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오늘 구겨진 시계처럼 멈춰버린 시간으로 남은 딸 임아. 가슴에 너를 숨 쉬게 두고 싶은데 10년 전처럼 오늘은 엄마에게 잔인한 날인가 보다. 18일 아침. 대학 입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간다며 길을 나선 너.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엄마는 널 잃어버렸다. 어리석은 엄마는 임이가 억울하게 재로 변해버린 지하 위에서 살아 있길 기도했다. 자랑스러운 임이를 엄마의 응원군이었던 임이를..."
지난 2003년 192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참사에서 딸 한상임(당시 19살)씨를 잃은 황명애씨는 추도사를 읽으며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가슴앓이 10년간 멈춘 시간 속에서 나의 가족 임이를 가슴으로 키워왔다"며 "이런 내가 미친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10년 전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곱씹으며 황씨가 울음 섞인 추도사를 이어가자 다른 유족들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2.18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가 18일 오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10년 전 오늘 목숨을 잃은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 범시민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유족을 비롯해 민주통합당 홍의락 의원,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 등 시민 25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을 통보해 2006년 당선된 이후 7년 째 참석하지 않았다.
추모식은 참사 발생시각인 오전 9시 53분, 1분 동안 사이렌이 울리면서 묵념으로 시작됐다. 마임이스트 조성진씨가 위패 앞에서 '넋 모시기'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서준홍 신부님(대구교구청), 오세원 목사님(칠곡교회), 효신스님(동화사)이 종교의식을 거행했다. 또, 홍의락 의원, 백현국 상임대표, 후지사키 미츠코(일본JR 후쿠치야마 탈선사고 유족대표)씨, 황명애씨가 추도사를 이어갔으며, 추모 노래와 넋 보내기, 분향.헌화도 이뤄졌다. 유족들은 추모식 내내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윤석기 추모위 대표는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참사였다. 시민들의 안전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늘 대구시장과 여당 측 인사는 단 한명도 오지 않았다"며 "절대 권력을 가진 새누리당은 당연히 왔어야 했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의락 의원은 "10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는가.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반성이 없으면 변화가 없다. 오늘 이 순간만이라도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한다"고 했다. 또, "그것만이 희생자와 유족, 부상자들에 대한 보답"이라며 "안전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현국 상임대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대구시민 모두가 힘을 합치고 단결해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반면, "김범일 시장과 여당 의원들은 단 한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영령도 슬픔을 느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후지사키 미츠코씨는 "왜 나의 사랑하는 가족은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 슬픔은 여전히 남아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도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여전히 안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국가가 사회 위험을 방치하며 국민 안전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한국도 일본도 모두 철도안전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추모위는 오전 추모식에 이어 오후 12시 30분 2.18추모공원(팔공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참배를 했으며, 오후 1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는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 강당에서 '거대도시의 안전성', '트라우마 그 후', '참사 10년, 지금 안전한가?'를 주제로 10주기 추모 학술대회를 열었다. 또, 참사가 난 중앙로역 아카데미극장 앞 지하 1층에는 분향과 헌화를 할 수 있는 분향소를 마련했다.
한편, '대구지하철참사'는 지난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한 정신지체장애인이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서 마주오던 전동차까지 불에 타 일어난 화재 사건으로, 2개 전동차가 모두 불에 타 192명이 사망했으며 151명이 부상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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