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죽음과 역사적 맥락

평화뉴스 기자
  • 입력 2012.08.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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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SBS, '장준하'와 '유신' 접점 외면 / <조선> 독도, '과거사' 빼고 협력?


유신, 5.16, 독도, 장준하...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다. 이 여러 키워드의 공통점은 ‘지금 여기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란 것, 바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존재하는 현실이다. 새누리당의 한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가 유신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기자’고 했대도 이 사건과 이 장소는 국민 대중에겐 여전히 ‘현장’이다. 문제는 이런 키워드를 비틀고 왜곡하는 언론이다.

장준하 죽음과 TV 보도


8월 17일 KBS1, MBC, SBS는 각각 메인뉴스에서 기자보도로 37년 전 의문의 죽음을 한 박정희의 정적 장준하의 사인을 재론했다. 보도내용은 다음과 같다.

(왼쪽부터)KBS1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시뉴스(2012.8.17 방송)
(왼쪽부터)KBS1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시뉴스(2012.8.17 방송)

KBS1 뉴스9: 사인 논란 재점화

<앵커> 독립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고 장준하 선생의 추모공원이 오늘 문을 열었습니다.시신을 이장하면서 머리 부위에 원형상처가 발견돼 의문사 37년 만에 사인논란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리포트>고 장준하 선생 타계 37주기.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고인의 뜻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문을 열었습니다.최근 시신을 이곳에 이장하면서 드러난 두개골의 원형 상흔이 다시 사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최근 법의학 교수의 유골검시결과 오른쪽 귀 뒤쪽 머리 부위에 6,7cm 크기의 원형 상처가 나 1cm 정도 함몰돼 있고, 상처 주변엔 18cm 골절 등 네 군데에 금이 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윤성(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 : "가격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있고, 추락하면서 머리를 어디에 부딪혔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쪽이 가능성이 많은지는 판단하지 못했습니다."그러나 유족들은 유골의 원형 함몰 부위는 망치 같은 물체로 맞아 생긴 상처라며 타살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장호권(장준하 선생 장남) : "국가에 진상규명을 위한 행위를 요청할 겁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요청을 받들이지 않는다면 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사적으로 끝까지 파헤칠 겁니다."해방 뒤 박정희 정권시절 3선개헌에 반대하며 민주화 운동을 벌이다 1975년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채 발견된 고 장준하 선생.당시 정부의 실족 추락사 발표에도 의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타살 의혹을 조사했지만 규명하지 못했던 사인 논란이 유골검시결과 공개로 또다시 재점화되고 있습니다.(KBS1 뉴스9 2012.8.17)

MBC 뉴스데스크: 타살? 추락사?

<앵커>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고 장준하 선생의 죽음에 대해 타살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37년만에 처음으로 유골을 검시했는데, 두개골에서 지름 7㎝의 구멍이 발견됐습니다.

<리포트> 일제 때는 광복군으로, 군사정권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고 장준하 선생. 군사정권 시절 무려 9번의 옥고를 치르다 1975년 오늘, 경기도 포천의 약사봉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그로부터 37년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고인의 유골에 대한 검시. 머리 부분에서 지름  7cm짜리 구멍이 확인됐습니다. 검시를 맡은 법의학자는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윤성 교수/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가격으로도 생길 수 있고 추락으로도 생길 수 있다.추락이 아니라면 직경 6cm 정도의 단단한 물체로 뒤통수 오른쪽을 가격했을 가능성.." 유족들은 명백한 타살의 흔적이라며 전면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인터뷰>장호권/장준하 선생의 장남 "분명히 추락을 했다면 상처가 있고 다른 뼈가 많이 상했을 텐데 온전한 상태로 있었단 말이죠." 유골 검시는 오늘 제막한 경기도 파주의 추모공원으로 선생의 묘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습니다. 37년만에 세상에 드러난 유골의 상흔이 진실 규명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MBC 뉴스데스크2012.8.17)

SBS 8시뉴스:  '타살의혹‘ 쟁점화...“정치공세”

