸살림 운동』(김철 | 몸살림운동본부 | 2009)
2012년 10월 19일 (금) 10:11:00 평화뉴스 pnnews@pn.or.kr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 갓 대학생이 돼 교회선배를 따라 독서모임에 몇 차례 참석했다. 유명한 책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미가 없으니 참석도 흐지부지 됐다. 군복무를 마치고 또 다시 책읽기 모임에 참석했다. 입대전과 마찬가지로 어렵기는 매 한가지였다. 사람들이 좋았고 대표자들 모임이라 빠지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공부했던 책 몇 권 가운데 강좌철학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있었다.

기억 속에 있는 공부모임은 말장난 같은 지루한 토론만 계속된 듯하다. 그리고  ‘모든 것은 연관돼 있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워낙 많이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말을 자주 사용 했다. 그리고 30년 가까이 지나 장르가 전혀 다른 책을 통해 다시 ‘강좌철학’을 만났다. 그리고 뭐가 뭔지 아리송했던 개념들이 비로소 명징하게 다가왔다. 『알기쉬운 몸살림 운동』(김철 저/몸살림운동본부/2009).

감기나 소화불량과 같은 간단한 증세 정도는 스스로 처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려는 마음으로 접했던 이 책은 나에게 몸과 세상을 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문학 서적 가운데 하나가 됐다. 잘 아는 신랑신부가 결혼 할 때 꼭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삼한시대부터 우리나라 불가에서 전래돼 오던 인술, 다시 말해 전통건강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건강법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몸살림운동본부 상임위원인 김철이 앞서 발간한 그의 책들(몸의 혁명, 디스크는 없다,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을 재구성해 정리한 것이다. 앞서 펴낸 책들이 저자 입장에서 몸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중심을 두었다면 이 책은 독자들 입장에서 적었다. 각종 병의 증상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원인과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 『알기쉬운 몸살림 운동』(김철 지음 | 몸살림운동본부 펴냄 | 2009)
이 책은 우리 몸이 ‘부분의 조합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로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을 확인한다. 지극히 당연한 ‘이 사실’을 기억하라고 주문한다. 잠시 잊고 있었던 엄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다. 몸은 팔과 다리 머리와 몸통이 합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하나인 몸의 각 부분을 세분화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서 ‘부르고’ 있다는 점을 제발 잊지 말라고 역설한다. 살아있는 몸은 생명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고 실제로 그렇다고 소리친다. ‘모든 것(몸)은 연관돼 있고 모든 것(몸)은 변화한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시절 현학적인 언어의 유희처럼 여겨지며 그렇게도 이해할 수 없었던 강좌철학이론이 당연하게 전제된다. 강좌철학은 사회도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 책이니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인 몸이 ‘한 덩어리이고 가만히 있지 않다’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알기 쉬운 몸살림 이야기’는 단지 전통건강법만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몸을 보는 관점을 바꾸도록 하는 책이고, 바꿔야만 효용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 몸은 서로 분리된 부분들의 조합이요, 외부의 개입 없이는 스스로 상황을 개선시킬 능력이 없는 대상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보면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 적지 않다. 다양한 몸의 이상 증세들, 즉 병의 원인은 지극히 단순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을 접한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 단순하고 간단해서 믿기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믿고 말고 할’ 종교 서적이 아니라 건강 서적이니 진위여부는 몸으로 확인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병의 원인을 우리 몸 각 부분을 연결한 정보전달 체계인 신경선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말한다. 즉 몸 안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뼈대가 틀어지면서 신경이 지나는 근육이 경직됐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대개 골반을 바치고 있는 고관절이 틀어지면서 몸의 중심인 허리에 이상이 생기면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처방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 몸은 전체가 한 덩어리이고 살아 있으니 몸의 중심인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기만 하면 병의 90%이상은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간 심각한 병도 이렇게 하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스스로 나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폈는데도 낫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몸 자체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진화된 생명체이니 원래 상태대로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펴기만 하면 된다고 역설한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로 본다. 아픈 것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본다. 당연히 이상을 바로 잡아 몸을 원 상태로 하면 통증이나 이상증세는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자기 몸의 주인이 자기가 되도록 돕는데 있다.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자기 몸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외된 내 몸을 나에게 돌려준다. 덤으로 세상을 보는 눈도 바꿔준다. 문제의 1차적인 해법을 주체적으로 자기 안에서 찾도록 연습시킨다. 무엇보다 현상의 원인을 상식으로 진단할 수 있게 한다.

흔히 ‘자본의 최종 목표는 몸의 식민화에 있다’고들 말한다. 몸을 상품화하고 첨단의료장비와 건강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장수 사회가 도래하면서 건강에 대한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의료관광이라는 말이 이미 익숙해졌다.

사회 역시 소통부재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사회도 유기체이니 이상 증세가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당연히 가장 많은 압박을 받는 부분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약한 부분부터 이상 증세가 시작되는 것도 상식으로 짐작할 수 있다.

폐에 이상이 생기면 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기듯, 몸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불편해 지듯, 간이 죽으면 간만 죽는 것이 아니라 몸도 죽고, 몸이 죽으면 마음도 죽고 결국은 내가 죽는다. 사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님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서로 연결돼 있지 않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책꽂이에 있는 알기 쉬운 몸살림운동을 볼 때면 불현듯 내가 우리 사회를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상태인지 그렇지 않은 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책 속의 길] 83
배찬호 / 자서전 전문출판 '위대한 유산' 대표. 전 대구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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