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비둘기 하늘 높이 날기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4.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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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4.9통일열사 38주기 대구 추모제 / "안타까운 역사, '통일' 다짐의 자리로"

<인민혁명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1975년 4월 9일 사형된 희생자 묘역 앞에 헌화를 하는 모습(2013.4.9.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인민혁명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1975년 4월 9일 사형된 희생자 묘역 앞에 헌화를 하는 모습(2013.4.9.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정권교체도 못하고 조국 통일도 앞당기지 못한 우리는 오늘 통일열사 앞에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섰다. 돌아가신 영령들에게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 가슴이 아프다"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으로 구속돼 모진 고문과 함께 8년8개월 동안 복역한 강창덕(84) 4.9인혁재단 이사장은 추모사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김소월 시인의 시 '초혼'을 낭독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한반도에서 평화의 비둘기가 하늘 높이 날아갈 그 날을 간절히 바란다"며 "있는 힘을 다해 열사 정신을 계승하고 반드시 통일 세상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4.9통일열사 38주기 추모제' 참석자들이 희생자 묘역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9통일열사 38주기 추모제' 참석자들이 희생자 묘역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법살인'이라고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이 올해로 38주기를 맞았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9일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묘지에서 38년 전 오늘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4.9통일열사 38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곳에는 1975년 4월 9일 사형된 8명 중 고 도예종씨, 고 여정남씨, 고 하재완씨, 고 송상진씨 등 4명의 희생자가 안장돼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와 고 도예종씨 부인 신동숙씨, 고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씨, 고 송상진씨 부인 김진생씨를 비롯한 인혁당 사건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정당인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자들이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희생자 유가족과 관련자들이 제사상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추모제에서 이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묘소 앞에 세워놓고 1시간가량 제례, 추모식, 헌화를 진행했다. 특히, 강창덕 이사장과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이 추모사를 했고 고희림 시인이 '열사의 꿈'이라는 추모시를 낭송했다. 무용가 박정희씨의 진혼무와 가수 박성운씨의 추모노래도 이어졌다.

강창덕 이사장은 "인혁당 관련자들이 한 사람씩 떠나고 남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지만 여전히 민족의 한을 해결하지 못하고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있다"며 "나조차 통일의 서광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까봐 걱정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일촉즉발 전운이 감도는 이때 우리는 열사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39주기에는 좀 더 발전된 이 나라의 역사를 영령들에게 보고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희생자 묘역 앞에 늘어선 영정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희생자 묘역 앞에 늘어선 영정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는 "남편을 뺏긴지 38년이 됐지만 아직 우리 세상이 온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선 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잘못을 사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헌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독선적 행동을 보여줬다"며 "유신정권이 돌아온 것 같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죽어서도 눈을 못 감을 것 같다"며 "좀 더 살아야지하는 마음을 먹고 있지만 쉽지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태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함종호 부이사장은 "인혁당 사건 무죄 판결로 독재정권에 희생된 모든 분들의 복권이 시작됐지만 박정희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전쟁 100만 유족 신원 작업'과 같은 사업들이 5년 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역사를 통일에 대한 다짐의 자리로 만들 수 있도록 다시 열사 정신과 힘을 계승해 전진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김찬수 4.9인혁재단 이사는 "긴급조치를 앞세워 수많은 민주통일 인사들을 감옥으로 끌고 가 죽음으로 몰았던 박정희의 딸이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추모제다"며 "유족과 동지들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무겁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왼쪽부터) 강창덕 4.9인혁재단 이사장,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 김찬수 4.9인혁재단 이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강창덕 4.9인혁재단 이사장,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씨,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 김찬수 4.9인혁재단 이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여정남기념사업회'도 오는 13일 오후 3시 경북대학교 여정남공원에서 38주기 추모행사를 열 예정이다.

<인민혁명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으로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피고인 8명을 사형시킨 사건이다. 국내외 법조계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희생자 도예종씨, 서도원씨, 송상진(영남대)씨, 여정남(경북대)씨는 대구경북 출신이다.

무용가 박정희씨의 진혼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무용가 박정희씨의 진혼무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사건이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2005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7년 1월 23일 재심 공판에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32년 만이다. 또, 2007년 8월 서울중앙지법은 인혁당 유족 4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희생자별로 20억-30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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