<앵커>민주통합당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의문의 죽음을 맞았던 고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을 정치 쟁점화하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건데, 박 후보는 조사가 끝난 사안이라면서 일축했습니다. <리포트>항일 독립운동과 반유신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고 장준하 선생의 37주기 추모식과 추모공원 개원식이 오늘 (17일)열렸습니다.장준하 선생은 1975년 8월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돼 사인을 놓고 논란이 계속돼 왔습니다.추모공원으로 장준하 선생의 묘소를 옮긴 유족들은 두개골에서 발견된 원형 함몰 상흔을 근거로 타살 의혹을 거듭 제기했습니다. <인터뷰> : 뼈 안으로 함몰돼있는데 그 충격과 머리가 갈라진 것을 보면 어떤 기구에 의해서 밖에서 타격을 가한 것이 아니겠는가.]민주통합당은 당시 중앙정보부의 개입 의혹을 주장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는 유신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조사가 끝난 사안이라며 야당의 공세를 일축했습니다. <인터뷰>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 그거는 (과거사) 진상조사위에서 현장 목격자까지 포함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까?]유골을 검시한 법의학자는 두개골 함몰이 누군가의 가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넘어지면서 부딪쳐 생긴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민주당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타살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SBS 8시뉴스 2012.8.17)


우리나라 공중파TV 방송을 독점하고 있는 세 채널 메인뉴스의 장준하 보도 출발점은 역사적 사실에 있다. 그러나 위 세 채널은 장준하 보도를 하면서 외형상 보도 재료를 역사 창고에서 꺼내 왔을 뿐 역사적 맥락과 접점을 외면하고 있다. 역사창고에서 꺼내 와야 할 보도의 제1재료는 박정희 군사정권과 유신독재이다. 박정희 군사정권과 유신독재가 있었기에 장준하가 죽었고, 국민이 불행했으며 국가 정체성이 휘청거렸다. 그런데 세 채널은 이 점을 무시했다. 1975년 8월 17일 장준하의 죽음은 위 세 채널의 보도로는 박정희 유신독재와 별개이다. 세 채널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말했으나 역사적 맥락은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장준하의 죽음은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신일 뿐이다.

인과관계 알 수 없게 해

세 채널 모두 ‘독립과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장준하의 공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보도 전체로 보면 립 서비스일 뿐이다. 독립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인물이 의문의 죽음을 해야 한 맥락에 대해 침묵한 것이다. 67주년 광복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8월 17일의 보도에서 이미 ‘광복군 장준하’는 지워져 있다. 특히 KBS․SBS가 그렇다. 독립운동을 해야 했던 시대에 독립을 저지한 세력이 있었고 그 한 곳에 박정희의 독립군 토벌활동이 기록돼 있다. KBS․SBS는 그 점이 부각/연상되는 것을 회피했다. 그래서 빼버린 것일까? KBS․SBS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야 했던 시대적 배경을 아예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 대체해버렸다.

다시 말해 ‘민주공화국’인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위협한 박정희 군사정부 유신독재를 그렇고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평온한 시대’로 보게 하고 있다. ‘일들은 있었지만 무슨 탈이 있었느냐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국회의원도 모자라 다시 국회의원 3분의 1을 ‘유정회 의원’이란 이름으로 임명하는 독재체제를 만들어 삼권분립을 뭉개고 헌정을 마비시킨 데에 항거했는데도 KBS는 ‘3선개헌에 반대’한 장준하로 축소해 전달하고 있다.

사인 의문 제기


주목할 것은 ‘장준하 죽음’의 사인에 대한 의문 제기. KBS는 1975년 8월 정부의 ‘장준하 실족 추락사’ 발표가 의문의 출발점이며 2004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도 미진했다고 봤다. 시신을 검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추모공원으로 시신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장준하의 유골을 검시할 수 있게 된 것은 장준하 타살-추락사 의혹을 이제 본격적으로 가릴 수 있게 한 계기가 됐고, 그래서 KBS는 장준하 유골 검시가 사인논란을 재 점화했다고 보도했다.

MBC 보도 역시 ‘직경 6cm 정도의 단단한 물체로 뒤통수 오른쪽을 가격했을 가능성’이 있는 지름 7㎝짜리 구멍이 장준하의 유골 머리 부분에서 확인된 사실을 부각했다. 법의학자가 신중하게 발언했지만 그의 검시 소견은 진실 규명을 위한 앞으로의 노력이 필요함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사인 규명 작업이 이제 시작돼야 함을 말한 것이다.

