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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제상 / 아이의 운명을 관리하는 대명사『모신(母神』 (임종렬 지음 / 2011)
2011년 05월 06일 (금) 02:04:28 평화뉴스 pnnews@pn.or.kr
 
5월 말 그대로 푸르다. 맑은 마음과 밝은 표정이 묻어나는 화창한 봄날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늘진 아이들도 많다. 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우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이혼 가족, 조손가족, 한부모가족 등 여러 형태의 가족이 흔하고, 가족문제들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기 일쑤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민간에서 많은 해결책을 내고 또한 노력하고 있지만, 뽀족한 묘수가 없는 것 같다.

아이 3명을 키우고 있고, 최근 가족문제에 관심을 가진 필자로서는 부모의 소홀로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데 그 중요성은 머리로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 아이를 기른데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직장에 가기위해 아이를 할머니에게, 외할머니에게 그리고 어린이집에 이리저리 맡기거나, 아예 시댁이나 친정에 맡기고 주말에 찾아가는 부모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모신(母神)'이란 책은 엄마가 아이를 어떤 태도로 키워야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 임종렬 지음 / 한국가족복지연구소 / 2011.01
모신이란 제목은 아이가 태어날 때 그리고 아이를 양육할 때 어머니가 보여주는 능력이 가히 신적이고 아이에게 이러한 엄마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만큼 엄마의 능력과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지금껏 이 책을 3~4회 대충 읽었고, 한번 정독했고 이제 정말 다시 정독해보려고 한다. 처음엔 이 책의 저자가 아이 엄마의 대학원 지도교수인데다 아이 엄마가 가족치료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기심 반, 강제성 반으로 읽어봤다. 출판담당기자 시절엔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왔을 때 기사를 작성하기위해 눈치껏 빨리 읽었다. 그리고 2년전엔 어머니와 영원한 이별을 한 후 그리움에 들춰보기도 하고, 이따금씩 들고 봤다. 인간의 삶은 엄마와의 관계에서 시작, 엄마와의 관계가 끝이 나는 순간 마무리된다. 엄마가 곁에 계셨을 때 인간은 실존하는 신(神)이신 엄마와 함께 살았고,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안 계시는 지금은 마음속에 살아 계시는 엄마란 표상의 신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올초 이 책을 정독했다. 내용이 구어체로 서술되고 실제 사례를 넣어 대충 여러번 읽었을 때는 접하기 쉬웠지만, 막상 수학 공부하듯 정독하려니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 책의 내용은 엄마가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었느냐에 따라 그 아이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가 출생한 뒤 겪는 첫 36개월의 경험, 이 경험이 아이의 무의식에 이미지로 쌓여 평생을 두고 사용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36개월? 묘하게도 조선시대 3년상을 치른 이유와 일치한다. 부모가 아이를 힘들게 키운 기간이 3년.

여하튼 왜 아이에게 엄마와의 관계가 중요할까? 상식적으로 당연할 것 같은데 왜? 또 그것도 1년도 있고, 2년도 있고, 5년도 있는데 왜 36개월을 강조할까?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면 이렇다. 아이는 태어나 탯줄이 끊어짐과 동시에 육체적으로 엄마와 분리된다. 하지만 아이는 정신적으로 자아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아의 원형이 출생이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출생초기 아이는 하루 종일 잠만 자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잠을 자는 동안 외부에서 오는 자극과 내부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온갖 느낌들을 모은다. 이때 아이가 느끼는 좋고 나쁜 느낌들이 모여 '성격'이란 아성을 쌓는다. 이 시기 아이가 느끼는 감정처럼 그 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엄마는 아이의 느낌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가 가진 자아나, 무의식에 잠겨있는 성격도 이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아이가 자라서 성공하고 실패한 것은 출생초기 어린 시절을 엄마와 함께 어떻게 보냈느냐와 직결된다.

특히 36개월이 중요한 이유는 아이의 심리성장단계와 관련이 있다. 보통 자폐기(0~3개월), 공생기(4~18개월), 격리개별화기(19~36개월), 에디퍼스 갈등기(37~60개월) 등 4단계로 분류되는데, 아이는 처음 엄마와 밀착된 관계를 이루다 36월이 지나서 엄마와 분리된다. 만약 자폐기를 잘못 보내면 자폐증을, 공생기를 잘못 보내면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을, 격리개별화기를 잘못 보내면 경계선 증후군을 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계선증후군이란 반사회적인 성격, 인격장애, 다면성 정신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일으킬 잠재성을 말하며, 도둑질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고, 가출을 하거나 무자비하게 싸우고, 공부를 안하고 전자오락 만화 TV 등에 정신을 빼앗기는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에디퍼스 갈등기를 잘못 보내면 자기도취증과 신경증 같은 것을 앓게 되지만, 이는 성인이 되어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격리개별화기까지 잘못 보내면 어른이 되어도 쉽게 고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문제는 36개월까지 엄마와 함께 잘못 보냄에 따라 정신질환을 앓을 잠재성은 12세이후 사춘기가 진행되는 어느 시기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폐증과 유아성 정신분열증, 애착장애, 우울증, 정신분열증, 그리고 경계성 증후군 같은 증상의 잠재적인 요인을 만들어내는 36개월을 '마(魔)의 36개월'이라고 표현하며 강조한다.

이 책은 현대정신분석이론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자아심리학과 영국의 대상관계이론 가운데 대상관계이론에 학문적인 뿌리를 두고 있고, 대상관계이론은 프로이트의 제자인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이 그 기초를 닦았다. 대상관계이론이 '모자(母子)관계'의 중요성을 다뤘다면, 저자인 고 임종렬교수는 양육자인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한 대상중심이론을 주장했다.

이 책은 사회복지 가운데 가족치료분야에서 많이 읽히기도 하고,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려는 엄마들의 필독서로 꾸준히 팔리는 책이다. '모신(母神)'이라는 책이 엄마들의 그 간절한 소망이 자신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마의 36개월' 문제 즉 엄마가 36개월 동안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여성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요즘, 아이들을 36개월동안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요즘, 엄마도, 아빠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고, 정책당국자도 이 책을 읽고 정책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본인의 성격이 왜 이렇게 생성됐는가를 알려주기도 한다.

   





[책 속의 길] 16
이제상 / 前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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