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와 박정희..."잘못 끼워진 역사의 단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10.2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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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40년> 장준하 장남 장호권씨 대구 강연 / "유신 부활의 망국 막아야"


"장준하와 박정희는 대조적 삶을 살았다. 장 선생은 광복군으로 독립을 위해 싸우며 사상계를 통해 민주화와 통일을 꿈꿨지만, 박정희는 천황에 충성하고 일본장교로 활동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게다가, 잔당세력은 다시 정권을 차지하려 한다. 때문에, 장 선생은 유신 부활의 망국을 막기 위해 37년 만에 긴 잠에서 깨 무덤을 열고 나온 것이다"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의문사한 고(故) 장준하 선생 유골에서 두개골 상흔이 발견돼(8.16) '타살'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장 선생 장남 장호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자문위원이 24일 대구 강연회에서 장 선생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삶을 비교하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장준하 선생 장남 장하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자문위원(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준하 선생 장남 장하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자문위원(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진보연대', '4.9인혁재단'을 포함한 6개 단체는 10월 24일 저녁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장준하의 사상과 생애>를 주제로 '유신40년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장 자문위원은 부친의 삶과 사상을 설명하며 부친이 맞서 싸웠던 '박정희 군사독재와 유신체제'를 비판했다.  

장 자문위원은 독립운동가로서 장준하 선생에 대해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제 강압 교육 반대 투쟁에 나섰고, 20대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광복군으로 활동하기 위해 6천리 길을 걷기도 했다"며 "오로지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모든 삶을 바친 투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제 패망 이후 남북으로 나눠진 국내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이승만 정권이 들어선 뒤 6.25전쟁이 터지자 "장 선생은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위해 이승만 독재정부와 싸우기 시작했다"며 "특히, 무력투쟁보다 '사상계'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계몽운동을 전개해 4.19혁명에 동력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장준하의 사상과 생애'를 주제로 열린 '유신40년 특별 강연회'(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준하의 사상과 생애'를 주제로 열린 '유신40년 특별 강연회'(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박정희라는 민족반역자가 군사쿠데타로 나라를 도적질하자 장 선생은 다시 독립운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민주화 운동에 나섰다"며 "이 시절 장 선생은 해방 이후 잘못 끼워진 역사의 단추가 얼마나 암울한 결과를 가져오는 지 많이 고민하셨다"고 전했다.

때문에, "6대 대통령 선거에는 정치계에 입문해 야권후보를 돕고 박정희 친일경력을 비판하다 국가원수 모독죄로 옥고까지 치루셨다"며 "이후, 박정희는 이 같은 비판을 영원히 원천봉쇄하고 영구집권을 도모하기 위해 유신헌법까지 선포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박정희는 장 선생과 우리 가족, 민주세력을 숫하게 감시하고 괴롭혔다"며 "사상계까지 폐간시켜 돌이킬 수 없는 유신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장 선생의 투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집에 계시는 시간은 줄어들었다"며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로서 추억은 많지 않다"고 '아버지 장준하'를 기억했다.

'장준하의 사상과 생애'를 주제로 강연 중인 장하권 자문위원(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준하의 사상과 생애'를 주제로 강연 중인 장하권 자문위원(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장 선생은 통일된 대한민국, 평등한 권리를 갖는 국민의 삶,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극악무도한 세력과 싸운 민족의 투사였다"며 "시대가 장 선생을 고민하게 만들었을 뿐, 그는 원래 굉장히 인간적이고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 자문위원은 "이 같이 이승만과 박정희가 수십 년 동안 독재정권을 집권해 지금까지도 그들의 잔당세력이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며 "특히, 유신세력 비호아래 부귀영화를 누리고 박정희 과오도 이해 못하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대선후보로 등장해 잔당세력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유신을 부활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새 정부는 과거사와 의문사, 친일문제까지 해결할 국가 부서를 마련해야 한다"며 "민족반역자의 실상을 젊은 세대에 가르쳐 대한민국 역사의 잘못된 부분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화운동 원로들과 시민, 대학생 50여명이 참석했다(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화운동 원로들과 시민, 대학생 50여명이 참석했다(2012.10.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4.9통일평화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전국 6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유신잔재청산과역사정의를위한민주행동>은 '유신독재 실상 알리기 집중행동 주간(10.21-28)'으로, 대구2.28기념중앙공원과 한일극장 앞에서 <유신과 인혁당> 특별전을 진행(10.21-27)했고,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영화 상영과 '친일파 청산 과제는 무엇인가' 특강(29일)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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