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는 없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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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칼럼] "서민의 눈물 가슴에 담고 아픔 같이 하는 정치를"


 작년 10월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임기를 시작한 직후 아내는 서울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아내의 친구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을 키우고 있었는데 박원순 시장의 초등학교 5, 6학년 무상급식 결제 서명에 한 달에 5만원을 아낄 수 있다며 좋아하며 자랑했다.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실시문제에 서울시민 찬반투표까지 강행했던 오세훈 전 시장이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다. 어려워지는 살림살이에 한 달에 5만원 1년에 60만원이 절약되고 이를 지방행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행정권력의 교체를 통한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이 예이다

 가끔씩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파지를 줍는 노인들을 보게 된다. 천근만근인 어깨는 내려앉고 리어카가 사람을 끌고 가는지 사람이 리어카를 끌고 가는지 모를 정도로 힘겨워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다.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자식들은 있는지, 어디서 사시는지, 이 겨울은 어떻게 이기시는지...많은 질문에 노구를 이끌고 온종일 고생해서 버는 돈이라는 게 과연 얼마이겠는가 생각하니 가슴은 답답하고 눈물도 난다. 고령화시대에 지방정부와 국가의 정책이 이 분들에게 다가오기는 아직 한참 멀었고, 먹고 살아야 하는 수많은 이유들 때문에 오늘도 당신들의 고단한 삶을 이어가신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한 달 뒤 1년 뒤의 계획을 세우기에는 오늘 하루가 너무 힘겨운 삶이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나는 어르신들에 비하면 호사를 누린다. 히터가 켜진 편한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며 머리로 도와주어야 하는데 잠깐 마음아파하며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그리고 나는 일 년 벌어 일 년을 먹고 사는 삶이 부럽다. 리어카의 뒤를 밀어드리는 일은 개인의 영역이지만 이 노인들의 건강과 안전과 생계를 걱정하는 일은 국가의 영역이다. 곳곳에 국가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자. 동일노동에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암에 걸렸는데 돈이 없어 수술도 하지 못하는 환자와 가족,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스무 살부터 채무자가 되어야 하는 대학생,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차별을 받고 있는 장애인, 일상적인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과 어린이. 열심히 일을 해도 내 집 만들기와 아이들 보육이 늘 걱정인 맞벌이 부부. 대한민국 극소수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이고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이웃과 친척의 삶이다.

 희망을 갖고 자기 꿈을 실현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있는가? 열심히 살아도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다람쥐 쳇바퀴에 사람들의 시름과 걱정은 늘어가고 있다. 무릇 모든 정치인들은 서민들의 이런 시름과 걱정을 덜어주는 것을 우선적 자기 역할로 삼아야 한다. 햇살 좋은 날 즐겁게 노는 것보다 궂은 날 함께 장대비를 맞는 그런 정치를 바라는 것이다. 서민의 눈물을 가슴에 담고 아픔을 같이하는 정치를 기대하는 것이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의 삶은 불안하고 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삶은 안정적이고 풍족하다면 누가 정치를 믿겠는가? 지금까지의 정치가 대체로 이러했기에 안철수 후보의 ‘새 정치’가 부동층에게 ‘울림’이 있었던 것이다.


 대선을 열흘 남기고 있다. 누가 되어도 한국사회의 이 복잡다단한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메시아는 없다. 새로운 대통령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란 순진한 기대를 거는 국민들도 없다. 군소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없고 박근혜냐 문재인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선’과 ‘악’, ‘좌’와 ‘우’의 선택이 아니라 다음 5년을 누가 조금이라도 더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느냐의 중대한 선택이다. 5년 전 2007년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혹독한 심판으로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실재 능력과 가치관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지난 5년간 국민고통지수는 더욱 커졌다. 다음 5년 대한민국호를 맡을 선장으로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가난하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했어. 근데 이제 알았어. 아무리 열심히 성실히 노력해도 가난하다면. 그건 부끄러워해야하는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화를 내야하는 거야

 최근 한 드라마에 나온 깡통주택에 살고 있는 비정규직 여자주인공의 대사다.
 분명히 더 나은 사람이 있고, 덜 나쁜 사람이 있다. 이들을 선택할 권리가 주권자인 우리에게 있다. 우리의 선택이 파지를 줍는 노인들의 삶과 나의 삶에 조금이라도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로 세상을 향해 화를 내자.





[오택진 칼럼] 10
오택진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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