정파 득실 맞춰 흥밋거리 다뤄


장준하의 죽음 이후 그의 유골이 이장을 계기로 최초로 공개됨에 따라 사인규명은 당연한 관심사가 됐다. 그런데 SBS 보도는 장준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타살의혹 제기가 어느 당, 어느 후보에 유리할 것인지 하는 정치공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실 규명이 아니라 정치에 초점을 맞춘 시각 틀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항일 독립운동과 반유신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결과가 의문의 죽음이 돼서는 안되므로 그의 사인이 무엇보다 먼저 규명되어야 할 텐데 보도의 초점은 제도 정치권의 유․불리에 온통 쏠리고 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박정희 군사정부 유신독재 하에서 한 독립운동가, 민주주의 지키기에 헌신한 애국지사가 왜, 어떻게 비참하게 죽음을 맞았느냐보다 정치판에서 ‘이기고 지는’, ‘유리하고 불리한’ 흥밋거리 게임의 재료로 장준하의 죽음을 보게 된다.

장준하 죽음의 진실 또는 진실 규명은 흥밋거리나 가십에 불과한 것이다. 장준하의 죽음을 다루는 SBS의 정치공학적 태도의 문제점은 이처럼 배경과 맥락을 제거한 채 현상(그것도 일부)만 띄우는 데 있다. 배경과 맥락이 제거된 결과 ‘어느 것이 암까마귀고 어느 것이 수까마귀인지’ 시청자들은 알 수 없게 되고 그래서 ‘둘 다 똑 같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정치무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매우 계산된 보도 방침이다.

독도 관련 <조선일보> 보도


<조선일보> 2012년 8월 16일자 1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8월 16일자 1면(종합)

그러면 인쇄매체에서 두드러지는 키워드 독도문제는 어떤가. 지면이 넓다는 인쇄매체의 특성상 독도보도는 MB의 일왕 관련 발언, 박종우 세리머니 사태, 중․일 영토분쟁…으로 끝없이 연관보도를 지면에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장준하 유골 관련 보도에서 공중파 TV 채널들이 역사적 맥락이나 배경을 거세하고 다뤘듯이 주류 인쇄매체들은 한 결 같이 역사적 맥락을 잘라버리고 표피적인 현상보도 생산에 주력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사태의 본질과 맥락은 잊고 ‘그 다음에는’ ‘또 그 다음에는’ 하는 식으로 사건/사태만을 좇게 하고 있다.

이런 보도는 당연히 더 큰 ‘사건/사태’를 독자들로 하여금 은근히 기대하거나 상상하게 만든다. 독자들은 끝내 ‘일본과 한 판 붙자’는 심사를 가지게까지 된다. 그런 정도이므로 이런 보도에서 바람직한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선일보는 8월 16일자 1면 머리로 「韓中日 ‘신냉전시대’…8․15 연쇄총돌」을 내보내고는 8월 18일에는 1면 머리로「‘아키히토 日王사태’…韓日갈등 새 국면」을 올렸다. MB의 독도발언이 새끼를  쳐서 MB의 ‘일왕사과’ 발언으로 에스컬레이터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도 흐름은 갈수록 격렬하다.

<조선일보> 2012년 8월 18일 1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8월 18일 1면(종합)

같은 신문 8월 16일자 3면 머리는 「日 각료 야스쿠니 참배 재개…日우릭 한국대사관 앞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고 5면에서는 「홍콩 시위대, 日 물대포 뚫고 센카쿠 상륙… 中 국가 불러」로 이어진다. 다시 18일자 4면 머리는 「中, 한국에 “인구․국토면적 비례해 서해 EEZ 정하자” 일방논리」 기사를, 5면 머리에는 「日 EEZ…동해는 독3도, 남해는 독도 3600분의 1 암석을 기점 주장」보도로 채웠다. 같은 신문 18일자 3면 머리를 보자.「李대통령 독도 방문 땐 금융협력 유지하겠다더니…/日王사죄 요구하자 경제보복 카드 꺼내는 일본」으로 채웠다. 국민의 성찰하는 지혜를 모아 대응하기보다 대결을 촉구하는 양상이다.

<조선일보> 2012년 8월 18일 3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8월 18일 3면(종합)

정서만 부채질 하는 특성

이런 식의 보도에는 매우 현저한 특징이 있다. 독자들의 정서에 올인하는 것이다. 큰 시각의 역사적 맥락을 보여줘 합리적 대안을 추구하게 하려 하지 않는다.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는 일본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 게 하는 가장 간명한 방법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데도 조선일보의 관련보도 특징은 역사적 맥락, 배경 다시 말해 오늘에 이어져온 과정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왜 독도에 대해 일본정부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저런 망동(우리가 보건대 망동이지만 일본으로서는 식민지 경험에서 축적한 침략 노하우일 것이다)을 계속 하는 이유와 배경은 짚지 않고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사건들을 머리로 연일 보도하고 있다. 그에 따라 독자들은 분기탱천하게 된다(조중동만 있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과연 조선일보 식 보도에서 독도문제의 해법이 나올 수 있는가? 

<조선일보> 2012년 8월 17일 4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8월 17일 4면(종합)

조선일보 8월 17일자 4면 머리기사 「피흘린 과거사․영토․민족감정…韓․中․日 공존 해치는 본질 안 변해」보도는 조선일보의 독도 관련 보도들이 얼마나 왜곡, 편향돼 있는지 보여준다. 이 보도가 진단한 갈등의 원인은 이렇다.  ‘문제는 한중일 3국 사이에 널려 있는 과거사, 영토문제가 얽히고 설켜 단기간 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영토문제는 전쟁을 하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렵고, 과거사 문제도 단시간에 결론이 날 수 없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경제․문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일보는 한국과 중국은 수교한지 20년이 됐는데도 중국은 역사왜곡을 가속화화고 있다고 비판했다(8월 16일 4면 머리 「中, 한국민 고문하고 역사 왜곡…양국 수교 20년의 그늘」). 중국은 이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대상국으로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경제협력이 비약적으로 이뤄졌으니까 조선일보 해법대로라면 역사(과거사) 문제는 줄어들어야 한다. 한 마디로 조선일보의 주장은 조선일보의 편집방침아래서만 타당할 뿐이다.

동북아 문제는 우리나라와 직접 관련 있는 것만 치더라도 청일전쟁, 명성황후 시해, 러일전쟁, 태프트(Taft)-카츠라(桂) 밀약과 그에 따른 일본의 조선 강제점령, 미국의 한반도 분단(38도선 획정)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있다. 이런 사안들은 현재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다. 이런 사안들을 떠나서 현재의 동북아 문제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독도문제만 하더라도 1951년 미일 강화조약에서 미국이 일본에 기운 동해 지도를 그림으로써 일본이 독도를 ‘일본땅’으로 주장하는 유력한 빌미를 제공했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8월 17일자 4면 머리기사는 미국 보수세력의 싱크탱크인 아미티지 재단의 주장을 언론 부문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보게 만든다. 조선일보 8월 17일자 4면「美 아미티지 보고서 “징용배상판결은 정치행동”」 기사는 비록「美, 중․일 갈등 때 확실하게 일본 편, 한일 갈등 땐 조심스레 일본 편」이라는 작은 글씨 부제를 붙여 아미지티 재단을 비판하는 듯했지만 미국은 한국에서 ‘과거사(역사)’를 정치인이 언급하는 것을 지양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은 ‘중국부상’이란 전략적 도전과제 아래 군사적으로 동맹을 (맺도록) 재검토하라고 촉구한다.

이 아미티지 보고서 관련 기사의 ‘미국의 일본편중’이란 대목에서 드러났듯이 과거 미-일 동맹의 결과가 한국은 식민지로 전락했고, 미국과 적대한 적이 없는 해방 한반도에 미국은 38도선을 그어 분단선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런데도 조선일보는 역사적 맥락을 일관되게 제거한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공학적 보도, 언론 불신 불러


장준하․독도 관련 보도에서 공중파 세 TV와 조중동은(조선일보만 사례로 분석했지만) 일관되게 역사적 맥락을 보도에서 제거해 다루고 있다. 그 결과 시청자, 독자들은 공만 따라 뛰는 축구선수처럼 사태의 시발과 귀결, 해법을 전망하기 어렵다. 이런 언론 매체들이 제시하는 보도 틀에 시청자․독자가 매이고, 이런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대로 현실이 전개되지 않을 때 시청자․독자들은 언론에 대해, 특히 정치에 대해 불신하게 된다. 이런 매체들이 대체로 정치공학적으로 사건과 사태를 포장, 전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시청자와 독자들을 독과점(여론시장 독과점) 하고 있는 이들 주류 매체들의 보도․편집 방침이 변하지 않는 한 작게는 시청자․독자들이 정치무관심에 빠지거나 정치에 동원되기 십상이며, 시야를 넓히면 한국의 영토에 도전하는 일본, 그를 지원하는 미국과 같은 외세에 다시 크게 휘둘릴 우려가 크다. 우리역사는 그 점을 경고하는 거울이다. 우리 역사와 단절된 주류 언론 보도에 대한 국민적 감시가 어느 때보다 긴절(緊切)하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97]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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